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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애플+미군 연합군’ VS 삼성전자

최남수 보도본부장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된 IT계의 ‘큰 별’ 스티브 잡스. 잡스가 컴퓨터를 처음 본 건 열 살 때.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실리콘밸리에 세운 연구센터에 있던 터미널이었다. 잡스는 “이것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잡스의 동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희한한 기계들을 만들어냈다. 그의 아버지는 세계적인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에서 일한 미사일 개발자였다.

 애플이 만들어 낸 아이폰에서 작동되는 Siri(음성 통역 및 인식 인터페이스). 음성으로 “날씨(Weather)"를 말하면 그 날 날씨를 자동으로 보여주고, ”주말 잘 보내!“하면 ”어디 가세요?“하는 식의 재미있는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이 음성인식 어플리케이션은 그동안 미국 첨단 군사방위계획국(DARPA)의 발주 업무를 주로 해온 Siri라는 회사가 개발했는데 애플은 이 회사를 지난 2010년 4월에 인수했다. Siri 인수로 애플은 미국 국방부가 돈을 대 나온 40 여 년간의 연구 성과도 손안에 넣게 됐다.

 앞에서 든 잡스, 워즈니악, 그리고 Siri. 이 세 가지 사례가 말해주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애플을 비롯한 미국 IT기업의 약진 뒤에는 미국정부, 특히 군사력의 광범위한 인프라와 연구 성과가 직간접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잡스는 NASA를 통해 컴퓨터에 눈을 떴고, 워즈니악은 미사일 개발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애플은 아예 첨단 군사방위계획국의 연구 성과를 통째로 활용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인터넷 자체가 DARPA의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이다. 1975년의 일이다. 지금 전 세계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한 인터넷은 미군의 통신 수단이 민간으로 전파된 대표적인 경우이다. DARPA의 다른 발명 목록에는 위치 확인 시스템인 GPS, 실시간 통역장치, 무인 로봇자동차 등이 있다.

 실제로 그동안 미국에서 일어나 온 IT 혁신은 민간이 창의적 도전의 깃발을 올리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미군 등 정부가 이를 측면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DARPA는 전쟁 발발 시 우월한 정보력을 확보하기 위해 IT를 핵심적 연구 분야로 삼아 왔으며, 획기적 발명을 민간 기업과 공유하며 ‘세계 IT 패권 전략’을 구사해 온 것이다.
 
지금은 금융위기를 자초하는 ‘문제아 신세’가 됐지만, 미국 투자은행들의 첨단 금융기법조차 NASA의 로켓 부문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대거 월가로 이동하면서 한 때 부흥기를 이루기도 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통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놓았을 때 국내 업계는 창의력의 부족과 인문적 소양의 결핍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으며 이게 우리가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국방 등 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 연구 개발 투자를 진행하며 여기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민간 기업으로 고스란히 흘려보내 선두권을 지키려는 미국 관민의 ‘이인삼각식’ 공조시스템 또한 우리에겐 커다란 장벽이 아닐 수 없다. 경제력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다시 그 군사력으로 경제력을 방어해나가는 미국의 공세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보통신부가 사라지면서 ‘IT 총괄 지원 사령탑’이 부재한 상황인데다  군사부문의 IT 연구 성과마저 미미한 우리 현실에서 삼성전자 등 민간 기업들이 고군분투하며 애플 등 미국 IT기업과 미군의 ‘연합군’에 잘 맞서고 있는 건 이런 의미에서 대견한 성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가적 IT 지원 인프라 혁신은 내년에 들어서는 차기 정부가 IT산업의 백년대계를 짤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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