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네마] '비틀쥬스 비틀쥬스' 팀 버튼이 만들면 사후세계마저 힙하구나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36년이 지나도 팀 버튼 감독의 몽환적 상상력과 감성은 여전히 세련되고 힙했다. 그가 선사하는 판타지는 언제나 시대를 앞선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도 그랬다.
4일 개봉한 '비틀쥬스 비틀쥬스'(감독 팀 버튼/제공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영화 '비틀쥬스'(1988)의 세계관을 그대로 계승한 속편이다. 30년 전 유령과 소통할 수 있는 영매(靈媒) 소녀 리디아(위노나 라이더)에 의해 봉인된 사후세계의 악당 비틀쥬스(마이클 키튼)가 우연한 계기로 다시 인간 세계에 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이야기는 전편에서 비틀쥬스가 토성의 모래벌레에게 잡혀 사후세계로 돌아간 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유령의 집'이라는 인기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리디아는 언제부터인가 30년 전 사후세계로 쫒아낸 비틀쥬스의 환영을 계속해서 보게 된다. 어느 날 리디아의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는 한 소년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사후세계에 갇힐 위기에 처하고, 리디아는 딸을 구출하기 위해 비틀쥬스를 인간 세계로 소환해 도움을 요청한다. 비틀쥬스는 아스트리드를 구하는 데 협력하는 조건으로 30년 전과 같이 리디아에게 결혼 서약을 요구하고 그녀는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비틀쥬스를 맹렬히 추격하는 '어떤 인물'이 개입하면서 이야기는 대환장의 결말로 치닫는다.
전편은 팀 버튼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수작이다. 감독 특유의 마니악한 판타지 색채를 가장 온전하게 녹여냄과 동시에 1500만달러의 제작비로 7370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작품에 활용된 영화 문법은 이후에 팀 버튼 감독이 제작한 '크리스마스의 악몽'(1995), '유령신부'(2005) 등 호러 영화와 더불어 '배트맨' 시리즈와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에도 반영된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오프닝 시퀀스는 '배트맨 리턴즈'(1992) 오프닝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하다.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이번 작품이 더 놀라운 것은 비틀쥬스 역의 마이클 키튼, 리디아 역의 위노나 라이더, 리디아의 엄마 딜리아 역의 캐서린 오하라 등 36년전 전작에 출연한 배우들을 같은 배역으로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속편을 학수고대해 온 팬들에게 감독이 보내는 감사와 존중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인간 세계보다 화려한 사후세계를 강조해 온 팀 버튼의 판타지 세계관은 이번 작품에서 활약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다시 한 번 그 매력을 발산했다.
단연 가장 빛나는 것은 36년 전 모두를 경악하게 한 미치광이 악당 비틀쥬스를 되살린 마이클 키튼의 명연기다. 그는 전편보다 훨씬 더 농익은 연기로 비틀쥬스라는 캐릭터의 변태적(?)인 카리스마를 완성했다. 수많은 영화에서 광기 어린 악역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승화 시켜 온 그의 역량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중년의 리디아를 연기한 위노나 라이더는 세월의 흐름이 체감되지 않는 비주얼로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음울하고 엉뚱한 주인공 리디아의 매력은 36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호러 판타지 영화 '아담스 패밀리' 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 '웬즈데이'에서 뛰어난 연기로 존재감을 알린 제나 오르테가는 특유의 다크한 매력으로 '비틀쥬스' 시리즈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신스틸러로 등장한 모니카 벨루치, 윌렘 데포도 작품의 콘셉트에 맞춘 '정신 나간'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또 이번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이 있으니 바로 영화의 음악이다. 수많은 팀 버튼 감독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은 '영혼의 단짝' 대니 엘프먼 음악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세계관에 최적화된 음악으로 작품의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어둡고 괴기스러우면서도 웅장한 느낌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와 맞물려 최고의 시너지를 끌어냈다.
다만 독특한 분위기가 강조되는 작품의 특성상 보는 이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팀 버튼 감독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나 선호가 있는 관객들은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매우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작품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설정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작품의 결말에서는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떡밥'이 또 남겨진다. 후속편 제작에 또 30여년의 시간이 걸린다면 올해로 66세인 팀 버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추가로, 결말의 내용을 감안하면 엔딩 크레디트 이후의 쿠키 영상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건 없다. 영화가 끝나면 바로 자리를 뜨면 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