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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팔의 외환중계] 유럽 발 악재, 통화 별로 민감도가 다른 이유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

유럽 발 악재, 통화 별로 민감도가 다른 이유

[유럽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실망감, 리스크 회피로]
오늘 달러/원 환율은 어제 종가 대비 16원 10전이 상승한 1163원에 개장했다. 이와 더불어 코스피 지수 역시 어제 종가 대비 22.36포인트 하락한 1877.40포인트에 개장하면서 리스크 회피가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유럽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됨과 함께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내년 1월까지 EU 회원국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를 실시하겠다는 경고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 주말 뉴욕장까지만 하더라도 시장은 유럽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우지수는 186포인트 상승으로 마감했고 뉴욕 역외시장에서 달러/원은 금요일 서울 시장 종가 대비 6원85전이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이런 분위기는 어제 코스피 지수 움직임까지는 반영되는 모습이었다. 장중 내내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전일 대비 25.01포인트 상승으로 마감한 것이다. 반면 외환시장에서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전일 종가 대비 6원50전이 하락한 1140원에 개장했지만 낙폭을 완전히 회복하면서 전일 종가 대비 40전이 상승한 1146원90전에 마감한 것이다.

* 시장의 속성을 확인하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외환시장의 두 가지 속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환시장이 증시에 비해 선제적으로 반응한다는 점과 장기 재료에 대한 시장의 반응기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1) 외환시장의 선제적 반응
무디스의 유로존 국가 신용등급 하향 검토 소식은 어제 아시아 장 중반 경에 나왔지만 아시아 증시는 중국과 홍콩을 제외하고 대부분 상승세로 마감했다. 중국증시는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하락했고 홍콩증시 역시 같은 경제권이라는 이유로 하락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의 증시는 유럽정상회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면서 상승 마감했다.

유로화를 비롯하여 호주달러 그리고 원화 등 위험통화들은 유럽장에서 급락세를 보이기 이전에 아시아 장에서부터 서서히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리스크 선호도에 있어서 증시의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향후 시장 흐름을 미리 간파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럽장부터 국제유가를 비롯한 상품시장의 급락세가 시작되었고 뉴욕증시까지 리스크 회피가 이어졌다.

2) 장기적 재료에 대한 반응 둔화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번 유럽정상회담의 결과를 '실패'라고 까지 규정했는데 실패라기보다는 장기적 해결책에 무게가 실린 절반의 성공이라고 부르고 싶다. 정말 실패였다면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상승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다만 장기성 재료에 대한 반응기간이 짧은 것이며 이에 대한 불안감이 리스크 회피로 표현된 것뿐이다. 그리스가 국민투표 실시 안을 들고 나왔을 때도 당시 달러/원은 종가기준으로 1130원을 넘지 못했는데 이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시점이 내년 1월 이라는 점이 시장의 반응을 무디게 만든 결과라고 하겠다.

[같은 유럽 발 악재, 다른 통화별 반응]
이 시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무디스의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 경고에 대한 각 통화별 반응이 다르다는 점이다. 유로/달러의 경우 오늘 오전 9시 1분경 1.3160 달러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10월 4일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던 당시의 1.3144 달러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반면 호주달러/달러의 경우 1.0027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10월 4일의 0.9375달러와는 큰 차이가 있고 달러/원 역시 오늘의 개장가 1163원은 지난 10월 4일의 종가인 1194원, 장중 저점인 1187원50전과 비교해 보더라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 유로화의 반응이 제일 커
즉 유로존 악재에 대한 유로화의 민감도가 다른 통화에 비해서 월등히 크다는 것인데 이는 유로존 경기침체에 대한 금리 인하 가능성과 유로존의 신용등급 강등시 유럽재정안정기금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유로화에게만 집중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이는 바꾸어 말해서 유로화를 제외한 나머지 통화들의 유럽재정위기 재료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며 이는 유로존의 악재가 그 만큼 위협적인 재료가 아님을 반증하고 있다. 앞으로도 유로존 내에서 특정국가의 디폴트 우려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원화는 유로화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견고한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전망해 볼 수 있다.

2) 유로존 악재, 비 유로화에게는 변동성 재료
또한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악재가 유로화에게는 추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재료가 되겠지만, 원화에게는 변동성 재료로 작용하면서 달러/원 상승시 고점매도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오늘 달러/원이 1163원에 개장한 후 오전 장에서 1153원 60전까지 하락한 것은 외환시장의 지역별 반응이 두드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향후 수일 내 유로존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경고한 S&P가 이를 실행해 옮길 때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향후 ECB 역할은?]
현 시점에서 시장이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유로존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이로 인해 유로존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때, 유럽중앙은행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연 적극적인 국채 매수를 하지 않겠다고 한 드라기 총재의 말처럼 유럽중앙은행은 사태를 그냥 수수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 제한적인 개입은 지속될 전망
그럼 여기서 말하는 소위 '적극적인 국채 매수'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ECB의 유로존 채권 매수 프로그램은 지난 8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채무위기가 심화되면서 4개월 만에 부활한 것인데 이 시점부터 ECB는 1300억 유로 이상의 채권을 매수하면서 주당 평균 8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수해왔다. 이는 ECB 의 주간 유로존 채권 매수 한도인 200억 유로에 불과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주 유럽정상 회담을 앞두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일의 5.969%에서 9일의 7.16%에 이르기까지 ECB가 매입한 국채의 규모는 불과 6억3천500만 유로에 불과했다. 즉 ECB가 결정만 한다면 '적극적인 매수'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현재 한도 내에서 국채 수익률을 조정해가면서 시장 불안감을 어느 정도 조율해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다만 과거에 주간 한도인 200억 유로를 다 사용하고서도 국채 수익률이 반복적으로 상승했던 전례가 있고, 이탈리아의 경우 ECB의 국채 매수 시작과 함께 재정감축의 의지가 약화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으로서는 국채매수와 관련하여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있다.

결국 유럽중앙은행의 제한적인 개입은 유로존 국가들이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동안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그 해결책이 구체화되는 시점까지 글로벌 달러의 강세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달러 강세에 맞서는 각 위험통화들의 반응은 오늘 시황에서 언급했듯이 유로화와 비 유로화 통화로 나뉘어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https://twitter.com/FX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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