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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심복합사업이 뭐길래…찬반 갈라선 ‘수유동 사람들’

100m 거리두고 찬·반 사무실 위치해, 주민들 입장 첨예하게 갈려…"원수지간 보는 듯해"
김다솔 수습기자

마을 한켠에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수유12 구역 지킴이'가 자리잡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방송)

지난 19일 오전 눈 앞이 뿌옅게 보일 정도로 눈발이 거세게 날리는 강북구청 앞. 수유동 주민들 십여 명이 모여 '도심공공주택반대사업' 반대를 외쳤다.

수유동 토박이라는 집회 참가자는 "정부에서 새 아파트 준다고 하는데, 쫓겨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신축 빌라도 많은 지역을 헐어버리고 새 아파트를 짓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수유12구역'은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의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지난 2009년 재개발 광풍이 불면서 정비 예정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해제된 이력이 있다. 재개발을 추진했던 주민들은 가슴을 쳤고 반대 측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변화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정비 예정 구역이 해제되자 다세대 다가구들이 대거 들어섰다. 실제로 수유12구역의 '명물' 우이천 앞에는 재개발 후보 지역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신축 빌라 단지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모습은 자동차 두 대가 나란히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도로, 3~4층 높이의 낡은 빌라와 단층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중심부와 겉돌았다.

주민들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발표 이후 둘로 쪼개졌다. 도심복합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마을 한 켠에 '수유12 구역 주민대표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반대 측은 그곳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수유12 구역 지킴이’ 사무실을 열었다. 한쪽에서 찬성 동의서를 걷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선 반대 동의서를 접수했다.

사진은 재개발에 찬성하는 측의 사무실이다. (사진=수유12 구역 주민대표 준비위원회 홈페이지)

반대 집회에서 만난 주민은 "한 가족, 자매끼리도 의견이 나뉜다"며 혀를 찼다. 수유동에서 50년을 살았다는 주민 김 씨는 "원수지간을 보는 것 같다. 지난해 추석 전에는 입장이 달랐던 주민들이 서로를 밀치는 사건도 있었다"며 험악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동네 중심부에 있는 몇몇 공인중개사무소는 한창 영업을 해야 할 시간임에도 불이 꺼져 있었다. 찬성, 반대를 묻는 주민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아예 문을 닫았다는 후문이다.

주민들은 각자의 이유로 개발 지지와 반대로 나뉘었다. 찬성 측은 강북 최고의 명품 주거지를 꿈꿨다. 도심복합사업 덕에 끊임없는 주택 보수 공사와 결로, 곰팡이, 보일러 노후화 문제, 주차 눈치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찬성 측 주장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 찬성 비율은 본지구 선정 요건인 67%를 넘어섰다. 한 찬성 측 주민은 "좁은 골목 탓에 위급상황에 구급차가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인들이 특히 많이 사는 수유동이라 재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새로운 주거 공간에 대한 기대감보다 살던 곳에서 쫓겨날 것이란 우려가 더 컸다. 신축 빌라가 즐비한 곳을 뒤엎고 새로운 주택을 추가로 짓는 데도 의문을 제기했다. 반대 측은 40%의 주민이 도심복합사업에 반대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반대 여론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찬성 쪽 주장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도심복합사업 속 수유동 사람들은 대화의 물꼬를 찾을 수 있을까.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나서야 할 때다.

김다솔 머니투데이방송 MTN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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