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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칼럼] ‘변액’ 개선 용두사미?

최남수 보도본부장

상반기 중 생명보험 회사가 파는 투자형 상품인 변액연금보험을 놓고 말이 많았다.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구조의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물론 업계의 기세는 뭔가 뜯어고칠 것 같았다.

금융 소비자의 권익 보호라는 깃발이 높이 들렸다. 연말을 앞둔 지금. 금감원이 컨슈머 리포트를 발간해 금융권과 회사별 연금을 비교한 것 말고는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그조차도 비교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다시 문제를 들여다본다. 펀드와 유사하게 매달 보험료를 받아 자산운용 성과를 돌려주는 변액연금보험. 이 보험 상품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점은 계약이 체결되자마자 전체 수수료의 70% 정도가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등 첫해에 대부분의 수수료가 나간다는 점. 첫해 수수료가 25~50% 밖에 되지 않는 미국과 영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전체 계약기간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수수료를 첫해에 거의 다 주다보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실제 투자할 수 있는 원금이 작아져 고객이 낮은 투자수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계약 초기에 마음이 달라지거나 형편이 어려워져 해약하게 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도 그만큼 작아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변액연금보험은 계약 후 5년 이후까지 유지되는 비중은 40%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고객들이 적지 않은 손해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중도에 계약을 끝낸 셈이다.

이 보험 상품을 파는 설계사의 입장은 어떤가? 계약을 따내기만 하면 바로 수수료를 많이 주기 때문에 일단 고객이 사인을 하기만 하면 이 계약을 관리, 유지하는 ‘경작형 마케팅’에는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새 사냥감(고객)을 찾아 수렵에 나서는 ‘수렵형 마케팅’의 길에 쉬 들어선다 .

특히 기존 고객에게 다른 계약을 해지하고 변액연금보험을 들라고 유도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돼버린다. 결국 보험회사와 설계사에게는 유리하고 고객에게는 불리한 상품인 것이다. 판매자가 소비자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금융상품 선택이 왜곡되는 이른바 ‘수수료 편파(Commission bias) 현상’이 본격화된 셈.

이런 문제들이 그동안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명제도 가세했다. 해법은 현실적 문제를 그대로 물구나무 세우면 나오게 돼있었다. 초기에 많이 걷는(선취) 수수료를 줄이고 나중에 천천히 거두면(후취) 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하면 초기 투자 원금도 늘어나 수익률이 높아지고, 중간에 해지하더라도 고객이 가져갈 돈이 많아진다.

문제는 해답을 알면서도 그 구체적 실행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가장 큰 걸림돌은 첫해에 대부분의 수수료를 받아온 설계사들의 소득이 단기적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연착륙 대책은 보험회사들이 당분간 이익규모를 줄이거나 차입을 해 설계사들의 소득을 메워 주는 방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계의 추산 결과 보험사들이 떠안게 될 추가 부담은 연간 순익의 10~20% 수준 정도이다. 금감원은 업계가 해결책을 찾도록 일을 떠넘긴 상태지만 아직 아무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을 희생시키는 현행 제도는 차일피일 끌지 말고 고쳐져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앞장 서 업계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생보업계가 관치에 기대지 말고 자율적으로 형편이 넉넉한 곳부터 소비자 보호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일이 더 의미 있는 시장 선진화의 길이라고 본다. 현재와 같은 상품구조를 고집한다면 변액연금보험은 시간이 갈수록 펀드 같은 다른 금융권의 투자 상품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생보업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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