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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한국거래소 역사상 최대 위기..스스로 극복해야

권순우 기자

 공시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직원이 공시 정보를 유출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직원 혼자 정보를 이용해 1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이 직원의 불공정거래가 타인의 제보를 통해 적발된 것으로 미뤄서 다른 세력과 연계해 불공정거래를 벌였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공시는 상장기업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2009년 한 회사는 방글라데시에서 2조원 규모의 수처리 시설을 수주했다는 공시를 하기 위해 거래소에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생존이 불투명한 한계 기업이 2조원이나 되는 사업을 한다는 사실은 거짓일 가능성이 컸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당시 공시를 거부했고 회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장이 폐지됐습니다. 만약 한국거래소가 공시를 거르지 않았다면 공시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는 손해를 봤을 겁니다.
 
 이렇게 허위 공시를 하지 못하도록 거래소는 공시의 최소 요건을 확인하고 공시를 내보냅니다. 공시 요건을 확인하는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씨는 공시 정보를 빼돌렸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은 한국거래소 한 직원의 개인적인 비리지만 내면에는 한국거래소의 ‘본질’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정부 소유의‘공기업’이 아닌 ‘주식회사’입니다. 증시 시스템을 깔고, 주식 거래 체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단순히 주식거래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아래 공시와 시장감시 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의 고연봉이라는 '과실'과 상장사들을 옥죌 수 있는 '힘'을 양손에 쥐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한국거래소에 혜택을 준 것은 업무 효율성 증대 목적과 함께 한국거래소의 도덕성이 그래도 믿을 만하다는 사회적 판단이 깔려 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한국거래소도 입만 열면 "아직까지 개인 비리는 없었다"며 청렴성을 내세웠지만 이번 일로 체면을 구기게 됐습니다.
 
 증시 안팎에서는 한국거래소 직원의 ‘윤리의식’에만 의존하는 허술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감독당국을 동원해 철저하게 내용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철저한 조사에는 개인 비리 뿐 아니라 공시, 시장감시 등 공공 기능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역할까지 고민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한국거래소 최대의 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신뢰를 잃으면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명분도 능력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감사원, 검찰, 금감원의 수사가 진행중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찰 기관 3곳이 한국거래소의 문제점을 적발하기 위해 톺아보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내부적으로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기 때문에 최대한 내부적으로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거래소 김봉수 이사장의 임기는 이제 4개월 남았습니다. 김 이사장은 최초의 민간인 출신 이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대외적인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거래소는 단순 매매 시스템 관리 회사로 전락하고 김 이사장은 힘 없는 이사장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동안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본시장의 최대 덕목은 공정성과 투명성입니다. 공정하지 않은 시장은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로 부터도 외면 받을 겁니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한국거래소가 허술한 관리 체계를 보완하고 신뢰 받는 자본시장의 운영자로 자리잡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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