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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김소현의 금요외식회

[김기자의 금요외식회] "우리집이 강남이고 한남동"…HMR로 시작된 내식의 행복

한 끼에 25만원 '한우 맛집'이 출시한 곰탕 '모퉁이우 한우곰탕'
미쉐린 맛집 '진진'과 이마트 HMR 브랜드 '피코크'의 협업
지금은 없어진 디저트 카페 '글래머러스 펭귄'과 신세계 푸드의 만남

머니투데이방송 김소현 기자 입력 2021-05-14 15:29:35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가정간편식(HMR)은 주로 볶음밥을 뜻했다. 게다가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 제품은 닭가슴살을 전문으로 하는 업계의 체중조절 제품이거나 작은 식품사에서 내놓은 제품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HMR은 때우는 용도였다. 맛과 영양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주로 배를 채우는 용도였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와 업계가 HMR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HMR은 더는 1인 가구에만 적합한 상품도 아니고, '끼니를 때우는' 용도도 아니게 됐다. 소비자들도 보통의 식사를 할 때도 HMR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외식업계는 '직접 찾아와야지만 맛볼 수 있는' 희소성의 가치를 더 높게 샀다면 요즘은 언제 어디서나 매장 맛 그대로를 맛볼 수 있는 HMR의 가치에 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HMR이 담을 수 있는 가치의 총량도 늘어났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내식의 확장으로 업계는 더는 HMR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소비자들의 식탁은 풍성해졌다. 가장 HMR 친화 가구였던 1인 가구의 삶에도 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형 식품사들이 자체 HMR을 출시했던 것을 넘어서 최근에는 동네 맛집, 오프라인 맛집에서도 HMR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끼에 25만원인 식당에서 내놓은 HMR…'RIPE'의 곰탕 시리즈

영화에 나올 법한 철제 금고문. 이를 열면 웅장하게 등장하는 12석의 바 테이블. 좌석 앞에 비치된 개인 화로에 한우를 구워주는 분위기부터 비싸 보이는 식당. 한 끼 식사의 가격은 무려 25만원. 삼성동에 위치한 한우 맡김 차림 레스토랑 'RIPE restaurant'의 이야기다. 이 레스토랑은 '모퉁이우'라고도 부른다.

비싼 가격에도 이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삼성동에 또 다른 레스토랑 '모퉁이우 사랑방'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 끼에 25만원인 고급식당이 최근 HMR을 내놓았다. 주메뉴인 한우를 이용한 곰탕이다.

25만원짜리 한 끼 식사는 도전하기 두렵지만 5000원 남짓한 곰탕 하나를 못 사 먹을까. 새벽 배송 업체 '마켓컬리'에 갓 올라온 모퉁이우의 신제품 '진한 곰탕'을 구매했다.

출시된 제품은 총 3종. 주문한 '진한 곰탕' 외에도 '도가니탕'과 '한우 고기곰탕'도 있다. 가격은 진한 곰탕이 4900원, 나머지 두 종은 11900원으로 부속물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

모퉁이우에서 출시한 진한 곰탕/사진=김소현 기자

설렁탕과 곰탕,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주로 곰탕은 살코기 위주로 길게 우려내 맑은 국물을 담는 요리를 말한다. 설렁탕은 뼈를 고아내 뽀얀 국물을 담고 있는 요리로 구분하고 있다.

모퉁이우의 진한 곰탕은 우유를 연상케 할 정도로 하얀 국물의 제품이었다. 설렁탕의 만듦새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곰탕이라고 하니 설렁탕의 상위 개념으로 곰탕이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맛 자체에서는 깊은 맛을 느꼈다. 부모님이 여행으로 집을 비우면 몇 날 며칠을 고아낸 탕에 밥을 말아 먹던 그때 그 맛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였다.

밥을 말아 한 술 푹 뜨고 깍두기나 김치를 올려 먹으면 아삭한 식감에 끝부분에 올라오는 고소한 맛까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곰탕의 끝판왕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준비된 자라면 대파를 썰어 파의 향까지 첨가하면 좋을 듯하다. 하지만 자취생의 집에는 한때 생명이었던 것들은 잘 존재하지 않는다.

■미쉐린 맛집, 집에서도 즐겨본다…피코크 '진진 어향가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진진'. 2017년 미쉐린 원스타로 시작해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 선정까지. 미쉐린가이드가 인정한 맛집이다.

같은 서울에 있더라도 맛집을 찾아가는 건 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 맛집의 요리를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니. 그것도 단돈 만 원에.

이마트의 HMR 브랜드 피코크가 출시한 진진의 '어향가지'/사진=김소현 기자

'진진'과 이마트의 HMR 브랜드 '피코크'가 협업해 출시한 제품은 '멘보샤', '칠리새우', '어향가지' 총 3개의 제품이 있다. 그중 어향가지를 직접 맛 봤다.

가지는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꽤 강한 식자재다. 이 불호를 커버할 수 있는 요리 중 하나가 어향가지고, 그 불호를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제품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이유에서 '어향가지'를 골랐다.

에어프라이어 전용이라 1인 가구가 조리하기엔 꽤 편리하다. 소스만 따로 끓는 물에 5분 정도 중탕하면 되는데 진진의 요리라면 그 정도 수고는 감내할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가지는 생각보다 바삭함이 강했다. 소스의 양이 좀 많은 편이라 한 번에 해결하지 못할 1인 가구는 소분해서 먹어야 할 듯하다.

피코크 '진진 어향가지'/사진=김소현 기자

소스는 살짝 매콤했지만 깊은 맛이 나지 않아 바삭한 튀김 옷 안에 있는 가지의 물컹한 식감과 가지의 향이 일부 그대로 전해져왔다. 소스의 향으로 가지의 맛을 덮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제품의 소비자 반응을 보니 많은 소스 양 때문에 다른 채소를 더 넣거나 다른 식자재를 첨가해 더 풍성하게 요리해 먹고 있었다. 요리의 부가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이지만 뭔가를 더하고 요리에 많은 노동력을 더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에겐 '베스트' 어향가지는 아닌듯 싶었다.

■그리운 그맛, 집으로…신세계푸드X글래머러스 펭귄

20대 초,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지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디저트 카페'였다. 손대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아이싱이 가득한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서울 도처에 널려있었다.

그중 묵직한 디저트 모양새와 맛,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었던 매장이 있었다. 한남동에 위치한 유민주 파티시에의 '글래머러스 펭귄'.

디저트 카페의 원조 격이라 할 만한 '글래머러스 펭귄'이 지난해 6월 운영을 종료했다. 아쉬움도 잠시 글래머러스 펭귄은 신세계 푸드와 협업해 그들의 작품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5월 출시된 제품은 '펭귄 디저트 세트'. SSG닷컴 온라인몰에서 주문해 이마트 점포 픽업으로 '펭귄 디저트 세트'를 직접 맛 봤다.

신세계푸드가 디저트 브랜드 '글래머러스 펭귄'과 협업해 출시한 펭귄 디저트 세트/사진=김소현 기자

가격은 13980원. 옛날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했을 때의 가격을 가늠해보며 작은 케이크 두 개가 세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장에서 건네준 디저트 세트는 가로가 거의 30cm 정도 돼 보이는 박스였다.

한쪽에는 바나나 푸딩, 한쪽에는 티라미수가 각각 포장돼 있었다. 깊이도 꽤 깊은 종이 그릇에 담겨있었다. 그 무게도 꽤 묵직했다. 과거에 글래머러스 펭귄 매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무게감이었다.

'펭귄 디저트 세트' 중 티라미수 제품의 단면 /사진=김소현 기자

종이 박스에 담겨 보이지 않았던 티라미수의 단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층층이 케이크 시트와 크림이 보기 좋게 쌓여있었다. 티라미수의 맛도 커피 맛이 너무 강하지 않았고 시트의 단단함과 맛을 유지한 채로 포장돼 있었다. 케이크 시트의 밀도가 높아 적당히 단단했던 그때 그 시절 '글래머러스 펭귄'의 맛이 나는 듯했다.

지금은 없어진 '글래머러스 펭귄'. 매장의 맛도 그립지만, 집에서 그때의 맛을 추억하며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나왔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게다가 가격마저도 일반 디저트 카페보다 저렴한 가격에 두 개 제품이 세트로 판매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개별 포장돼 보관도 용이하고 예약과 픽업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픽업 점포가 한정적이라는 것은 아쉬운 내용.

글래머러스 펭귄의 맛이 그립다면 한 번쯤 예약해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HMR은 HMR대로, 맛집은 맛집대로

HMR의 발달과 제품 다양화로 동네 맛집을 집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동시에 생긴 문제는 HMR과 오프라인 매장의 메뉴를 비교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는 것.

HMR은 HMR 나름이고 맛집은 맛집 나름이다. 결국 HMR은 보완재일 뿐이지 오프라인 맛집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갈 수 없는 '글래머러스 펭귄'을 제외하고, 시간만 내면 갈 수 있는 '진진'도 제외하고. 한 끼에 25만원인 '모퉁이우 사랑방'과 'RIPE'가 궁금해졌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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