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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경제]자율주행 광풍이 지나간 자리…정작 중요한건 자동차 '생산'

2017년 자율주행 광풍, 제대로 전기차 생산하는 업체 거의 없어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기자 입력 2021-11-30 10:24:55
웨이모 자율주행차

2017년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애리조나에서 세계 첫 자율주행택시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다. 웨이모는 2020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GM은 2018년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하겠다고 했고, 테슬라는 2020년 완전자율주행차를 공개한다고 했다. 현대차 역시 오로라와 2021년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산업에는 돈이 넘쳐났다. 웨이모의 기업가치는 한때 1750억 달러, 200조원에 달했다. GM은 자율주행 기업 크루즈를, 포드는 아르고AI를 각각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로 불리게 됐다. 자동차가 아니라 운전하는 공간이 인류의 이동을 바꿀 날이 머지 않은 듯 보였다. 그날이 오면 운전사가 없는 로봇택시는 손님에겐 더 저렴한 요금을, 기업에는 더 많은 이익을 준다고 했다. 이와함께 로봇택시와 손님을 연결해줄 우버 같은 카헤일링 업체의 기업가치도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2021년도 어느덧 한해가 다 지나갔지만 자율주행차는 도시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미래 모빌리티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수많은 혁신가들은 뭘 하고 있을까.

현재 모빌리티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아이러니하게도 ‘생산’이다. 자동차 생산은 구닥다리 기술 취급을 받았다. 전기차는 부품수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30% 이상 적기 때문에 누구나 전기차를 만들 수 있게 될 거라고 했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퇴물이 돼 손실 처리해야 하는 ‘좌초자산’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너도 나도 해보겠다는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때가 오자 생산의 문턱을 넘은 회사는 별로 없다.

리비안 전기픽업트럭 R1T

최근 가장 핫한 자동차 회사는 리비안이다. 리비안은 전기픽업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고출력을 요구하는 트럭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리비안은 험로 주행이 가능한 튼튼한 차체와 500km 이상 주행거리를 내는 픽업트럭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기차를 만든다고 했다가 못 만든 회사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완성품을 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리비안은 상장 후 일주일 만에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이 됐다. 제 2의 테슬라가 될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리비안은 자율주행, 스마트모빌리티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 않다. 리비안 전기픽업트럭에는 탑재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만도가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의 주행보조 부품은 현대차에도 들어간다. 안전하고 편리한 운전을 돕는 장치지만 자율주행으로의 확장성은 크지 않다.

희망회로를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리비안의 주요 주주인 아마존을 봐야 한다는 거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회사 죽스를 인수했고, 오로라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들의 자율주행 기술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리비안은 한번도 아마존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한다고 해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아직 시작도 안한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하기는 위험하다.

리비안이 과연 제대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할 수 있을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리비안은 9월 이후 5주간 하루 평균 1.5대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아마존에 납품하기로 한 물량은 10만대인데, 2030년은 돼야 한다고 한다. 150대를 만들어 인도 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직원들이 가져갔고, 일반 소비자 판매는 없다. 양산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포드 F-150 라이트닝

리비안의 앞길을 막아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미래가 없어 보였던 포드다. 포드는 리비안의 주요 주주기도 하다. 미래차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포드는 2019년 리비안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포드의 미래가 리비안에 달린 듯 보였다. 하지만 포드는 직접 개발한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내년 초 판매할 예정이다. F-150은 매년 미국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베스트셀링카다. F-150 라이트닝의 판매 가격은 4만 달러로 리비안(7만 달러)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F-150 라이트닝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15만대 이상 사전 예약을 접수했다.

양산 경험이 풍부한 포드는 대량 생산을 위한 채비를 갖춰가고 있다. 전기차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부품은 배터리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생산 합작 법인을 설립해 무려 1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생산 규모는 129기가와트시에 달한다. 하루에 1.5대를 생산하는 리비안의 7만 달러 전기차와 양산 경험이 풍부한 포드의 4만 달러 전기차의 경쟁에 승자가 누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포드는 리비안과 합작 개발, 플랫폼 공유를 추구하지 않겠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포드는 2년 안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생산업체가 되겠다는 계획”이라며 “더는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리비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기차 제작은 모두가 별거 아니라고 했찌만 대량 생산의 허들을 넘은 자동차 회사는 거의 없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에도 양산 가능한 플랫폼 기반 전기차를 만든 회사는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 밖에 없다. GM 조차도 자체 플랫폼 전기차 출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워크호스 전기트럭

1대라도 멀쩡하게 전기차를 만드는 리비안은 양반이다. 야심차게 전기차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금을 모았던 스타트업들은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미국 전기밴 회사 워크호스는 2020년 4월부터 1년 동안 주가가 2000% 이상 올랐다. 미국 우정 사업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배송 차량 교체 사업을 따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계약 규모는 68억 달러에 달할 거라고 했다. 또 C시리즈 트럭 주문이 1700대가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경영진이 교체되고 생산을 중단했다. 고객에게 인도했다던 밴도 리콜을 했다. 지금은 주가조작 혐의로 법무부와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워크호스 출신 CEO가 설립한 로즈타운 역시 마찬가지다. 로즈타운은 2019년 GM 오하이오 공장을 인수해 ‘인듀어런스’ 라는 이름의 전기 트럭을 생산하겠다며 관심을 모았다. 로즈타운은 올해 9월부터 트럭 생산을 시작할 거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올해 3월 공매도 전문 힌덴버그 리서치가 로즈타운이 사전 예약 주문을 부풀렸다고 폭로했다. 로즈타운은 힌덴버스 리서치의 폭로가 허위라고 주장했지만 6월 제출한 SEC 분기 보고서에서 자금난으로 폐업 위기라고 밝혔다. 로즈타운 모터스 역시 법무부,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수소트럭을 만들겠다며 혜상처럼 등장한 니콜라의 창립자 트레버 밀턴도 지난 7월 증권 사기 혐의로 고발됐다.

전기차용 배터리 팩을 만드는 로미오파워도 집단 소송을 당했다. 테슬라, 패러데이퓨처 출신 CEO가 만든 회사다. 로미오파워는 LG와 삼성, SK 등에서 배터리를 공급 받아 배터리 팩을 만들어 1억 4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거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배터리회사와 셀 공급을 받기로 한 계약은 없었고, 매출 목표도 90% 가까이 낮췄다. 그 와중에 대주주는 약 2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중국 바이톤 M-BYTE

모빌리티 버블은 미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중국의 테슬라라 불리던 바이톤은 현재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바이톤은 BMW의 하이브리드차 'i8' 개발을 주도한 카르스텐 브라이트펠트가 설립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출범 이후 텐센트, 폭스콘, CATL 등의 투자를 비롯해 총 1조 5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바이톤은 전기차 SUV인 ‘M-Byte’와 세단 ‘K-Byte’ 컨셉카를 만들어 각종 모터쇼에서 혁신성을 뽐냈다. 연간 30만대를 양산할 수 있는 공장도 만든다고 했다. 파산 절차를 통해 드러난 바이톤의 현실은 방만 경영 그 자체였따. 간식비로 1년에 700만 달러, 83억원을 쓰고 사원 유니폼은 명품으로 주문 제작했으며 비행기는 퍼스트 클래스만 타고 다녔다.

기업 데이터 업체 차차차에 따르면 중국에는 무려 32만 1천개의 기업이 전기차 사업을 하고 있다. 샤오야칭 중국 공업정보부장은 "현재 신에너지차 기업 숫자가 너무 많아 업체 규모가 작고 분산된 상태"라며 "기업 합병과 재편을 격려해 산업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정리 작업을 시작하면 얼마나 많은 전기차 회사가 폐업을 하게 될지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

소노모터스 태양광 전기차 시온

이 와중에도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독일 태양광 자동차 회사 소노모터스는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무려 155%나 올랐다. 소노모터스가 만든 시온은 248개 태양광 패널로 덮여 있고 일주일에 평균 117km 정도 주행거리를 늘려준다고 한다.

이미 상용화 돼 있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솔라루프 옵션을 달면 연간 1300km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태양광으로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에 얼마나 더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나마도 소노모터스의 시온은 2023년이 돼야 생산 판매가 된다고 한다. 과연 생산을 할 수 있을지, 그때 가봐야 알 것이다. 베트남의 삼성그룹으로 불리는 빈그룹의 자동차 회사 빈패스트는 2021 LA오토쇼에서 전기 SUV모델 2종인 VF e35와 VF e36를 공개했다. 빈패스트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가총액이 56조원에 달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참고로 연간 400만대 자동차를 만들어파는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50조원이다.

전기차를 양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가장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신진 세력의 선두주자 테슬라다. 머스크 CEO는 리비안 돌풍이 불자 트위터를 통해 “향후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 여부가 진짜 고비가 될 것”이라며 “그게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막지 못할 것 같았던 테슬라 역시 양산이라는 허들을 넘기 쉽지 않았다. 2018년 일론 머스크는 “지금 공장 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거기가 잠을 자기에 재밌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끔찍하다”며 “생산 지옥을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공언했던 생산 목표는 지키지 못했고 공매도가 이어졌다. 대량 생산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아는 머스크 CEO이기 때문에 리비안의 사정을 잘 알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세계 최대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의 다라 코즈로샤히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행사장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도 미래 모빌리티 광풍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현대차는 2020년 미국의 전기차 플랫폼 업체 카누에 투자를 하고 함께 전기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PBV를 개발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카누의 최고 경영진은 올해 중순 모두 퇴진했고 새로운 카누 회장은 현대차와 계약을 종료했다고 공개했다.

현대차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UAM 사업부은 우버의 모빌리티 사업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2020년 초 CES 현대차가 가장 공들여 홍보한 제품은 현대차, 우버의 로고가 박힌 실물크기의 개인용 비행체 컨셉이었다. 하지만 우버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에어택시 사업부를 매각했고, 현대차와의 관계도 단절됐다.

4년여에 걸친 미래 모빌리티 광풍은 실제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민낯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진짜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차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90만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새로 가동되는 연산 50만대 규모의 독일 공장이 가동되면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구닥다리 취급 받던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은 올해 50만대 가량 판매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150만대를 달성하고 2024년에는 테슬라의 판매량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는 2024년 폭스바겐이 17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160만대를 만드는 테슬라를 제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56만대로 설정했지만 이를 대폭 상향하는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높아질 수록 자율주행이 단기에 게임체인저가 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사람이 아예 운전을 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기술적 완성도가 훨씬 높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법과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 또 완전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다녀도 되는지 국민적 수용성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풀셀프드리이빙(FSD)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태로 상용화가 되지 않았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긴 해야 하지만 고속도로 등 운전 환경이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상황에선 거의 운전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편리하다. 또 사고율이 2%로 업계 평균 13%에 비해 현저히 낮다. GM은 반자율주행 기능 슈퍼크루즈를 적용해 사고율을 낮췄고, 95%의 주행 상황에서 대처 가능한 울트라 크루즈를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주가는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만, 미래는 현재의 예측과 다를 수 있다. 여전히 미래 모빌리티는 달성해야 할 과제지만 단기에 올 수 없다는 것을 최근 3~4년 동안 경험했다. 앞으로도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2025년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저부가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서 차를 못 만드는 현실에 누가 전기차를 잘 만들어 소비자에게 인도할 수 있을지, 그것이 현재와 내년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다. 올해는 누가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가에 더 주목해야 한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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