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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민원 해결 슈퍼맨'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되는 금감원

권순우 기자

 
 장맛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벌써 두 달이 넘도록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밤에도 집에 가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누구 하나 말 거는 이를 목격하기도 어려운 나날이 지나고 있는데요. 어떤 억울한 사연이 있어서 금감원 앞을 쓸쓸히 지키고 있을까요.
 
 그 분은 모 은행에서 20여년을 근무하다가 직장 내에서 ‘정신병자’ 취급까지 받으며 ‘왕따’를 당했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청경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경찰,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갔다가 일이 해결되지 않자 결국 금융감독원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 분은 금감원이 ‘슈퍼맨’이 되주길 바랍니다. 사연이 안타깝긴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슈퍼맨이 아닙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사내문제까지 해결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라는 쓰나미의 한복판에서 금감원은 가히 민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조직이 쪼개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민원 해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민원이 많은 금융회사에는 금감원 직원이 전담 관리자로 지정되고, 그래도 민원이 반복되면 금감원 직원이 직접 그 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1년에 5만 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된 보험회사를 지목해 ‘절반’으로 줄이라고 지도,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민원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최첨단 방안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이 민원을 대하는 방식에 합리적인 민원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금융소비자에게 쓴 소리를 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든 민원을 해결하는 슈퍼맨이 되려는 금감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앞섭니다.

 결과적으로 비합리적인 민원까지 챙기느라 행정력을 낭비하다보니 소비자들의 비합리적인 기대치가 높아지는 악순환을 스스로 조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금융회사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이라면 시시콜콜 금감원이 나서기를 기대하는 상황입니다. 정상궤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거죠.  
  
 금감원에 금융 민원이 몰리는 건 우리나라 민원이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룰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이 합리적인 지도를 하더라도 ‘을’인 금융회사 입장에서 그 이상의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민원인에게 돈을 주고 민원을 무마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금감원은 여전히 민원을 줄여야 한다는 맹목적인 목적만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 민원 처리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금감원 직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에 결함이 생겼다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민원을 넣는 사람은 없듯 민원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금융감독원이 개별 민원까지 챙기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조건 힘이 지배하는 듯한 잘못된 사고의 단면”이라며 “상식과 합리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라는 흐름 속에 이런 '지각'은 소수의 목소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감독당국은 민원을 분석해 발생 요인을 제거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개별 민원까지 처리하다보면 금융회사의 민원 처리 역량을 약화시키고 소비자들은 금융의 자기책임 원칙을 잊게 됩니다. '바보' 소비자로 전락하고 마는 겁니다.
  
 금융소비자 보호원 분리를 앞두고 금융 민원 발생 건수를 줄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 입장은 이해하지만 올바른 금융 소비 문화를 만드는 방향하고는 거리가 너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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