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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사회의 거울… 금융위기도 결국 문화적 파산"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 '영원한 청년' 박범신 작가
대담= 최남수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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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공동체 문화 복원해야”
“정책·세계 운영 방식, 비인문학적”
39년 간 장편 소설 39편 집필
“공식직함 내려놓고 집필 전념”
“작가는 위기 인식, 내적 분열 필요”
“‘소설은 사회의 거울’ 유효한 말”

문학작품을 흔히 시대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만큼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여과 없이 그려지는 곳이 문학, 그 중에서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무려 39년이란 시간 동안 서른아홉 편의 장편 소설을 내며 우리 인간의 오욕칠정을 기록해 온 작가가 있다. 영원한 청년작가라 불리우는 박범신 작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필력을 과시하고 있는 박범신 작가를 머니투데이방송 MTN의 더리더에서 만나봤다.



Q 지난 여름에 명지대 교수직을 퇴임하시고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등 공식직함을 다 내려놓으셨다고 들었는데요. 근황이 어떠신지요?

명지대학 문예창작과에 20년 있었는데 지난 여름에 정년이었고요. 사회생활을 잠시 접으면 어떨까 싶어서 제가 맡고 있던 문화재단 이사장이라든가 연희문학창작 등 다 내려놓았습니다. 아버지로 39년 살았고 작가로 한 39년 살았고 이럭저럭해서 선생으로 25년 살았더라고요. 아이 셋이 있는데 지난여름에 막둥이까지 결혼해서 분가했기 때문에 동시에 선생이라는 직책하고 아버지라는 직책을 내려놔서 작가 하나의 역할로만 살아도 되는 때가 왔습니다.

Q 트위터에서 올라온 질문들입니다. 요즘 관심사와 어떤 내용의 글쓰기를 하실 계획이신지?

고향이 충남 논산시입니다. 논산에 집필실을 구하고 있습니다. 아마 11월 말쯤이면 생길 것 같거든요. 주로 논산에 많이 가 있을 것 같고요. 요즘도 일주일에 반절정도 논산에 내려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고향을 기반으로 한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죠. 논산은 유림의 본고장이었기도 하고 해방기 이후에는 논산훈련소 때문에 근대사를 맨 앞에서 조명 받고 변화해온 도시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있어서 작가로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실 수 있으신지, 말씀 좀 해주시죠?

중국의 구양수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면 된다’ 그런 말을 했는데 정답일 것이고요.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위험한 시대이고 위기의 시대라고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정감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글이 나오지 않으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유례 없이 위험한 시대이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고통스럽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내적 분열이라고 부르는데 내부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로 놓여있는 것이 좋겠죠. 그러다보면 쓸 이야기들이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은교라는 작품을 쓰셨는데요. 상업성을 걱정해서 주인공의 나이도 조정하셨다고 들었는데 문학작품이나 예술이 상업성만 지나치게 강조해도 안 되고 예술성만 지나치게 강조해도 안 되고 이 경계가 모호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은교라는 소설은 원래 제가 연재할 때는 주인공 나이가 77살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주인공이 77살이면 책이 너무 안 팔릴 것이라고 나이를 좀 줄여달라고 하던데요. 60대 중반으로 줄였으면 했는데 제가 고집 부려서 70세로 했습니다. 이런 정도를 상업성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럴 것 같고요. 문학성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독자에게 일시적인 마취효과만 낸다고 하면, 충격이나 현상으로서의 마취적인 효과만 낸다고 하면 그만큼 상업주의, 대중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요. 그 충격이 감동화해서 재생의 여과를 거치는 감동을 준다면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상업성과 문학성이라고 하는 것을 오늘 같은 시대에 뚜렷하게 이분법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구태여 그렇게 구별하면서 작품을 대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Q최근에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라는 작품을 쓰셨는데요. 손에서 말굽이 생기고 거기에서 벌어지는 폭력성이 나오는데요. 그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은 유사 이래 줄곧 있었을 거예요.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세상이 보다 더 안락한 환경을 갖게 돼서 얼핏 보면 인간이 폭력성을 극복한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러나 저는 홀로코스트적인 운명, 현상들이 지금도 여전하고 어쩌면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요즘 고향에 내려가도 구멍가게들이 큰 재벌2세가 하는 편의점으로 바뀌고 있거든요. 사실 그것도 폭력이죠. 수많은 구멍가게들은 문을 닫아야 하니까.

그런 것뿐만 아니고 조직에 의해서 경제 구조에 의해서 국가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도 많고 실제 이 소설을 쓰게 된 모티브는 몇 년 전에 어떤 재벌 로열패밀리의 한 분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돈 줄 테니까 맞으라고 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작은 사건일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폭력성을 본 것 같아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이 소설은 물론 그 이야기는 아니지만 거기서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주의에 대해서 말을 해야 되지 않겠나, 특히 본질이나 자본주의 사이의 뒤에 있는 폭력적 구조에 대해서 발언하는 소설이 필요하지 않나 해서 시작한 소설이죠.

Q 그동안 써오신 작품이 사회와 관련된 이슈를 비판적 시각에서 다뤄오신 편인데요. 문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운동처럼 문학이 사회에 대해 일일이 다 발언할 수는 없겠지만 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죠. 운동보다는 사회와의 관계는 멀지만 근본적으로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인 구조, 이를테면 현상이 아니라 심층구조에 대해서 미학적 구조로 발언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근본적으로 사회를 떠나서 문학은 존재할 수 없고요. 스탕달이 말했잖아요. 소설은 사회의 거울이다. 그 말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Q IT와 인문학의 융합, 상업적 관점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강조하고 있거든요. 인문학의 중요성만 강조했지 인문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거든요. 그런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문학의 기본은 정체성일 것이고 그 정체성 위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닿아있다고 봐요. 세계가 너무 효용성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적 깊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죠. 결국은 두 가지가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융합되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죠. 인문학은 사회 곳곳에서 강조하지만 사실 우리들이 정책이나 세계를 운영하는 방식 등은 매우 비인문학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인문학이 실체가 없는 것이죠. 결국 효용성이라는 것과 근원적인 인문학의 아우라가 통합되는 그런 이데올로기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한국사회의 구조와 관련된 문제이긴 합니다만 개발이데올로기로 가득한 ‘불의 나라’에서 ‘물의 나라’로 바뀌어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 의미를 해석해주신다면?

지난 반세기 우리의 역사는 ‘불의 역사’였다고 생각하죠. 우리가 불같이 뛰고 불같은 열정으로 불같이 달려오는 사회였기 때문에 지난 반세기동안의 ‘불의 전략’이 나빴다고는 생각 안 해요. 우리가 불처럼 뛰고 살아오지 않았다면 한강의 기적, 한반도의 기적은 불가능했겠죠. 불과 50년 만에 세계 10위권 전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해온 놀라운 우리의 성취들은 우리가 불같이 뛰어왔기 때문이고 ‘불의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성취였죠. 그러나 모든 것들은 반드시 역기능이 있지 않겠어요. 인체에도 열이 너무 상승하면 결국 죽음이거든요. 이제는 그것이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한계가 왔다고 봐요.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은 ‘물의 전략’, 물의 속삭임에 귀 기울일 때가 됐다고 보거든요. 일시적으로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욕망의 불꽃을 조금씩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가 가진 것만으로도 더 행복해질 수 없는 그런 사회가 되겠죠. 정말 소중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생명, 물의 전략으로 우리 문화 전체가 바꿔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재앙이라고 하고요. 유럽의 재정위기를 보면 과소비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전반적인 현상을 문화적 관점에서,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자본주의의 구조라고 하는 것은 대량소비를 통한 경제이윤의 창출 아니겠어요?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것은 경쟁을 부추기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경쟁을 부추겨야 된다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이간질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게 만들어야 대량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대량소비를 위한 반인간주의가 이제는 가족, 때로는 부부간의 침대에도 들어와있죠. 침대 속에서도 우리는 세계에서 부추기는 자본주의 경쟁 때문에 부부싸움을 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자본주의 자체를 다 부정하면 역사발전이 불가능한 것이겠죠. 결국은 함께 나누고 공동체적인 문화에 대한 투자, 복원도 함께 하면서 경제발전도 함께 해나갈 수밖에 없는 제3의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해외를 보면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그런 논의가 없습니다. 어디에 그런 원인이 있다고 보십니까?

외환위기를 돌아보면 단순하게 경제적인 과오, 위기로만 봤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IMF라는 것은 경제적인 파산이었지만 동시에 문화적인 파산이었거든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관점, 사회적인 관점, 나아가면 종교적인 관점까지 봐야 되요. 그것의 치유방법은 역시 우리가 파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부정적인 이유들, 빨리 욕망을 앞세워서 극복해야 된다는 똑같은 방식으로의 처방밖에 없었다고 보거든요. 그것이 더 사람을 팍팍하게 만든 것이죠.

IMF 사태를 총체적인 면으로 문화적인 측면으로도 깊이 검토하고 그것에 대해서 과감하게 발언하고 그런 쪽에 마음을 썼더라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살기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혹시 경제발전은 더뎠을지도 모르겠는데 먹고 사는 것만으로는 살 수 없는 거예요. 우리는 너무나 부자인데도 불구하고 상대적 빈곤에 가득차서 행복해질 겨를이 없이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은 경제적인 논리로 우리들의 삶을 보려고 하는 개발주의의 습관에 의한 폭력 속에 사로잡혀있는 것이죠. 저는 이 감옥에서 우리가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작가로서의 철학, 앞으로의 계획이 어떠신지요?

최근에 제 고향 쪽에 집필실을 마련 중입니다. 11월 말쯤에는 저 혼자 내려갈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열심히 현역작가로 살아갈 예정입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쓰겠다는 뜻은 아니고 더 깊고 더 향기로운 작품들을 써야 되지 않겠어요? 청년작가지만 제가 60대 중반에 들어있고 나잇값 하는 소설을 열심히 써야지 이런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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