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두터워지는 TSMC 연합전선…반도체 지형 꿈틀

TSMC, 美 이어 日에 진출..개발거점 구축키로
김이슬 기자

<대만 TSMC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다툼이 벌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미·일 연합에 우군으로 등장했다. 차량용 부품 부족부터 시작된 전방위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확산되는 가운데 향후 5G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에 들어갈 반도체 확보 전쟁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TSMC는 미국과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면서 1위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200억엔(한화 약 2100억원)을 들여 일본 쓰쿠바시에 연구개발(R&D) 거점을 세우기로 했다. 이곳에서 반도체 적층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3DIC(수직적층반도체) 소재 연구를 강화할 예정이다. 일단 세계 반도체 업계가 격전을 벌이는 '후공정'부터 시작해 보다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전공정' 분야에서까지 협력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TSMC는 기술 유출 방지 차원에서 공장과 개발 거점을 모두 자국 내에 뒀지만 최근들어 공격적인 해외진출로 세계 각국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나가는 양상이다. 지난해 5월에는 120억달러(약13조3천억원)을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초로 해외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애플과 퀄컴, 인텔 등 글로벌 주요 고객사가 있는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둬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려는 포석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사 주문과 생산 공정 기간을 줄여야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TSMC는 올해 시설투자에 역대급인 31조원을 투입할 계획도 세웠다.

이번 협력은 TSMC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미·일 정부의 러브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거점을 자국 본토에 세웠을 때 대규모 세제 혜택을 준다. TSMC를 필두로 대만 반도체 업계는 중국 견제 흐름속에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신뢰도 두터운 상태다. 일본 정부도 TSMC에 일본기업과 연계를 강화하는 데 보조금을 지원할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투자의 경우 고객사의 니즈를 바탕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요 기업과의 협력이 뒷받침됐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강국의 패권다툼과 반도체 기술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국제 연합전선이 짜여지면서 반도체 지형이 꿈틀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세계 주요 산업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자립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는 상황이다. EU는 500억유로에 이르는 반도체 제조기술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폭스바겐과 BMW 등 완성차 업체가 있는 독일은 10억유로, 한화로 1조원 이상의 금액을 바로 투자할 의지가 있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반도체 소재 국산화로 일본 소재 기업이 타격을 입은 것처럼 훗날 한국 반도체 산업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생태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대 경쟁사인 공격적인 투자를 관망하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도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70억달러(약19조원)을 들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주정부와 세금 감면 혜택을 놓고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와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6%대로 TSMC(54%)의 3분의 1 수준이다. TSMC의 독주 속에서 세계 5위 SMIC를 보유한 중국 역시 미국 압박에 맞서 '반도체 굴기'를 세우려고 한다.

미국과 일본, 대만의 연합전선이 공고해질 수록 삼성전자의 입장은 난감해질 수 있다. 삼성은 미국 외에 중국 시안에도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와 충칭에 생산거점을 뒀다. 미국과 중국 패권 다툼이 거세져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어느 한 편만 들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 업체에 기술과 인력이 유출되는 상황도 직면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닛케이는 지난 8일 삼성전자를 둘러싼 중국 기술 탈취 문제를 보도했다. 닛케이는 "중국 패널업체 BOE와 SMIC로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유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