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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질병, 개당 600원으로 누구나 진단할 수 있는 장치 발명

IBS연구진이 개발한 진단스피너, 1시간 내로 정확하게 진단해
박응서 선임기자

피젯스피너 장난감(왼쪽)과 진단스피너(오른쪽). 한손으로 가운데를 잡고 다른 손으로 스피너 날개를 회전시켜 작동한다. 사진제공=IBS

손가락으로 장난감을 돌리듯 누구나 손쉽게 세균 감염을 진단할 수 있는 장치를 국내 연구진이 발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빠른 진단이 필요 현장에 최적화한 장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조윤경 그룹리더(UN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이 장난감 피젯스피너를 닮은 수동 진단 기구 ‘진단스피너’를 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장치는 개발도상국의 작은 병원에서 진단까지 며칠 걸리던 감염성 질병 확인을 1시간 내로 단축시켰다. 뿐만 아니라 진단 정확도도 100%를 나타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세균성 질병을 큰 병원에서만 검사할 수 있어, 작은 병원에서 이를 확인하는데 며칠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작은 병원은 증상만 보고 항생제를 처방한다. 이에 잘못된 진단으로 항생제를 잘못 사용하는 비율이 59%에 달한다.

하루에 진단과 치료 건수가 매우 많은 큰 병원은 크고 자동화한 진단 장치를 이용한다. 그만큼 이를 작동하는데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동네에 있는 작은 병원처럼 진단 건수와 인원이 적은 곳은 간단하고 빠르며, 누구나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과학자들은 감염병처럼 현장에서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장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처리 기술을 작은 칩에 하나로 모아놓은 ‘칩 위의 실험실’과 미세한 관에서 액체 흐름을 조절해 처리하는 ‘미세유세칩’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는 ‘진단스피너’로 회전시키며 원하는 물질을 분리하거나 농축한다. 보통은 실험실이나 분석실을 갖춘 곳에서 전기로 작동하는 원심분리기와 필터를 이용한다. 장난감 피젯스피너는 손가락으로 가운데를 누르면 오랫동안 회전한다. 진단스피너도 같은 원리다.

연구진이 개발한 진단스피너에 소변 1ml를 넣고 한두 번 정도 돌리면 필터 위에 병원균이 기존보다 100배 넘게 농축된다. 이 필터 위에 시약을 넣고 기다리면 살아있는 세균 농도를 색에 따라 눈으로 판별할 수 있다. 또 세균 종류도 알아낼 수 있다.

세균 검출 뒤에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는지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한다. 두 과정 모두 각각 농축에 5분, 반응에 45분이 걸렸다. 둘다 1시간 내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실제 인도 티루치라팔리 시립 병원에서 자원자 39명을 대상으로 실제로 세균성 질병 진단에 이용했다. 진단스피너로 검사 결과가 1시간 내로 나왔고, 병원에서 세균 배양에 실패한 사례도 정확하게 진단해냈다. 이에 따라 항생제 오남용 비율을 0%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윤경 그룹리더는 “항생제 내성검사는 쉽지 않아 현대적인 시설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로 빠르고 정확하게 세균을 진단할 수 있어 개발도상국 의료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아이작 마이클 연구위원은 “진단스피너는 개당 6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비전문가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19일(한국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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