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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최종 병기', 과거의 덫?

최남수 보도본부장

또 시작이다. 5년 마다 되풀이되는 살기등등한 과거 검증의 드라마가 막을 올렸다. 흠집을 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속된 말로 상대를 '보내버리기' 위한 것이다. 한 나라 최고 리더의 자리에 오르려는 청운의 꿈을 품는 후보들. 뜻은 구름 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정잡배의 수준까지 끌어내려져 '돋보기 들이대기 식 MRI 검증'을 견뎌내야 한다.

우리가 뽑기 위한 사람은 국가를 운영해갈 리더인가. 학식도 풍부하고, 지혜도 있고, 도덕적으로도 완벽한 철인인가. 적어도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여야 서로가 주고받는 조약돌부터 거친 바위 돌까지를 보면 성직자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어렸을 때부터 대통령이 되기로 작정하고 자기 관리를 기계적으로 해온 사람이 아니면 이 촘촘한 그물망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성직자조차도 전 인생 자체가 '무결점' 상태이지는 않다. 결함을 가지고 살다가 어느 순간 큰 깨달음으로 사람이 본질적으로 바뀐 경우가 적지 않다. 기독교의 기둥 인물인 사도 바울. 원래는 기독교도들을 박해하던 사람이다. 나중에 종교적으로 회심하여 기독교 최고의 전도자와 신학자로 활동했다. 로마 네로 황제의 박해 때 순교까지 했다. '참회록'의 저자, 성 어거스틴은 어떤가. 4세기에 이탈리아와 알제리서 활동한 대표적 신학자인 어거스틴. 참회록의 내용을 보면 도둑질과 성적 타락 등 청소년기의 그의 탈선은 장난이 아니다. 이런 그도 마음을 크게 바로 잡아 존경받는 성직자로 성장했다. 대선에서 사용되는 '검증의 돋보기'를 이들에게 갖다 대면 어떤 말이 나올까. 사람이 달라졌든 안 달라졌든 어두운 과거에 현미경을 들여대 만신창이를 만들지 않을까.

원론적인 얘기지만 사람의 인격과 능력도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진화한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지난 시간에 공적이든 사적이든 부끄러운 모습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걸 통해 자각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 화학적 변화가 그 사람 안에서 일어났다면 과거의 잘못은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을 '과정의 결과물'로 보지 않고, 한 시점에서의 '사건'으로 보려는 게 현재의 검증이란 절차이다. 게다가 모래밭에 있는 바늘이라도 찾아서 들춰대거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전을 하는 건 일상적 일들이 됐다. 나라를 새로운 미래로 이끌기 위한 리더를 고르는 과정인 대선. 막무가내 식 과거 검증의 덫에 걸려 미래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는 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물론 대통령이란 중요한 사람을 뽑는 선거이니 엄격한 검증은 필요하다. 단 사실에 근거해서 말이다. 검증의 수준도 절제가 필요하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결정적 결격사유가 될 위법 사안이나 비도덕적인 행실 정도의 수위에서 제동이 걸려야 한다. 차라리 대선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생산적 선거전에 합의하면 안 될까. 합리적 수준에서 과거 검증을 자제하고 국정 운영 능력으로 경쟁하는 선거풍토를 만들 수 없을까. 지난 시간에 현미경을 들이대기보다 미래를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시선을 보여주면 안 될까. 이런 관점이 너무 나이브한가. 이왕 나이브해진 김에 대선 후보들이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시로 글을 맺는다.

 
<별을 쳐다보며> 노천명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댔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댔자
또 미운 놈을 혼내 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아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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