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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대통령과 다이아몬드의 역설...그리고 비극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박연차 태광실업회장에게서 회갑 선물로 1억 원 짜리 시계를 받았다고 하지요. 서민들로서야 입이 짝 벌어질 일인데요. 1억짜리 시계는 다른 시계보다 시간이 훨씬 더 정확해서 그렇게 비싼 걸까요?  스위스의 유명 시계 브랜드 피아제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진 이 시계는 시계 테두리와 시계줄 전체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경제 기초이론 때 배운 다이아몬드의 역설이 생각나네요.
아담스미스가 1776년 쓴 국부론에서 한 얘기인데요. 실제 생활에선 별 쓸모가 없는 다이아몬드가 ‘금값’인게 이상하다는 거지요. 반면에 우리가 마시는 물은 생활에 없어선 안 될 것이지만 값은 한참 싼 편입니다. 쓸모 없는 건 비싸고 쓸모 있는 건 싸니 역설이라는 말이 붙은 것입니다. 노 전대통령이 받았다는 시계, 테두리와 시계줄이 다이아몬드라고 해서 1억원 짜리가 된 모양이니 역설이라는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사치재로 분류되지요. 값이 비싸다보니 부유층이 주로 구매하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전 세계적으로 빈곤 계층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2009년 판 ‘다이아몬드의 역설’이라고나 할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다이아몬드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미국, 벨기에, 홍콩, 일본 등입니다. 부자 나라이다 보니 사치재인 다이아몬드가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이마몬드가 상품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나석을 정교하게 깎고 연마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수공이 필요한 것이지요.
 
원래 다이아몬드를 연마하는 정교한 수작업은 미국의 뉴욕,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벨기에의 앤트워프 등 지역에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임금이 올라가자 인도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스리랑카, 태국 등 임금수준이 낮은 아시아국가로 다이아몬드 연마산업이 이동하게 됩니다. 특히 벨기에로부터 연마기술을 전수받은 인도는 대규모 저임노동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이아몬드 수요가 크게 줄자 인도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겁니다. 인도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다이아몬드 수출이 30% 이상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 산업에 종사해온 80만명의 근로자 중 4명의 1명 꼴로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특히 세계 가공 다이아몬드의 70%를 공급하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의 공장 70%가 문을 닫았습니다. 끔찍한 대량 실업사태로 이 지역에서는 많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살한 근로자 가족과 동료들의 얘기를 같이 들어보시지요.
 
[람바이 파텔 자살 근로자의 아버지]
죽은 내 아들은 5개월 동안 실직상태에 있었다. 상황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빴고 심지어 나도 세집에 살고 있다
 "He was unemployed for five months. I can't tell you how bad the situation is at home, even this house is on rent."
 
[바라트 바이 다이아몬드 공장 근로자]
구자라트주에서 150명의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당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There have been 150 suicides by diamond workers in Gujarat state. But no political party has bothered to ask how the situation is...they have not taken any decision on this."
 
보셨다시피 안타깝게도 절망적 상황인 것 같습니다. 선진국의 수요 둔화가 인도 근로자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갈림길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살리는 건 다른 나라의 부유층이 지갑을 열어 주는 방법 밖에 없어 보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요즘 봄철을 맞아 결혼식장이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혼수로 마련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인도의 근로자에게는 생명줄이 된다는 사실, 기억하십시오. 그러고보니 노 전대통령도 이런 면에서는 선행을 한 셈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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