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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폭군' 김강우 "내 연기는 철저한 생계형...타고난 연기자는 김선호"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식객'의 정의로운 주인공 성찬에서 '간신'의 사이코패스 연산군까지 불꽃과 얼음을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준 김강우는 본인의 연기에 대해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연기'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노력을 최대한 겸손하게 표현한 한마디에서 그가 연기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먹고 살기 위한 노력만큼 절박한 것은 없으니까.

드라마 '폭군'으로 다시 한 번 본인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김강우를 인터뷰로 만나봤다.

지난달 14일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폭군'(감독 박훈정/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제작 ㈜영화사 금월)은 국가정보원 내 사조직이 추진한 인간 병기 육성 프로그램 통칭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도난당한 후 그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세력이 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액션 누아르 장르의 드라마다.

작품에서 김강우는 폭군 프로그램의 샘플 회수를 위해 한국에 파견된 미국 정보기관의 아시아 지역 총괄 책임자 폴을 연기했다. 그는 미국 등 강대국의 강한 군사력이 세계의 평화를 유지한다고 믿는 우월주의자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잔인하게 배제하는 해결사와 미국 최고 정보기관 지역 수장이라는 엘리트의 두 얼굴을 동시에 담아낸 캐릭터인 폴은 김강우의 열연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주연급 캐릭터 못지 않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폭군'은 김강우의 첫 OTT 시리즈 작품이다. 그는 큰 차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OTT 오리지널 작품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예요. 플랫폼의 차이는 특별히 체감하지 못했어요. 굳이 하나를 말하자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드라마라 그런지 확실히 표현 수위가 공중파나 케이블 드라마보다 약간 높았다는 게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재미있었어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박훈정 감독은 내 안의 무엇인가를 끄집어낸다'고 했다. 감독에 대한 존경이 담긴 한마디였다.

"저는 제 연기에 대해서 '감강우에게 저런 면이 있었어?'라는 말을 들을 때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생각해보면 특히 감독님 작품에 출연했을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전작인 '귀공자'에서도 느꼈지만 감독님은 배우가 가진 잠재력과 캐릭터의 시너지를 가장 잘 이끌어내는 분이예요. 이번 작품 출연을 결정한 것도 박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어요."

폴의 연기에서 김강우가 가장 어려움을 느낀 것은 대사였다. 분량이 많은 데다가 설정상 유창한 영어도 구사해야 하는 폴의 캐릭터 구축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아마도 폴은 작품에서 가장 설정이 복잡한 캐릭터일거예요. 외모는 한국인인데 국적은 미국인 소위 말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에, 미국 정보국의 아시아 지역 총괄 수장으로서 강한 우월주의에 물들어 있는 인물이죠. 상황에 따라 성격도 극단적으로 달라져요. 자신의 앞길을 막는 존재들을 대할 때는 사이코패스에 가깝고요. 정보국 수장으로 있을 때는 권력의 정점에 오른 엘리트의 모습을 보여주죠. 폴은 작품에서 본인의 설정과 성격의 변화를 거의 대사로 설명해요. 여기에는 영어 대사도 있죠. 촬영을 앞둔 날에는 캐릭터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서 하루 종일 대사 연습을 한 것 같아요."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드라마에서 폴과 대결 구도에 있는 최 국장을 연기한 김선호에 대해 김강우는 격한 찬사를 보냈다. 그와 연기 호흡을 맞춘 촬영은 김강우에게 매우 신나는 작업이었다.

"'귀공자'에 이어서 또 서로 부딪치는 역할을 맡은 것이 처음에는 약간 부담이 됐어요. 이전 작품이 오버랩돼서 제가 새로운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거죠. '폭군'에서 선호 씨 연기를 보고 나서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작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선호 씨는 최 국장이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었죠. '연기가 천직'이라는 표현은 선호 씨 같은 배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어요. 그 덕분에 저도 걱정을 내려놓고 더 신나게 폴을 연기한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김강우는 '폭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최 국장과 폴의 한강 첫 대면을 꼽았다.

"실제로도 이번 작품에서 둘이 함께 한 첫 촬영이고요. 각 캐릭터들의 관계와 성격을 대사로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날선 대사로 서로에게 쉴 새 없이 비수를 꽂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도 넉살 좋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티키타카가 펼쳐진 촬영이었어요. 작품 속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의 빌드업이 이뤄진 장면이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선호 씨의 화려한 연기 드리블(?)을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었다는 점도 기억에 남아요."

출연하는 모든 작품에서 항상 강한 임팩트를 선사해 온 김강우만의 연기 비결이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제 연기의 비결 이요? 그런 건 없어요. 저는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 철저한 생계형 연기자예요. 먹고 살려고 하는 거죠. 연기에 타고난 사람은 차승원 선배나 김선호 씨 같은 배우들이에요. 저는 잘 해서 계속 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직업이 됐고 그래서 계속 이 일을 하게 된 케이스죠.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라는 표현이 딱 맞겠네요. 연기가 직업이 된 만큼 오랫동안 잘 해야 저도 가족들과 잘 살 수 있겠죠? 그래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이에요. 제 연기에 뭔가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다면 아마도 저는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김강우는 기회가 된다면 멜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아련하고 풋풋한 멜로가 아닌, 중년의 뜨거운 사랑을 그리는 '격정의' 멜로.

"젊은 사람들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너무 많아서 재미 없잖아요? 이제 나올 이야기는 다 나왔고요. 오히려 인생의 온갖 풍파를 다 겪은 40대 이상의 멜로가 더 뜨겁지 않을까 하고요. 요즘들어서 그런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50대를 바라보는 나이라 그런 걸까요. 하하하."

김강우는 자신만의 확고한 색채에서 나오는 힘이 넘치는 배우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의 좌우명을 물었다. 뭔가 무게감 있는 한마디가 나올 것 같았다.

"좌우명이요? '남한테 피해를 주지 말자. 뭔가 최고로 잘 하지 않아도 되니까'예요. 저는 제 아이들한테도 이걸 항상 강조해요."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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