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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공급 초과 수소 경제...결말은 "막장 드라마" (?)

기업들 수소 생산 목표 2025년 40만톤 넘어
사용처 불문한 대규모 투자, 향후 수요 부담으로 이어져
권순우 기자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수소 산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를 만드는 현대차는 물론 철강 사업을 하는 포스코, 정유 사업을 하는 SK도 수소 생산에 나섰습니다. 한화그룹과 효성그룹도 전사적으로 수소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반기 중에 한국판 수소위원회를 설립해 'K-수소 동맹‘을 결성하겠다고 합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전 세계 국가들이 수소 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밖에 없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꾸준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간헐성이 있기 때문에 저장, 유통이 용이한 수소의 백업이 필요합니다.

수소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은 십분 공감하면서도 최근 기업들이 발표하는 수소 로드맵을 보면 그 많은 수소를 어디에 사용하려고 하는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7천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2025년까지 7만톤을 생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30년까지 50만톤, 2050년에는 500만톤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SK그룹은 2023년까지 인천정유화학 부지에서 3만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2025년까지 25만톤을 더해 총 28만톤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생산 목표입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현재 3500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최대 3만 7200톤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효성그룹은 효성중공업에서 글로벌 가스 업체 린데그룹과 함께 액화수소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3년까지 1만 3천톤의 액화 수소를 생산합니다.

국내에서 처음 수소 액화 플랜트를 건설한 두산중공업은 2023년부터 하루 5톤, 1800톤의 수소 생산 공장을 가동합니다. 한화그룹은 강원도에서 풍력발전을 활용해 연간 290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합니다.

대표적인 수소 생산 계획만 나열한 것인데, 이것만 더해도 2025년에는 국내에서 40만톤의 수소가 생산됩니다.

40만톤이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감이 잘 안오시지요?

수소전기차 넥쏘 1대는 수소 1kg이면 100km를 달립니다. 일반적으로 1년 간 2만km를 주행한다면 연간 200kg의 수소를 씁니다. 40만톤이면 넥쏘 200만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소입니다.

지난해 넥쏘 판매량은 5786대에 불과합니다. 환경부는 보조금 예산을 확보하고 보급 목표를 1만 180대로 설정했지만 판매량은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일부 생산 차질이 있었고 수소충전소 설립이 지연되면서 수요가 부진해 목표의 55%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넥쏘가 출시된 이후 판매된 전 차종을 합산해 봐도 1만대 수준입니다. 올해 목표는 1만 5천대로 잡았는데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수소전기 버스 판매는 지난해 79대, 올해 보급 목표는 180대고, 수소트럭은 아직 국내에 판매되지 않고 있습니다. SK, 포스코는 현대차로부터 순차적으로 수소 차량 각각 1500대씩 구입해 운행한다고 합니다. 그래봐야 이들이 생산하게 될 수소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현대차 2030년 수소전기차 목표가 50만대입니다. 아무리 카고트럭, 청소차 등을 개발한다고 해도 25년까지 생산될 40만톤의 수소를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많습니다.

SK는 “1단계로 생산하는 액화 수소 3만톤은 넥쏘 7만 5천대가 동시에 지구 한바퀴를 도는데 필요한 양”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2023년까지 넥쏘가 그만큼 보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넥쏘를 타고 지구 한바퀴를 도는 사람도 없습니다.

SK 관계자는 “각각 큰 프로젝트들이고 협업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며 “용처가 있긴 있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 역시 “수소 경제가 활성화 되면 다양한 수소 사용처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발전용으로 수소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까지 1GW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보급할 계획입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소나 천연가스 등 연료를 넣으면 전기가 발생하는 장치입니다. 전기는 만들면 전력망을 통해 얼마든지 팔 수 있기 때문에 수소가 많아도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설치 되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소가 아니라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대량의 연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으로 연료를 조달해서 사용합니다. 기업들이 수소를 생산해 봐야 발전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거지요.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소는 대산에 있는 40만 MWh급 대산그린에너지가 유일합니다. 이곳은 처음 설계할 때부터 한화토탈로 부터 부생수소를 공급 받아 연료전지 발전을 하도록 설계한 곳으로 10년 이상 준비된 곳입니다.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입니다.

2023년, 길어봐야 2025년까지 수소를 직접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소를 대량으로 보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작정 수소 생산을 늘리고,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소 발전을 늘리는 것도 부담입니다. 액화수소를 운송해서 발전용으로 사용하면 운송료 때문에 발전 원가가 비쌉니다. 천연가스를 개질하고 탄소를 포집한 블루 수소 역시 발전 원가가 비싸죠.

업체들이 수소를 생산한대로 다 발전용으로 활용하면 발전 원가가 상승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연료전지 발전에 대한 지원 제도 ‘수소발전의무화(HPS)'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만약 40만톤의 비싼 수소를 값싼 전기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이 차액을 업체들에게 보전 하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 가늠이 잘 안됩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수소 생산 목표는 개별 기업들의 계획이라 정부가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수송용, 발전용 등 다양한 용처를 함께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의 깃발을 들자 여러 기업들이 수소 생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은 그나마 고난도의 연구개발 없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철강, 정유화학 업체들은 공정 과정에서 수소를 생산해 봤기 때문에 더 빨리 진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린 수소가 아니라 부생수소나 그레이 수소를 액화시키는 플랜트는 단기에 확충이 가능합니다.

국내 수소 산업 단계에서 수소는 부족하지 않고 시급하지도 않습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수소의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추는 것과 청정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2050년 기나긴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기나긴 여정에서 어려운 과제는 미루고 단기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수소 생산에 몰두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기업들은 수소 생산을 전면에 내세우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의 실천 소재로 활용하고 주가 부양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색을 가장한 산업 '그린워싱(greenwashing)'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 많은 수소를 어떻게 활용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혹시 일단 생산해 놓고 수요를 국민의 부담으로 만들어 내려는 것은 아닐까요? 당장 2년후, 4년후에 일인데 누구도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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