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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공조 공개매수에서 드러난 국민연금의 취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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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종목에 대한 내용은 머니투데이방송(MTN)에서 매일 오전 10시50분부터 30분간 생방송되는 기자들의 리얼 토크 '기고만장 기자실'의 '종목대탐험'코너에서 다룬 것입니다. 투자에 참고 바랍니다.]
 
[종목대탐험]한라공조 공개매수 불발
 
국민연금이 한라공조를 2만8,500원에 팔지 않겠다고 투자위원회에서 전격 결정하며 주식시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한라공조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증시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에 큰 헛점이 노출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금 자산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대응한다"는 국민연금의 기본 입장은 공허하기만 하다.

◇허울 좋은 장기투자 수익률 제고= 국민연금의 공개매수 불참으로 한라공조 주가는 7월 24일 장중 7% 넘게 급락하며 2만3,000원으로 추락했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기로한 이유는 장기투자 수익률 제고였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111만주를 매도해 지분율을 1.03%포인트 떨어뜨려 8.1%로 줄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미 국민연금은 한라공조에 대해 '비중축소'라는 전략을 펴왔던 터다. 공개매수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갑자기 전략이 바뀐 납득할 만한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다.

투자기간을 좀더 짧게 가져가면 국민연금 장기투자의 실상이 더 잘 드러난다. 2만8,500원에도 팔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적어도 3만원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장기투자자를 자부하는 국민연금은 그렇다면 추세적인 비중확대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 대응만 봐도 원칙에 충실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주축인 연기금 투자주체의 매매동향(국민연금만의 정확한 매매동향은 지분공시에서만 확인된다)을 보면 주가가 2만1,000원에서 2만2,000원대이던 3월과 4월에 걸쳐 연기금은 200만주 가까이 순매도했다. 6월에는 42만주 정도를 순매수하며 공개매수 기대에 바짝 몸이 달아오른 듯한 대응을 했다.

2만1000원에도 팔더니, 몇 달 지나 2만8500원에도 팔지 않겠다고 마음이 바뀐 셈이다. 7월 들어서는 국민연금의 일부 위탁운용사에서 비중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연금의 공개매수 불참 이후 주가가 급락할 것을 우려해 미리 내다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운용주체간 혼선도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대응이 장기투자 수익률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이해할 수 없다.

한 증시 전문가는 "비중을 줄여오던 국민연금이 최고가의 차익실현 기회를 포기하고 갑자기 장기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진 모습인데,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좋은 매도 기회를 포기하는 건 주식투자자로서 비상식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외부 입김에 휘둘리나= 연금 내부에서도 "공개매수 기대를 반영해 주가가 최근 급등한 만큼 한라공조에 주식을 넘기는 게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결과적으로 공개매수를 두고 일었던 '국부유출' '외국인 대주주의 먹튀' 등의 논란에 묻히고 말았다.

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국민연금은 운용을 잘해서 기금을 최대로 불리는 게 본연의 책무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자본시장의 논리로는 수긍할 수 없는 게 많다"고 지적했다.

증시 관계자는 "한라공조 노조에서 주장하는 고용불안이나 현대기아차의 부품조달, 대주주 비스티온의 매각 가능성 등에서 예상되는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할 일이지 국민연금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장기투자 수익 제고를 위한 결정이었다. 정치적인 판단이나 여론을 고려해서 내린 것은 아니다”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국민연금은 이제 한라공조 주식을 2만8,500원 이하에서 팔 수 없는 코너로 몰렸다. 상장폐지를 천명한 70% 대주주 비스티온이 다시 공개매수에 나설 지도 미지수다.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의 배임 행위에 대해 소송을 해야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장기투자자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악수를 둔 셈이다. 국민연금이 어떤 묘수로 악수를 풀어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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