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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재산권 보호, from 공개매수 to 주비이보(충실의무)

경영권 지분 매각시 소수주주 공개매수 OECD중 한국만 유일하게 배제
주주평등권, 미국 유럽 홍콩 일본은 이사의 충실의무로 보호..한국만 지배주주 ‘내 맘대로’
상법 개정해 주비이보 정상화하고 국민연금과 21세기 동학개미 계좌 보호해야
유일한 기자

‘주주의 비례적 이익(Shareholder's proportionate Interests) 보호’라는 개념은 오늘날 서구 자본주의의 번성을 이끈 법과 제도의 근간이다. 풀어 쓰면 매우 쉽다.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차별 없이 모든 주주는 가진 지분만큼 재산권을 보호받는다는 말이다. 누구로부터? 주식회사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로부터. 미국은 이사회도 아니고 지배주주가 알아서 비지배주주(소수주주)를 보호해야한다는 인식과 실행까지 나아간 상황이다. 주주의 권리란 무엇인가. 주총에서 한 주당 한 표를 행사할 의결권과 배당금 등을 지분만큼 가질 재산권을 일컫는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미국 유럽 홍콩 심지어 일본의 모든 주주들은 주비이보를 누린다. (일본의 주주들께 조금 죄송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맨 후반에 배치했다.)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국가와 사회, 기업의 번성, 그리고 각 가정의 안전과 행복을 꾀하는 대부분 나라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주요국중 예외인 나라가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소수 주주들만 법의 미비로, 지배주주 중심의 자본시장 생태계 속에서 주비이보 울타리 밖에 방치돼 있다. 사사건건 소중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한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본인들이 이렇게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속에서 편취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소수주주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칼럼에서 다소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 특정기업과 지배주주, 자본시장 플레이어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시장참여자들의 사고와 전략,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가 주비이보의 정신에 맞게 정비되는 게 먼저다. 모든 주주의 윈-윈을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0. 지배주주라고 100% 프리미엄 보장, 13년 소액주주는 제로..한국만의 방식

사건은 지난 3일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아니 태초부터 잉태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위치한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 LP(엘피)가 한샘의 이사회에 ‘귀사가 보유한 인허가 자산이나 지식재산권 및 귀사가 체결한 주요 계약에 관한 자료 등 인수 가격을 정하는데 필요한 회사의 정보를 인수자에게 제공하지 말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조창걸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는 30.2%의 지분을 시가보다 약 100% 높게 팔려고 한다. 반면 9.7%의 지분율 보유한 2대주주로서 13년이나 함께 해온 자신들은 프리미엄커녕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판단에서다.
테톤 캐피탈측은 두 차례나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한샘의 이사회, IMM PE와 주주환원 등에 대해 소통을 시도했지만 이사회는 ‘지배주주의 사적인 거래’라며 IMM PE는 ‘아직 딜이 마무리 되지 않아 입장을 표명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가 가진 지분만큼 비례적으로 보호받는 게 상식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그런데 IMM PE의 한샘 경영권 인수 과정에선 양자 간 뚜렷한 이해상충이 발생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던 2대주주는 소송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지배주주의 사적인 거래에 회사의 공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기밀을 제공하는 것은 이사의 배임 소지가 있다’는 논리를 세워 유지청구서를 제출했다.

테톤 캐피탈 측은 ‘회사의 업무에 관한 지배권을 의미하는 경영권은 지배주주가 아니라 주주 전체의 재산에 해당한다.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이익을 내서 주는 배당처럼 주주 모두에게 가진 지분만큼 비례적으로 분배하는 게 당연하다’고 호소한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리미엄을 전체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나누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공개매수(tender offer)를 꼽을 수 있다.
인수자가 지배주주에게 지불하기로 한 가격에 소수주주 지분 전체 또는 일부를 사는 방식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공정하게 책정되어야 하는데 최소한 지배주주 매수가격과 같아야한다. 이를 의무화한 게 의무공개매수 제도이다.
한 회사의 지배권 즉 경영권이 제3자에게 갑자기 이전될 때, 기존 경영진을 보고 투자해온 소수주주가 회사를 떠날 기회를 제공하면서 가격을 공정하게 책정, 소수주주의 피해를 막아 주주평등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의무공개매수 제도, 우리에게 낯설지만 오래전 20세기에 굵고 짧은 만남이 있었다.
1997년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은 최대주주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새로 25% 이상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이미 25%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추가로 주식을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공개매수에 의해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1주를 취득하도록 의무화했다.
끼리끼리 경영권 지분을 사고 팔 경우 소수주주의 재산권이 훼손되는 문제를 방지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마련된 것.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고 기업구조조정이 사회의 현안으로 대두되는 와중에 의무공개매수가 인수합병(M&A)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폐지된다.
불과 1년여 만에, 한시적 유예도 아니고 딜리트(delete)였다. 싹이 트기도 전에 제거된 셈이다.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는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이후 2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주요 기업들이 성장하고 대외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공개매수의 재등장은 허용되지 않았다.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의 활력을 위해 여러 차례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경영권 방어와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재계와 여기에 동조하는 많은 분들의 활약(?)에 번번이 좌초했다.
급기야 2020년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무공개매수 재도입을 담은 상장회사특례법을 발의했지만 여야 간 상법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말 그대로 ‘쏙’ 빠졌다.

한 기업 소송 전문 변호사의 말이다.
“경영권 지분 양도시에 일반주주의 매수청구권 혹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는 나라는 OECD국가 중에 한국이 유일하다. 왜 똑같이 주주로서 투자한 지분만큼 위험을 졌는데, 그 보상을 대주주가 독차지 해야 하는가. 근대문명국가라고 할 수도 없다. 하루빨리 부활해야한다.”

1. 꼬리를 무는 주주평등권 침해의 사례들, 이해상충 거래 갈수록 노골적

법과 제도의 구멍(한자어로 미비 또는 흠결)에서 비롯되는 불공정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배주주만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전 세계 최고, 최악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인수자 입장에서 지불한 높은 가격은 인수 후 남아있는 소수주주들로부터 노골적으로 보상받는 사례가 속속 나타났다.
인수 후 시장 가격이 매우 떨어졌을 때 공개매수를 통해 부족한 지분을 인수하거나 심지어 자진상폐까지 시도하는 방식이다.
굵직한 사례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2016~17년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인수했다. 경영권 지분 인수가격은 주당 8,700원. 반면 합병에 반대한 소수주주들이 주식매수청권을 행사한 가격은 7,999원에 그쳤다.
이즈음 KB금융이 현대상선으로부터 현대증권을 인수했는데 여기는 더 심했다. 지배주주 인수가격이 주당 2만3,182원, 소수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권은 주당 6,637원에 불과했다.
KB금융이 1차로 확보한 지분은 22.6%. 이후 현대증권은 KB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KB금융의 100% 비상장자회사로 편입됐다.
공개매수, 지분 교환 등의 과정에서 KB금융이 소수주주들에게 제시한 가격의 수준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2017년에 마무리된 현대증권 대우증권 금호산업 삼성테크윈 등 4건의 인수 사례에서 소수주주들이 입은 손실이 약 5조4천억 원으로 조사됐다.
경영권 매각 가격이 소수주주들의 매각 가격보다 평균 140%나 높은데 따른 결과였다. 전형적인 이해상충 자본거래의 결과인 것이다. 자본거래의 합은 제로(0)로 수렴된다. 소수주주 즉 비지배주주의 손실은 지배주주의 이익에 다름 아니다.
한샘의 경영권 인수로 논란의 중심에 선 IMM PE는 과거 화장품 제조 판매 회사 에이블씨앤씨, 골판지 제조업체 태림포장과 동일제지(현 태림페이퍼)의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불공정한 가격으로 소수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동일제지의 경우 자진 상폐 이후 극소수의 주주들이 남아 소송을 벌인 끝에 사모펀드의 주식매도청구권(3,600원)보다 크게 높은 1만3,261원에 구제받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과정에서도 지배주주(MBK파트너스) 지분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인정됐고 그 결과 MBK는 2조원이 넘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진행중이다.
당장 한온시스템의 사례. 이 회사 지분율을 보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50.5%를 보유한 1대주주이며 한국타이어가 19.5%를 가져 2대주주, 국민연금이 6%를 보유한 3대주주이다.
1대 주주 한앤컴퍼니가 매각을 추진 중인데, 태그-얼롱(tag-along) 계약을 맺은 2대주주까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보장된 것으로 전해진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 나머지 비지배주주들은 그야말로 ‘개털’이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나 할까.



국민연금 얘기가 나와서 잠깐 덧붙이면...
우연처럼 한샘의 3대주주이기도 한 국민연금은 경영권 인수와 엑시트(매각) 성적이 좋은 주요 사모펀드(GP)의 가장 큰 물주(LP)다.
IMM PE,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등 내로라하는 사모펀드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돈을 받아 크고 작은 거래를 진행한다. 국민연금은 동시에 웬만한 상장사의 주요 주주이다.
그런데 경영권 매각시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간 심각한 주주불평등(이해상충 거래) 탓에 국민연금을 배신하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사모펀드에게 번번이 뒤통수를 얻어맞으면서 때가 되면 대체투자다,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하면서 그 사모펀드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분배하는 형국이다.
국민연금 안의 담당 부서가 다를 것이다. 전체 조율은 누가 할까도 궁금하다.

2. 해외의 공개매수제도를 들여다보니..

북미나 유럽 그리고 가까운 아시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사정이 우리와 같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까. 반면 우리만 지배주주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소수 주주는 공개매수 없이 방치된다면?
다른 나라 사례를 보자. 공신력 있는 단체로부터 얻는 자료에 기반해 정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도 참고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쥐꼬리 배당에 의미 있는 자사주 매입 소각도 없는 상장사에 1O년 넘는 장기투자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지배주주만 100% 프리미엄을 받고 엑시트하는 날벼락을 맞은 비지배주주의 입장에서 음미해보길 바란다.
글을 읽은 여러분은 거의 100% 비지배주주가 아니겠는가. 하다못해 국민연금도 비지배주주 즉 소수주주이다.

영국
의결권의 30%이상 취득하는 경우 혹은 이미 30% 이상 50%이하 보유자가 1% 이상 추가 취득 시 응모하는 전 주식의 의무공개매수를 요구한다.
매수 가격은 본인이 과거 12개월 이내에 지급한 최고가 이상으로 한다. (매수자의 자금 부담이 커져 무분별한 인수합병을 막는 효과가 있다)

프랑스
의결권 지분의 3분의 1 이상을 취득하고자 하거나, 혹은 이미 의결권 지분 3분의1 이상 2분의1 이하의 주식을 보유한 자가 1년 내에 2% 이상의 의결권 주식을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모든 잔여 주식에 대하여 의무공개매수를 해야 한다.

일본
매수자가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지분매수를 하는 경우 공개매수가 의무화된다.
영국과 다른 점은 영국은 일정한 지분을 매입한 이후 의무공개매수가 이뤄지지만 일본은 일정한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 사전에 공개매수가 의무화 된다. 한발 더 나간 조치다.
매수 후의 주권 비율이 3분의 2 이상이 되는 경우 공개매수자는 전부 매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일본도 우리처럼 한동안 의무공개매수가 없어 주주불평등에 시달리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음이 적지 않았다.)

<매우 빈번한 미국의 초대형 M&A>
Source: Intellizence M&A Dataset

3. 미국의 사례는 돋보기로 검증하자

미국은 유럽보다 더 엄격하다. 의무공개매수를 명시하지 않는다. 대신 지배주주와 이사회에 더 엄격한 소수주주 보호를 요구한다.
델라웨어 대법원 등의 숱한 판례로 소수주주권 보호, 주주평등권 보장이 엄격하다.
이에 따라 경영권 지분 매각을 둘러싼 전반적인 공정성(entire fairness)을 요구하는데 여기에는 가격 결정의 적정성(fair price)과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fair process)을 포함한다.
이사회는 인수자의 의사를 인지한 즉시 이러한 공정성을 인정받을 장치를 가동해야한다. 주주평등권 위반 시 소수주주들이 민사소송을 하게 되고 입증 책임은 회사와 이사회가 진다. 소송에서 누가 유리할까.
그래선지 미국의 경영권 인수는 100% 지분 인수 방식이 일반적이다. 소수 지분을 조금이라도 남겨두면 ‘나중에 무엇에 쓰려고 저럴까’라는 의심을 사기 때문이다.
100%를 다 사야하기 때문이 프리미엄이 저절로 줄어든다. 프리미엄이 줄어들기에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미국식(式)이 정답은 절대 아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실사구시 해야 한다.

*최근의 사례
1)빅파마 화이자가 지난 8월 트릴리움(Trillium Therapeutics)이라는 신약개발 회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발행주식 모두를 주당 18.5달러(기업가치 22억6천만 달러)에 공개매수로 인수하기로 했는데 이는 트릴리움의 60일 가중평균주가에 118%를 부여한 것이다.
소식이 알려진 당일 트릴리움 주가는 190%나 뛰었다. (모든 주주를 상대로 한 100% 인수로 딜이 깔끔하게 진행되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공개매수에 응할지 아니면 추후 기회를 봐야하는지 눈치작전이 치열한 우리네 모습과 대조된다.)

2)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뉘앙스(Nuance Communications)라는 회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역시 100% 지분 인수다. 인수가는 주당 56달러로 전날 종가에 23%의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기업가치는 부채를 포함해 197억 달러로 책정했다. 마크 벤저민 CEO는 유임된다. 딜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미국에선 한 달이 멀다하고 초대형 M&A가 터진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경쟁력, 생산성이 배가 되고 자본시장이 모멘텀을 얻는다.)
*유명 지배주주도 예외 없이 같은 조건으로 경영권 매각
1)2018년 시작돼 2019년에 마무리된 디즈니의 폭스 그룹 인수는 진행 중 디즈니 주가의 상승으로 딜 규모가 710억 달러에서 830억 달러로 불어난 초대형 M&A였다.
폭스의 루퍼트 머독 회장은 발행주식 17%를 보유하고 있었다. 의결권 지분은 39%였다.(차등의결권, 자사주 등에 따른 보유주식과 의결권 지분율의 차이다.)
M&A 표결에서 머독 회장이 행사한 의결권은 17%로 고정됐다. 머독 회장 포함 모든 폭스 주주들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현금으로 주당 38달러를 받거나 아니면 디즈니 주식을 받거나. 디즈니의 공개매수는 없었지만 폭스의 모든 주주들에게 특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2018년6월18일 디즈니의 최종 제안이 폭스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졌고 한 달 후 폭스의 모든 주주들을 상대로 찬반투표가 이뤄졌고 가결됐다.)
2)우리에게 익숙한 호텔 체인 힐튼. 2007년 블랙스톤이 힐튼을 인수할 때 힐튼 패밀리는 5.3%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그러나 다른 수많은 비지배주주들처럼 주당 47.5달러를 받았을 뿐이다. (같은 2대주주이지만 한샘의 테톤 캐피탈과 대조된다.)

*막대한 의결권 가치가 증발하는 사례도 등장
1) 2020년 세일스포스의 슬랙 인수에서는 기존 지배주주의 엄청난 의결권이 ‘해소’되는 믿지 못할 장면이 나타난다.
슬랙의 CEO가 보유한 지분은 발행주식의 7.3%. 그런데 이른바 ‘10배 의결권 주식’ 조항에 따라 경영권 매각 등 주요 이벤트에 57%의 의결권을 보장받고 있었다. 57%라면 못할 일이 없는 압도적 지분이다.
얼마든지 소수 주주들을 쥐어짤 딜 조건을 짜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CEO가 갖고 있던 차등의결권은 세일스포스에 조금도 넘어가지 않고 소멸했다.

미국의 경영권 인수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의 말이다.
“미국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선관의 의무가 철저해 100% 인수로 대부분 이뤄진다. 경영권 지분(예 30%)만을 인수할 경우 경영권을 확보한 인수자가 향후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시장에서 한샘 케이스와 같이 30% 경영권 지분만 인수하는 케이스가 발생한다면 지배주주 지분만 프리미엄 높게 주고 인수할 수 없을 것이다.
대신 모든 주주가 참여하는 이른바 비례적 공개매수(Pro rata tender offer) 방식을 띌 수밖에 없다. 반면 대부분 한국의 경영권 인수는 비지배주주의 재산권을 편취하는 사후 절차를 가정하고 프리미엄이 책정되고 거래가 진행된다.”

삼성전자의 차 부품회사 하만 인수는 2017년3월 마무리됐다. 물론 100% 지분 인수였다. 하만의 주주들은 지배주주, 비지배주주 할 것 없이 주당 112달러를 현금으로 받았다. 삼성이 책정한 기업가치는 80억 달러였다.
당시 외신을 보면 CEO인 디네시 팔러월이 유임됐고 노동자와 본사, 설비들 그리고 브랜드도 그대로 존속됐다.
하만 주식은 인수가 완료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폐됐다. 하만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당연히’ 지배주주 지분만 높은 프리미엄으로 매매됐을 터다.
같은 맥락에서 한샘이 미국 영국 프랑스 심지어 일본에 상장됐다면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가 같은 조건에서 지분을 파는 경영권 양수도로 처음부터 공정의 절차를 밟아 진행됐을 것이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4일 31년만의 최고가를 경신했다. 새 내각에 거는 기대감이라고 하지만 주비이보가 영미 수준으로 개혁된 영향이 크다고 본다.)

4. 대안은 무엇일까... 공개매수를 넘어 주비이보

경영권 지분 매각시 비지배주주에 대한 공개매수의 유무는 이처럼 주주간 계좌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바탕에는 소수주주의 재산권도 보유한 지분 만큼 비례적으로 보호하는 게 공정하다는 주주평등권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주주는 1주당 1표를 행사하며, 보유한 지분만큼 비례적으로 재산권을 갖는다는 주주평등권은 주주자본주의의 헌법과도 같다. 주요 나라와 거래소에서 이러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법과 판례로 규정하고 강제하는 이유다.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가진 지분만큼 비례적으로 보호(주비이보)할 책무는 마땅히 이사회와 이사진에게 있다.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Fiduciary duty)라고 한다.

24년 전 잠깐이지만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하는 저력을 선보였던 우리의 경우 당연히 관련 규정이 있다. 상법 제382조의 3항이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이사가 회사를 위해 불법을 하지 않고 정관에 따라 충실하게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규정이다. 횡령이나 배임 같은 배신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회사를 위한다 함은 회사라는 법인은 물론 회사의 설립주체, 동반자 심지어 주인으로까지 불리는 주주도 당연히 포함되는 게 국제 표준이다.
사실 그래서 국내의 많은 상법 전문가들도 지금의 법만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 의무를 강제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역사적 현실은 아쉽게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주비이보와 거리가 멀게 된 분수령은 바로 에버랜드의 저가 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한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문의 일부를 길지만 인용한다.
“이사가 주식회사의 지배권을 기존 주주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지배권의 객체인 주식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데,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식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고,
더욱이 경영권의 이전은 지배주식을 확보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한 것이어서, 회사 지분비율의 변화가 기존 주주 자신의 선택에 기인한 것이라면 지배권 이전과 관련하여 이사에게 임무위배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본 칼럼도 한 문장 한 문장이 짧지 않지만 판사님들 제발 판결문 좀 짧게 짧게 써주세요. 쉬운 용어라면 더없이 환영합니다;;;)

CB를 제3자에게 저가 발행하는 의사결정을 두고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뿐 주식회사의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회사와 주주를 완전히 분리해 판단한 결과에 따라 이사에게 배임의 불법이 있지 않다는 다수 의견이었다.
이 판결 이후 이사들은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임면권을 쥐고 있는 지배주주의 이익에 충실한 방향으로 공개적으로 또는 노골적으로 내달렸다.
주식회사의 계좌에만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 밖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주비이보를 역행하는 자본거래(인수&합병 분할 공개매수 상장폐지)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그치지 않는다.
GS홈쇼핑의 소수주주들이 GS리테일과의 합병 비율이 공정하지 않다고, 현대엠앤소프트의 소수 주주들이 현대오토에버와의 합병 비율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을 하고 소송을 해도 합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졌는데 주식회사의 계좌에 무슨 손실이 있느냐, 배임이 없는 합법거래라는 식이다. 대한민국만의 룰(rule)이다.
합병뿐인가.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별도 상장할 경우 기존 소수주주들의 기본권(이 경우 재산권은 물론이고 의결권까지)이 훼손된다는 비난이 일어도 ‘하나가 둘로 쪼개질 뿐 회사의 계좌에는 손실이 없다’는 논리 하나로 목적지까지 직행한다.

여기서 잠깐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71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 현황(9월1일 발표)을 잠깐 보자. 공정위가 총수라고 지칭한 최상위 지배주주 쉽게 말해 회장이 있는 그룹이 60곳, 나머지가 11곳이다.

회장이 지배하는 60개 그룹의 평균 내부지분율(계열사 전체 자본금에서 회장과 친척, 국내외 계열사, 자기주식, 비영리재단 등이 보유한 자본금의 비율)은 1년 새 1%포인트 증가한 58%에 달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회장과 그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고작 3.5%였다.
3.5%를 58%로 불려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 문어발식 확장의 결과물인데, 그 정도가 심해진 것이다.

에버랜드 CB 대법원 판결과 공정위 내부지분율을 조합하면
'지배주주 일가가 계열사와 비영리 재단, 자기주식까지 동원해 지배권을 16배나 뻥튀기하며 경영권 독점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사들까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외면하고 지배주주에 충실하도록 법과 판례가 가동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현실에서 주주평등권이 지켜질 수 있는지, 주주평등권이 보호되지 않는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필연일 수밖에 없다.

상법을 바꿔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회사를 법인으로 좁혀보는 매우 편협한 해석이 주류인 만큼 법 조항에 '주주'를 첨가하면 된다.
(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5. 상속세법이 제일 문제인가

주식투자를 꽤 높은 수준에서 정상적인 방법(장기투자, 가치 투자)으로 하는 자칭 주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한국시장의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과도한 상속증여세율을 꼽는다.
‘내재가치를 계산해 저평가가 매우 심한 우량한 주식이라고 판단하고 장기투자를 하는데, 세금을 아끼기 위해 대주주들이 주가를 내리 누른다’는 한탄이 비등하다.
최고 65%에 이르는 상속증여세율을 낮추면 세 부담이 줄어들어 주가를 누르려는 욕망이 약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세금을 많이 내고픈 사람은 없다. 절세가 인지상정이다. 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하고 상장사는 100% 시장가격에 따라 세액이 결정되니, 상속증여를 앞둔 지배주주라면 주가가 낮은 게 유리하다.
실제로 대놓고 주가를 낮추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니 드러나지 않는 수법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주가를 누른다는 정황이 한둘 아니다.

필자는 반만 동의한다. 상장사의 상속세 기준을 100% 유통시장 가격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익명의 대중이 사고파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유통시장 가격이 공정하다는 생각에 따른 것인데, 앞서 얘기한 지배주주의 압도적인 경영권 뻥튀기, 이사의 충실의무 공백 등을 고려할 때 특정 시기의 시장 가격은 지배주주의 의도대로 얼마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다.
시장 가격에 비상장사 가치 평가에 적용되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 개념을 더하면 공정함을 배가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 관할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선전을 기원한다. 기획재정부 법무부 국세청도 지원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다시 상속증여세율 인하론으로 돌아오면. 일단 지배주주에 대한 최고세율 인하가 쉽지 않다. 세수 입장에서 보면 실리도 적다. 상속증여세는 전체 세수의 2% 정도로 크지 않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묻고 싶다.
세율이 높아 지금의 불공정한 경영권 매각이 꼬리를 무는 것인가.
세율이 높아 심각한 이해상충을 수반한 자본거래가 꼬리를 무는 것인가.
세율이 높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착화된 것인가.

정확한 처방을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작금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본시장의 헌법인 주주평등권 훼손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사들이 지배주주뿐 아니라 비지배주주까지 비례적으로 이익을 보호하도록 큰 원칙 즉 자본시장의 헌법만 제위상을 찾아주면 된다.
구체적인 사건사고의 해결은 이사회와 주주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상속증여세 논란도 이사의 충실의 의무로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이사와 이사회는 지배주주 일가의 상속과 증여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위치에 있다.
사실 많은 상장사의 지배주주가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당연히 지배주주 일가의 탈세(절세) 움직임도 같이 알게 된다.
만약 탈세 노력이 소수 주주의 이익 보호에 위반된다면? 이사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위해 법에서 정한 의무를 다하면 그만이다.

박근혜 정부의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소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죄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곤욕을 치렀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드러난 소수 주주에 대한 배임 혐의는 아직 소송이 진행중이다.
상속세가 높아서 일어난 일인가.
애초 회사의 이익 뿐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가 이사의 선관의무(충실의무)로 버티고 있었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살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러저러한 이해상충 자본거래를 궁리하며 비지배주주의 이익 편취를 꾀하는 지배주주와 이를 지원사격하는 이사, 법률 전문가, 회계 전문가들이 분명 존재한다. 왜 아니겠는가. 돈이 되기 때문에. 그것도 한방에 큰 돈이 되는 자본거래 아니런가. 게다가 불법이 아니라는데. (수익거래와 자본거래의 본질과 주비이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따로 논하기로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위해 앞장서 상법 382조 3항의 개정을 들고 나서길 바란다. 차면 기우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했다. 그간 '참 많이 묵으따 아이가'

숱한 이해상충 자본 거래 속에서 주주평등권을 보호받지 못해 자신들의 계좌가 서서히 녹아드는 느낌이 왔거나 우여곡절 끝에 인지한 21세기 동학개미들은 물론이다.

국민연금을 물주 삼아 해가 갈수록 경영권 인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모펀드들도 예외가 아니다. 머지 않은 날 이사의 충실의 의무가 정상화되고 주비이보가 실현될 때를 대비해야한다. 실기하면 비싸게 산 경영권 지분을 소수주주들과 같은 조건으로 되파는 낭패(!)를 당할 수 있어서다.

필자의 장기시황 전망으로 마무리 한다. 주비이보(株比利保)의 모멘텀이 자본시장에 꿈틀대는 그때 코스피지수는 킬리만자로(5895)를 넘어 에베레스트(8848)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게 뻔하다. 그러고 보니 2022년3월, 바야흐로 다음 대통령 선거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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