MTN NEWS
 

최신뉴스

[조정현의 금융이슈] 지시하달식 금융정책에 TF, 또 TF

"과점해소, 글로벌화" 대통령 지시에 TF 가동
'톱다운'식 금융정책 잇따라 "졸속" 논란 제기
'관치 여전한데..', 선진화 정책 난맥상 우려
조정현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지난 2일 개최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금융위

금융위원회가 매달 새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느라 분주하다.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를 지난달 만든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금융산업 글로벌화 TF를 구성했다.

금융위원회는 장관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여느 독임제 부처와는 성격이 다르다. 산적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말 그대로 위원회인 만큼 다양한 TF가 상시 가동되는 것은 이해 못할 법은 아니다.

다만 은행 등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체계적 접근 없이 '톱다운'으로 하달되는 정치 논리에 기대 TF가 난립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점해소, 경쟁체제 구축을 기치로 야심차게 출범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가 그 예다.

이 안건은 올해 금융위 업무보고에도 들어있지 않다가 "고금리 등 과점 폐해가 크다"는 취지의 대통령 말 몇 마디에 급속도로 논의가 진행됐다.

은행 경쟁을 촉진할 특화은행 사례로 지난 2일 금융위 TF 발표자료에 등장한 SVB는 10일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 자료=금융위

부랴부랴 가동된 TF가 제시한 대안 중 하나는 실리콘밸리 은행(SVB). 지난 2일 금융위 TF 회의에서 거론된지 불과 수일만에 SVB는 파산했다. 구태여 SVB를 모범사례로 삼은 금융위의 운도 운이지만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금리 기조 아래 소규모 특화 은행 도입을 독려하겠다는 정책 방향 자체가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을 글로벌화 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추진되는 글로벌화 TF의 경우 '동북아 금융허브론' 이후 십수년째 동어반복 중인 주제인 만큼 얼마나 새로운 성과를 낼지가 관심사다. 금융위는 금융사 해외진출을 늘리겠다며 금융국제화 대응단을 만들겠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가 신설한 것이 불과 지난해 4월이다.

과점해소, 글로벌화를 추진하겠다며 연달아 출범한 두 TF 간의 관계도 묘하다. 지금의 은행 과점체제가 원래 글로벌화, 선진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구축됐기 때문이다.

"은행산업에서 삼성전자는 왜 안 나오냐"는 이명박 정권 논리에 따라 십수개 은행들이 현재의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은행 아래 헤쳐모였고 계열화, 대형화를 위해 금융지주로 재편됐다.

정부 입맛에 따라 조율된 산업의 현주소는 보이는 대로다. 확실한 주주 또는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관료출신의 낙하산, 관치금융 논란이 십수년째다. 자산도 포트폴리오도 상품도 엇비슷한 대형은행들은 '붕어빵' 영업으로 일관하다 이제 막 차별화 행보에 나섰다.

선진국의 금융기법을 이식받겠다며 출범한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방은행 수준의 중소형 은행으로 남거나 아예 한국을 떠나는 길을 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와 씨티은행이 리테일 영업 기법을 배워갔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십수년간의 정책 실패 끝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다시 나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성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퇴직 후 수년간 재단, 로펌 등에서 소일하던 관료들이 정권 교체 바람을 타고 복귀해 주요 금융지주 회장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이 금융권의 현주소다. 민간 금융사 CEO·지배구조의 허점을 서슬퍼렇게 질타하던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 대목에서는 "관료면 어떤가" 하는 식이다. 금리 체계부터 인선, 지배구조까지 관치가 여전한데 제대로 된 경쟁, 선진화가 가능하겠냐고 금융인들은 푸념한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관료가 민간 금융사 CEO로 내려오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그 반대의 경우는 절대 불가하다"며 "증권사 사장이 당국 수장을 맡을 정도(로버트 루빈 골드만삭스 회장이 이후 美 재무장관을 역임)의 토양, 분위기가 돼야 비로소 선진화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