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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중학생의 관심, ‘연봉’

최남수 보도본부장

얼마 전 한 중학교에 가서 경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 경력을 소개했더니 학생들이 요즘말로 “스펙 좋다!”라고 해서 그냥 농담 정도로 받아들이고 말을 시작했다. 한 시간 강의가 끝난 후 질문을 받았다. 첫 질문부터 좀 충격적이었다. “선생님, 연봉이 얼마예요?” “그런 것은 묻는 게 아닙니다.”하고 얼버무렸다. 두 번째 학생의 질문, “차는 어떤 차종을 모세요?” 점입가경. 당황스러웠다. 행여 하는 마음으로 세 번째 질문을 받았다. “어느 아파트에 사세요?” 이 쯤 되니 앞에서 ‘스펙’을 언급한 학생들의 반응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됐다.

아무리 ‘돈, 돈, 돈’ 하는 세상이지만 어린 학생들이 돈에 대해 가진 지나친 관심, 걱정스러웠다. 멍든 동심이 안타까웠다. 이런 현상이 일부에 그쳤으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2008년에 일본청소년연구소가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고교생 각각 천 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자. 한국 학생의 50.4%가 “부자가 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대답했다. 일본(33.0%) 중국(27.0%) 미국(22.1%)보다 월등히 높았다.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다"는 말에 한국 학생의 23.3%가 동의했다. 미국 학생은 21.2%, 일본 13.4%, 중국 5.6%였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좋고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과열 관심’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의 다른 조사 결과도 내용은 마찬가지이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6,4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고 학년으로 갈수록 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고3 학생들은 행복의 조건 1위로 ‘돈’(26%)을 꼽았고, 가족(20.5%)은 2위였다.

어찌 보면 우리 학생들의 경제 의식이 그만큼 높은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을 이룬 나라에서 성장하다보니 어려서부터 일찍 돈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고, 이게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한창 멋진 꿈을 가져도 될 어린 학생들의 마음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너무 현실적인 데 쏠려 있다는 데 있다. 돈을 지나치게 우선시하는 물질 만능주의의 범람이 학생들의 마음에도 큰 얼룩을 남긴 것이다. 하루가 멀다않고 돈을 둘러싼 부정, 부패, 다툼의 사건이 나오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뭘 배우고 자랄지 묻지 않아도 대답은 자명할지 모른다.

사실 돈만큼 사람에게 이중성을 갖게 하는 주제도 없다. 많을수록 좋다고 느끼면서도 안 그런 척 하는. 돈을 크게 번 부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이폰으로 세계 스마트폰 업계를 주도한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말이다 "돈에 대한 내 대답은 그것이 좀 우습다는 것이다. 모든 관심이 거기에 집중돼 있는데 돈은 내게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서 가장 통찰력 있거나 가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돈이 내 인생을 망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다짐했다.” 세계 최고 부자의 생각이지만 ‘무소유’ 정신을 강조한 법정스님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소유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사는 데 필요한 돈이지만 돈이 ‘삶의 주인’이 되지 않도록 한 ‘절제의  지혜’가 돋보인다.

결국 돈으로부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절한 거리의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돈을 외면하지도 않되 휘둘리지도 않으면서, 내면적 행복을 추구하는 상태이다. 어린 학생들의 돈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보며 “당신들은 멋진 집, 멋진 차, 멋진 직업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많은 불행이 있는거죠?”라는 티베트의 명상 수행자 욘케이 밍규르 린포체의 질문이 더 따끔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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