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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이해하려 들지 말고 받아들여라

김지민 뉴턴캐피탈 대표

“주식투자가 뭡니까? 나의 지식, 정보, 경험, 판단을 총동원해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그 차익을 챙기는 거죠?”
 
강연회의 허두에 주로 던지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대체로 머뭇머뭇한다. “맞습니까?” 하고 다그치면 그제야 한 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들을 한다.
 
청중이 단체로 덫에 걸려 드는 순간이다. ‘내’ 생각만 하고 ‘남’ 생각 안 하는 투자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돈 버는 시나리오만 있고 돈 잃는 시나리오가 없는 투자는 엄청난 고생을 예고한다. ‘남’들이 팔아 치우는 주식을 찝찝한 마음으로 사 보는 것. 나보다 더 절실한 ‘남’들이 혹시 더 높은 가격에 사는지 지켜보는 것. 그런 ‘남’들이 다행히 있으면 이익이 남고, 불행히도 없으면 손해를 보는 것. 이것이 주식투자다.
 
내가 아닌 남이 승패를 가르는 게임. 적극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 운 좋으면 ‘돈이 벌어지는’ 게임. 확률 반반으로 딸 수도, 잃을 수도 있는 게임. 이것이 투자임을 우선 깨쳐야 성공이 가능하다. 내 재주만 믿고 남을 우습게 보면 어떻게 되는지는 다음의 두 예화가 잘 말해 준다.

종합상사에서 인사를 맡았던 간부라면 필시 대단한 사람이다. 능력, 인격, 신뢰성 등 모든 면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았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 인물이 우연히 내 책을 읽고 식사초대를 했다. “박사님, 저는 주식을 꽤 일찍부터 했습니다. 국내에 있을 때나 해외에 있을 때나 늘 촉각을 곤두세웠던 덕에 수익도 많이 냈습니다.
 
책에 쓰신 것처럼 내릴 때 팔고 오를 때 되사고 하면서 자주 움직여 줬으면 몇 억은 더 벌었을 거라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책을 좀 더 일찍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다른 데서도 들을 수 있는 스토리였다. 그 다음이 쇼킹했다.
 
“그런데 투자를 하면서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국내에 있을 때인데요, 그룹 모회사의 인사 책임자로서 저는 그룹의 주요 회의에 쭉 참석했습니다. 각 계열사의 새 프로젝트, 사업전망, 그룹 전체의 동향 등을 최일선에서 접한 거지요. 그런 걸 듣고 오면 우리 회사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향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 눈에 훤히 보이더라고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 우리 회사 주식을 사고팔고 했는데요,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나중에는 열을 받아 더 크게 했는데요,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고, 항상 반대로 가더라고요. 지금까지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떻게 유일하게 돈을 까먹은 주식이 바로 평생 일한 우리 회사 주식인지 말입니다.”

유학시절, 공부에 지칠 때 유일한 해법은 테니스였다. 테니스 광이었던 선배한테 처음 배웠는데, 단식 게임이 나는 항상 더 좋았다. 마라톤 다음으로 체력소모가 많다 하는 그 격렬함 탓이었을 것이다. 사실 내 경우는 체력소모가 더 유별날 수밖에 없었다. 발만 부지런하면 못 받아넘길 공이 어디 있으랴 하며 늘 악을 쓰고 뛰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테니스를 쳤다기보다 미친 놈처럼 ‘공 쫓기’를 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발로 테니스 치는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나와는 달리 ‘어릴 적부터 제대로 배웠다’는 후배 하나가 어느 날 코트에 나타났다. 채도 복장도 치는 폼도, 모든 것이 엉성한 나는 누가 봐도 그의 적수가 못 되었다. 그런데 황송하게도 그가 나를 간택(?)했다. ‘한 수 지도해 주겠다’는 표정으로 시합을 청해 온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나의 유일한 전략, 어김없이 나는 발이 닳도록 뛰었다. 내가 워낙 펄떡거리니 정신이 없었을까, 그는 첫 판을 지고 말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또 한 판을 청했다. 그리고 또 한 판, 또 한 판……
 
해가 저물고 흐릿한 가로등이 켜지고, 어느 새 우리는 노란 공이 아닌 시커먼 잔상을 따라 허공을 휘젓는 숙명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결국 한 판도 못 이긴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다시는 그와 대결할 기회가 없었다.

사자는 늑대를 쫓을 때나 토끼를 쫓을 때나 자세가 똑같다고 한다.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주식에도 쉬운 상대는 절대로 없다. 한두 대 얻어맞고 코피 나면 포기해야 한다. 따지고 계산하고 분석하며 계속 덤비면 코뼈마저 부러진다. 주식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임이 아니다.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게임이다. 자만은 파멸이고 겸손만이 살 길이다.

시카고 하이드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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