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뒤]'금쪽이'로 전락한 NHN 신사업...천대받던 '적장자' 그룹 살릴까
티메프 사태로 NHN 페이코 궤멸적 타격...신사업 효용 한계그룹의 출발이었던 게임사업 2025년 총공세...'적장자' 위상 되찾을까
서정근 기자
NHN이 네이버를 떠나 독립한 후 추진한 신사업들의 동반 부진이 심화되자 '적장자' 게임사업의 성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NHN 게임사업은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수익원이었으나 사행성 이슈로 입길에 올랐고, 이는 한게임이 네이버에 피인수된지 13년만에 분할해 독립하는 단초가 됐다. 검색 전문가인 이준호 NHN 회장은 커머스, 간편결제, 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확대하며 게임 비중을 축소하려 애써왔다.
이 때문에 NHN 그룹 내 게임사업의 위상이 '적장자'에서 '서장자'로 격화돼 왔다는 평가다. 페이코 등 핵심 신사업이 예기치 못한 결손으로 '금쪽이'로 전락하자, 게임사업의 역할이 다시 지대하게 됐다는 평가다.
'2025년 총공세'를 통해 NHN의 게임사업이 그룹을 되살리고 '적장자'의 지위를 찾을지 이목을 모은다.
NHN은 소셜 카지노게임 '페블시티'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역점을 두고 제작해온 슈팅게임 '다키스트 데이즈'를 포함한 8종의 신작을 내년 중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블시티'는 메타(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연구진들이 창업한 미스틴랩스가 발행한 블록체인 수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한 게임이다. 미스틴랩스는 앞서 엔씨로부터 15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최근 텐센트클라우드와 협업체계를 갖췄다.
'페블시티'는 다양한 카지노 종목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고스톱, 섯다, 포커, 홀덤 등 한게임의 웹보드게임으로 입신한 NHN 입장에선 '전공영역'에 속한다.
내년 1분기 출시를 앞둔 '다키스트 데이즈'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루트 슈터 장르게임이다. 최근 2차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NHN 라인업 중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기대작이다. 당초 연내 출시 예정이었으나 PC와 모바일 두 버전 동시 출시를 위해 내년 1분기로 일정을 늦췄다.
최근 출시한 '우파루 오딧세이' 글로벌 버전을 포함하면 내년 연말까지 NHN이 출시 예정인 게임 라인업의 개수는 총 10종에 달한다. 수년간 연간 출시 편수가 2종을 넘지 않던 이 회사의 사업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물량공세다.
NHN은 1999년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창업자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다. 2000년 네이버가 한게임을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인수해 사명을 NHN으로 변경했다. 한게임의 매출은 NHN 전체 매출의 30% 가량에 달했고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알토란 같은 핵심사업이었으나 한게임을 통해 서비스되는 고스톱, 포커, 섯다 등 웹보드게임들이 현실에 존재하는 도박을 디지털로 모사(模寫)한 데다, 운영사가 판돈(게임머니)을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인 탓에 사행성 논란을 샀다. 일부 게임 중독자들과 환전상들 사이에서 게임머니가 장외거래된 탓에 "한게임은 도박장을 개설해서 돈을 번다"는 비판을 받았다.
NHN 한게임과 네오위즈 피망, CJ 넷마블 등 게임포털 사업자들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게임 속에서 쓸 수 있는 이용자 아바타를 이용자들에게 돈 받고 팔면서 게임머니도 끼워서 같이 파는 '편법'을 고안했다.
"우린 아바타를 판 거고, 게임머니는 끼워파는 사은품에 불과해. 사은품으로 게임에서 돈을 따도 우리가 그걸 수수료 받고 환전해주고 그러진 않아"라는 논리를 내세웠고, 당시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도 이를 묵인해줬던 것.
당시 NHN 소속이었던 김정호 전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역, 넷마블에 몸담고 있던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박진환 전 네오위즈 대표 등이 이같은 논리와 대 정부 협상으로 웹보드게임의 제도권 편입과 유지, 리스크 관리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한게임을 '디지털 강원랜드'라 비난했다. 김범수 전 NHN 대표와 남궁훈 전 NHN USA 대표, 김병관 전 NHN게임스 대표, 정욱 전 NHN 한게임 대표 등 역대 한게임 수장들이 웹보드게임 관련 법무 이슈에 노심초사하고 비(非)웹보드게임으로 게임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던 것은 이 때문이다.
엔씨에서 '리니지3'를 만들다 이탈한 박용현 실장 등 개발자들이 장병규 의장과 함께 설립한 블루홀(크래프톤의 전신)의 '테라'를 무리수를 둬가며 NHN이 배급했던 것도 이같은 배경으로 인한 것이었다.
2014년 게임사업 부문이 물적분할 형태로 독립해 NHN엔터테인먼트 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분할 전 NHN의 2인자였던 이준호 COO가 NHN엔터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준호 회장은 숭실대 교수 재직 중 자연어 검색의 대가로 주목받았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검색전문가 였는데, 네이버의 투자를 받아 서치솔루션을 창업했고, 네이버는 서치솔루션도 한게임컴과 동일한 방식으로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품에 안았다.
이로 인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보유지분율이 낮아진 반면 김범수·이준호 등 2인자 그룹은 NHN 대주주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는 엑시트 후 부를 축적해 카카오 창업의 토대를 얻었고, 이준호 회장은 NHN엔터의 최대주주로 위상을 굳혔다.
NHN엔터 분할에 앞서 NHN게임스가 NHN의 품을 떠났고, 김병관 NHN게임스 대표가 웹젠을 인수해 합병했다. NHN 계열 게임 중 코어 장르 게임을 개발하는 NHN게임스가 먼저 떠나고, 한게임과 기타 배급게임 부문이 NHN엔터로 분할해 나가면서 네이버는 게임과 연을 끊게 됐다.
이해진 GIO와 이준호 회장 모두 웹보드게임은 물론 게임사업 자체에 긍정적이지 못한 시각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준호 회장은 NHN 브랜드 상표권을 네이버로부터 사들여 사명을 NHN으로 다시 변경했고, 간편결제 사업 페이코를 런칭했다.
페이코 이용 저변이 확대되고, 한 때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간편결제, 커머스, 클라우드 등 신사업 착수에 연이어 나섰고, 의욕적으로 M&A에 나섰다. 신사업과 M&A에 소요된 재원은 모두, 그간 게임사업을 통해 번 돈 들이다.
최근 NHN은 페이코 일본법인의 폐업을 단행했다. 네이버 검색본부장 출신인 이윤식 NHN 커머스 대표가 사임했다. 이준호 회장의 아들 이수민 씨는 신사업TF를 맡고 있다 연초에 회사를 떠났다. 최근 티몬 사태로 NHN 페이코가 1000억원을 상회하는 손상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도 퇴사를 확정했다. NHN 클라우드도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NHN그룹의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 남짓한 점을 감안하면 페이코로 인해 떠안은 손실 규모는 그야말로 지대하다. 이 여파로 올해 연말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 시행도 물건너갔다. NHN도 억울한 피해자이나,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 또한 면키 어렵다.
NHN의 게임사업 부문은 2010년까지 연간 4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게임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만으로 당시 NHN은 엔씨, 넥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N의 반열에 올랐다. 지금도 NHN 그룹의 이익 대부분을 창출하나, 성장세와는 거리가 멀다. 현상 유지를 넘어서는 의욕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종 게임의 출시와 그 결과가 가져다줄 '효용'을 선뜻 예단하긴 어렵다. 명실상분한 '적장자'였으나 그룹 오너의 애정과 투자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신사업에 적자 자리를 내주고 '서장자'로 격하된 게임사업이 제 몫을 해주는 것이 절실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NHN 게임사업은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수익원이었으나 사행성 이슈로 입길에 올랐고, 이는 한게임이 네이버에 피인수된지 13년만에 분할해 독립하는 단초가 됐다. 검색 전문가인 이준호 NHN 회장은 커머스, 간편결제, 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확대하며 게임 비중을 축소하려 애써왔다.
이 때문에 NHN 그룹 내 게임사업의 위상이 '적장자'에서 '서장자'로 격화돼 왔다는 평가다. 페이코 등 핵심 신사업이 예기치 못한 결손으로 '금쪽이'로 전락하자, 게임사업의 역할이 다시 지대하게 됐다는 평가다.
'2025년 총공세'를 통해 NHN의 게임사업이 그룹을 되살리고 '적장자'의 지위를 찾을지 이목을 모은다.
NHN 사옥 전경 |
NHN은 소셜 카지노게임 '페블시티'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역점을 두고 제작해온 슈팅게임 '다키스트 데이즈'를 포함한 8종의 신작을 내년 중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블시티'는 메타(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연구진들이 창업한 미스틴랩스가 발행한 블록체인 수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한 게임이다. 미스틴랩스는 앞서 엔씨로부터 15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최근 텐센트클라우드와 협업체계를 갖췄다.
'페블시티'는 다양한 카지노 종목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고스톱, 섯다, 포커, 홀덤 등 한게임의 웹보드게임으로 입신한 NHN 입장에선 '전공영역'에 속한다.
내년 1분기 출시를 앞둔 '다키스트 데이즈'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루트 슈터 장르게임이다. 최근 2차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NHN 라인업 중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기대작이다. 당초 연내 출시 예정이었으나 PC와 모바일 두 버전 동시 출시를 위해 내년 1분기로 일정을 늦췄다.
NHN이 내년 1분기 출시할 예정인 '다키스트 데이즈' |
최근 출시한 '우파루 오딧세이' 글로벌 버전을 포함하면 내년 연말까지 NHN이 출시 예정인 게임 라인업의 개수는 총 10종에 달한다. 수년간 연간 출시 편수가 2종을 넘지 않던 이 회사의 사업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물량공세다.
NHN은 1999년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창업자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다. 2000년 네이버가 한게임을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인수해 사명을 NHN으로 변경했다. 한게임의 매출은 NHN 전체 매출의 30% 가량에 달했고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알토란 같은 핵심사업이었으나 한게임을 통해 서비스되는 고스톱, 포커, 섯다 등 웹보드게임들이 현실에 존재하는 도박을 디지털로 모사(模寫)한 데다, 운영사가 판돈(게임머니)을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인 탓에 사행성 논란을 샀다. 일부 게임 중독자들과 환전상들 사이에서 게임머니가 장외거래된 탓에 "한게임은 도박장을 개설해서 돈을 번다"는 비판을 받았다.
NHN 한게임과 네오위즈 피망, CJ 넷마블 등 게임포털 사업자들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게임 속에서 쓸 수 있는 이용자 아바타를 이용자들에게 돈 받고 팔면서 게임머니도 끼워서 같이 파는 '편법'을 고안했다.
"우린 아바타를 판 거고, 게임머니는 끼워파는 사은품에 불과해. 사은품으로 게임에서 돈을 따도 우리가 그걸 수수료 받고 환전해주고 그러진 않아"라는 논리를 내세웠고, 당시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도 이를 묵인해줬던 것.
당시 NHN 소속이었던 김정호 전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역, 넷마블에 몸담고 있던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박진환 전 네오위즈 대표 등이 이같은 논리와 대 정부 협상으로 웹보드게임의 제도권 편입과 유지, 리스크 관리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한게임을 '디지털 강원랜드'라 비난했다. 김범수 전 NHN 대표와 남궁훈 전 NHN USA 대표, 김병관 전 NHN게임스 대표, 정욱 전 NHN 한게임 대표 등 역대 한게임 수장들이 웹보드게임 관련 법무 이슈에 노심초사하고 비(非)웹보드게임으로 게임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던 것은 이 때문이다.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 |
엔씨에서 '리니지3'를 만들다 이탈한 박용현 실장 등 개발자들이 장병규 의장과 함께 설립한 블루홀(크래프톤의 전신)의 '테라'를 무리수를 둬가며 NHN이 배급했던 것도 이같은 배경으로 인한 것이었다.
2014년 게임사업 부문이 물적분할 형태로 독립해 NHN엔터테인먼트 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분할 전 NHN의 2인자였던 이준호 COO가 NHN엔터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준호 회장은 숭실대 교수 재직 중 자연어 검색의 대가로 주목받았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검색전문가 였는데, 네이버의 투자를 받아 서치솔루션을 창업했고, 네이버는 서치솔루션도 한게임컴과 동일한 방식으로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품에 안았다.
이로 인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보유지분율이 낮아진 반면 김범수·이준호 등 2인자 그룹은 NHN 대주주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는 엑시트 후 부를 축적해 카카오 창업의 토대를 얻었고, 이준호 회장은 NHN엔터의 최대주주로 위상을 굳혔다.
NHN엔터 분할에 앞서 NHN게임스가 NHN의 품을 떠났고, 김병관 NHN게임스 대표가 웹젠을 인수해 합병했다. NHN 계열 게임 중 코어 장르 게임을 개발하는 NHN게임스가 먼저 떠나고, 한게임과 기타 배급게임 부문이 NHN엔터로 분할해 나가면서 네이버는 게임과 연을 끊게 됐다.
이준호 NHN 회장 |
이해진 GIO와 이준호 회장 모두 웹보드게임은 물론 게임사업 자체에 긍정적이지 못한 시각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준호 회장은 NHN 브랜드 상표권을 네이버로부터 사들여 사명을 NHN으로 다시 변경했고, 간편결제 사업 페이코를 런칭했다.
페이코 이용 저변이 확대되고, 한 때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간편결제, 커머스, 클라우드 등 신사업 착수에 연이어 나섰고, 의욕적으로 M&A에 나섰다. 신사업과 M&A에 소요된 재원은 모두, 그간 게임사업을 통해 번 돈 들이다.
최근 NHN은 페이코 일본법인의 폐업을 단행했다. 네이버 검색본부장 출신인 이윤식 NHN 커머스 대표가 사임했다. 이준호 회장의 아들 이수민 씨는 신사업TF를 맡고 있다 연초에 회사를 떠났다. 최근 티몬 사태로 NHN 페이코가 1000억원을 상회하는 손상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도 퇴사를 확정했다. NHN 클라우드도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NHN그룹의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 남짓한 점을 감안하면 페이코로 인해 떠안은 손실 규모는 그야말로 지대하다. 이 여파로 올해 연말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 시행도 물건너갔다. NHN도 억울한 피해자이나,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 또한 면키 어렵다.
NHN의 게임사업 부문은 2010년까지 연간 4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게임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만으로 당시 NHN은 엔씨, 넥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N의 반열에 올랐다. 지금도 NHN 그룹의 이익 대부분을 창출하나, 성장세와는 거리가 멀다. 현상 유지를 넘어서는 의욕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종 게임의 출시와 그 결과가 가져다줄 '효용'을 선뜻 예단하긴 어렵다. 명실상분한 '적장자'였으나 그룹 오너의 애정과 투자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신사업에 적자 자리를 내주고 '서장자'로 격하된 게임사업이 제 몫을 해주는 것이 절실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