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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극단으로 치닫는 한미 집안싸움…위태로운 신약 개발 명가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에 박재현 대표 등 해임 안건으로 임시주총 개최 요구
신약개발 명가 '한미그룹' 명성 위태
서지은 기자

한미약품 본사 이미지. /사진=서지은 기자

올해 초 시작된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오너일가 내 균열이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의 갈등으로 번진 것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요소로 견실한 지배구조가 꼽히는지 보여주는 실증 사례입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차남인 임종훈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한미약품은 신동국 회장과 모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대주주 3인 연합' 측인 박재현 이사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7월 대주주 3인 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이사회 수를 늘리는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임시 주주총회 날짜가 확정된 지난달 27일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을 해임하는 안건으로 한미약품에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하면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또한 갈등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같은 그룹의 소통 창구도 여러 갈래로 찢어졌습니다.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 차남 임종훈 대표, 한미약품 그룹, 모녀 측 대변인 법무법인 세종까지. 한미그룹은 총 4개의 각기 다른 스피커로 언론과 소통하며 상대 측을 비방하는 보도자료도 서슴없이 내고 있습니다.

한미를 상징하는 신약 연구·개발(R&D)을 오히려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한미사이언스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신동국 회장이 "R&D 투자는 필요없다"는 말에 박재현 대표도 이에 화답하며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내용까지 적나라하게 써져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이에 "허구의 사실'이라며 반박했지만, R&D 투자마저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미그룹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은 약사 출신인 임성기 선대 회장의 꾸준한 R&D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2014년엔 매출 약 7000억원의 20%가 넘는 비용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했고, 지금까지도 매출의 약 15%가 R&D 투자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은 2022년 국산 신약 33호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까지 배출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한미그룹이 자부한 '신약 개발' DNA가 경영권 분쟁으로 흐릿해지는 건 아닌지 안팎의 우려가 큽니다. 최근 언론에 처음 공개된 한미그룹 본사 20층 '임성기 기념관'이 쓰인 용도만 봐도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임 회장의 일기 등 한미의 역사가 전시돼 있는 기념관은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와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가 서로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기자 간담회 장소로 활용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제약 강국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임 회장이 생전에 강조했던 말입니다. 선대 회장의 염원이 10개월 동안 지속되는 오너 간 경영권 분쟁으로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는 게 아닐지 최고 경영진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서지은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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