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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40조원 굴리는 건강보험공단의 허술한 돈관리

최보윤


"고객님, 건강보험 환급금이 실수로 두 번 입금됐으니 재송금 부탁드립니다."

요즘 같은 때 이런 전화 받으시면 금융사기라고 생각하기 쉽겠죠. 그런데 사기가 아니라 '사실(fact)'입니다.

일부 은행원들은 요즘 이런 전화를 돌리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8,144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지만 '요즘이 어느 때인데 전화로 돈을 입금하라는 말이냐"는 핀잔을 받기 일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발단은 건강보험공단입니다. 건보공단의 업무 중 하나는 병원 등이 과다청구한 진료비를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는 겁니다. '본인부담환급금'이라는 건데 가입자들에겐 꽤 고마운 일입니다.

예를들어 건강보험 가입자가 치료를 받으면 진료비의 5~10%의 법정 본인 부담금만 내면 되는데요. 나중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밀 심사를 해서 '가입자가 법정본인부담금을 초과한 진료비를 지불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차액을 건보공단이 환급해 주는 제도입니다.

한 해 동안 이렇게 오가는 돈이 500억 원에 달합니다. 하루에도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건보공단은 지난 17일 모두 8,144명의 가입자에게 9500만 원을 환급금 명목으로 입금시켰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똑같은 사람들에게 같은 금액을 또 입금시켰습니다.

직원 실수로 17일자 입금 작업을 마친 뒤 전산상 확인 절차를 누락시켜 이중으로 입금을 했다는 겁니다. 8,144명 중에는 불과 몇 백 원 더 받은 사람도 있지만 최대 130만 원까지 '꽁돈'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공단 측은 부랴부랴 19일 부터 잘못 지급된 환급금에 대한 회수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수월하게 회수될 리가 없습니다.

가입자들에게 자발적 재송금을 요청해야 하는데 주거래은행이 다른 은행에 통보하고 다시 지점에 통보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전화를 돌리면서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용하게 처리해 보자'는 직원들의 '담합(?)'은 은행원들을 때아닌 금융사기범으로 오해받게 만드는 등 더 큰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공단 측은 19일 사고 사실을 확인했지만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공단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띄우는 '일반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기자에게도 뒤늦게 사실을 인정하며 9500만 원 밖에 되지 않는 '일부 사고'라면서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부 사고'가 한해 40조원의 막대한 재원을 관리하는 건보공단의 신뢰성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을 끼쳤음이 분명합니다. 

처음부터 과오를 인정하고 투명하게 환수하는 방법을 택했다면 정부기관- 금융기관-국민 간에 빚어진 '금융사기 촌극과 혼란'은 없었을텐데 아쉬운 대목입니다.

사정이 어찌됐든 지금도 은행원들의 '이중 환급금 회수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가입자들이 공단측에 돈을 환급해줘야 할 차례인데요. 혹시라도 자신의 통장에 지난 17일, 18일에 같은 금액의 건보환급 내역이 있다면 공단 측에 확인하고 다시 송금해주면 됩니다.  

최보윤 기자(bong0079@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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