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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인간, 아직은 서로의 힘이 필요하다

김주영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 IBM의 인공지능 로봇 ‘나오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뽐내고 있다.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인공지능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며 머지않아 도래할 인공지능 주도의 4차 산업혁명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관련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인간이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 최근 미국의 한 로펌에서는 인공지능 변호사를 채용했고, 중국에서는 인공지능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류에 축복일까 혹은 재앙일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들여다보기를 권고한다. 연산, 탐색 등 인공지능이 더 나은 부분이 있지만 반대로 인간 고유의 영역도 있는 만큼 상호보완, 공생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변 곳곳에서 기계와 인간이 힘을 합쳐 빛을 발하는 사례들을 찾아봤다.



기계와 인간이 협업하는 번역
한 번역 사이트에서 ‘백조 한 마리’를 검색해 봤다. ‘a swan’이 맞지만 ‘one hundred trillion 1’로 번역됐다. 기계 번역의 한계다. 많은 번역 사이트가 있지만 여기에 무한 의존할 수 없는 것은 인간만큼 정확하고 섬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역 전문가는 “언어에는 감정이 있다”며 “번역을 할 때는 수읽기와 달리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했는지 맥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 분야에서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생활하면서 번역이 필요할 때마다 전문가를 찾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부담스럽다.



기계 번역 못지않게 빠르면서 인간이 하는 것만큼 정확한 번역을 할 수는 없을까.

국내 한 스타트업이 이를 실현했다. 플리토는 기계와 인간의 힘을 합친 이른바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리토는 앱을 통해 번역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준다. 수요자가 앱에서 번역을 요청하면 해당 언어를 잘 아는 공급자가 해결해 준다.

공급자는 여럿일 수 있으며 수요자가 이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번역을 선택해 대가를 지급한다. 앞서 이용한 사람들이 매긴 별점을 통해 공급자의 실력을 참고할 수 있다.

공급자가 많아야 성공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누구나 쉽게 앱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2013년 개시 이후 3년 만에 173개국에서 600만 명이 이용할 만큼 성장했다.



손글씨 사진 파일도 번역할 수 있는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 ‘플리토’
(손글씨 사진 파일도 번역할 수 있는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 ‘플리토’)


이용자가 많은 만큼 가격 경쟁력도 높다. 플리토를 통하면 A4용지 한 장 분량 번역 비용이 1만 원 수준으로 번역가에게 의뢰하는 것보다 절 반 이상 저렴하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플리토는 기계 번역과 달리 텍스트뿐만 아니라 손글씨를 찍은 사진, 음성 파일도 번역할 수 있다”며 “빠르면서도 정확한 플리토는 기계와 인간의 대표적인 협업 사례”라고 강조했다.



명함관리 서비스, 아직은 기계보다 사람


비즈니스맨 등 100만 명이 이용하는 명함관리 앱도 기계와 인간의 협업 사례다.

이용자가 앱 카메라로 명함을 찍어 올리면 몇 십 분 후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등 정보가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된다. DB화하기까지 시간차가 있는 것은 수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앱 개발사에서 고용한 타자수들이 명함 내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한다.

기계가 아닌 인간의 손이 필요한 이유는 광학문자인식기술이 한글, 디자인된 문구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명함인식 앱 ‘리멤버’를 개발한 드라마앤컴퍼니의 최재호 대표는 “기존에도 광학문자인식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명함관리 앱이 있었지만 잘못된 글자가 입력되는 등 오류가 많았다”며 “인간의 손을 거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학문자인식기술의 인식 오류 예 [제공 : 자비스앤빌런즈]
(광학문자인식기술의 인식 오류 예 [제공 : 자비스앤빌런즈])


영수증 처리 대행 앱 ‘자비스’도 리멤버와 비슷한 원리다. 이용자가 앱 카메라로 영수증을 찍어 올리면 타자수가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 가계부, 장부를 만들어준다. 영수증을 광학문자인식기술로 인식하면 원본과 달리 엉뚱한 특수문자로 표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이 서비스 역시 기계의 한계를 인간이 손으로 극복한 예다.

자비스는 지난해 서비스 개시 이후 1년 만에 8000여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으며 입력된 영수증이 약 5만 장에 이른다.

자비스를 만든 자비스앤빌런즈의 신동민 이사는 “향후 영수증 처리 대행뿐 아니라 인사, 총무 등 기업의 지원업무 전반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털 검색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힘


포털사들이 잇달아 검색 서비스에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지 검색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식인 질문을 등록할 때 강아지 사진을 올리면 질문 카테고리가 자동으로 ‘생활·반려동물’로 표시된다.

카카오가 지난 3월 선보인 꽃 검색 서비스도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사례다. 꽃 사진을 올리면 컴퓨터가 이미지를 이해하고, 꽃 이름과 특성을 알려준다.
다만 검색 서비스에는 검색기술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역도 분명 있다.


대표적으로 선정적인 게시물을 걸러낼 때 인간의 힘이 필요하다. 검색 알고리즘이 최신 스팸성 콘텐츠까지 완벽하게 잡아내기 어려운 만큼 직원들이 직접 검색해 필터링하고 있다.

신조어 검색에 있어서도 인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털에 ‘사이다’를 검색하면 검색 알고리즘은 ‘설탕물에 탄산나트륨과 향료를 섞어 만든 음료’라고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이 신조어의 검색 값을 조정해 ‘속이 시원하다’라는 검색결과도 함께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카카오 관계자는 “검색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신조어가 나올 때마다 직원들이 검색 알고리즘의 값을 조정한다”며 “이를 ‘알고리즘의 튜닝’, ‘알고리즘의 고도화’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9호(2016년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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