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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50대를 위한 변명(?)

최남수 보도본부장

지난해 대선에서 느닷없이(?) 가치를 인정받은 50대. 젊은 층의 투표율에만 시선이 쏠리는 고정관념을 뒤엎고 선거의 판세를 좌우하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지상파 출구조사 기준으로 50대의 투표율은 90%. 거의 모두 다 주권을 행사한 것. 20대 투표율 65%를 한참 웃돌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경험한 베이비부머가 ‘주력부대’인 50대. 최근 2, 30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두터워지고 있는 연령층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만 해도 6%에 불과했지만 2010년 기준으로는 배를 넘는 13.7%로 급상승했습니다. 이젠 10대(13.8%)나 20대(13.7%)만큼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50대 만큼 그 가치와 사회적 자리매김이 큰 간격이 있는 연령층도 드물다. 50대, 그들은 누구인가. 50대인 필자가 40대를 ‘졸업’하면서 느낀 단상이 있다. 지식을 쌓고 경험을 저축해가며 거침없이 달려온 게 40대까지의 삶. 50대는 그 모든 재료들을 버무려 통찰력과 지혜라는 ‘진액’을 만들어 내는 숙성의 시기가 아닌가 싶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고은, 그 꽃)이 말하듯 세상과 삶의 이치가 보이기 시작하는 정점의 시기라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고 기둥이기도 한 연령층이다. 그래서 공자는 50대를 하늘의 명을 아는 ‘지천명(知天命)’의 시기로 부르지 않았던가.

심각한 문제는 이 내재적인 가치와 ‘사회적 가격’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 50대는 경제의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노후 자산’으로 분류돼 장부에서 떨어내는 ‘상각(퇴출)’의 대상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시기이다. 가치는 정상 지점에 올랐는데 가격은 푸대접을 받는 불균형의 지대, 그 사선 위에 올라선 집단인 것이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50대가 갖는 그 가치를 보란 듯이 내보인 ‘희망의 인물’들은 수 없이 많다. 인기 영화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50대 전체를 이 작품을 집필하는 데 쏟아 부었다. 독특한 미술 세계를 펼쳐낸 앙리 루소는 40대 후반에 세리 일을 그만두고 50대부터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에 몰입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믹서기 영업책임자였던 레이 크록이 햄버거체인인 맥도날드를 창업한 것도 50대.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내가 53세가 되어서야 맥도날드를 창업해 하루아침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아침을 맞이하기 전까지 30년이라는 길고 긴 밤을 보냈다” 그 전의 경험과 지식이 거름이 돼 늦깎이 성공을 만들어냈다는 자평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노인 복지의 중요성도 큰 마당에 웬 50대 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50대가 갖는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큰 사회적 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제를 던진다. 정년을 늘여서 기존에 하던 일의 연장선에서 계속 기여할 기회를 주든 50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창업 교육이나 재취업 서비스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특히 50대는 노후로 가는 가장 중요한 징검다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의 선택과 결정에만 맡겨 50대가 망가지면 이게 고스란히 준비 안 된 노후로 이어질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문제가 깊어짐은 물론 노인 복지를 위한 재정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50대가 단단하게 설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 줄 경우 안전한 노후와 재정부담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노심초사하는 50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책적 고려도 이젠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가 된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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