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준페르미 준위 분리 현상, 세계 최초 밝혀

김용훈 교수와 연구진이 준페르미 준위분리 현상에 관해 설명하는 그림을 배경으로 서 있다. 사진제공=KAIST

국내 연구진이 70년 난제로 꼽히던 준페르미 준위 분리 현상을 원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KAIST는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용훈 교수 연구진이 반도체 소자 동작의 기원인 준페르미 준위 분리 현상을 제1원리로 설명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제1원리는 실험 데이터나 경험 모델을 사용하지 않고 슈뢰딩거방정식을 직접 푸는 양자역학적 물질 시뮬레이션 방법이다.

비평형 상태에 있는 나노 소자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전압 강하의 기원을 새 이론 체계와 슈퍼컴퓨터로 밝혀낸 것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첨단 반도체 소자 분석과 차세대 나노 소자 개발에 이론적 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준페르미 준위는 반도체 교과서에도 소개되는데, 반도체 소자에서 전압인가 상황을 기술하는 표준 이론이다. 그동안 트랜지스터와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다양한 반도체 소자에서 구동 원리를 이해하거나 성능을 결정하는데 경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준페르미 준위 분포 현상은 195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윌리엄 쇼클리가 제시한 뒤 70년이 지난 현재도 원자 수준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에서 후보로 주목 받는 단일분자 소자에서, 나노미터 길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전압 강하 현상을 최초로 밝혀냈다. 특히 전도성이 강한 특정 나노 전자소자에 대해 비선형적 전압 강하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준페르미 준위 분리 현상임을 밝혔다.

연구진이 수년에 걸쳐 새로운 반도체 소자 제1원리 계산과 이론을 만들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함으로써 가능했다. 이는 외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던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차세대 나노소자 전산 설계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에 지난 23일 게재됐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