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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노후 '민관컨설팅' 급하다

최남수 보도본부장

# 강남에 사는 50대 초반 K씨.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 소득수준도 높고 오래전 사둔 건물에서 임대소득도 나오고 있다. 사는 동안 먹고 사는 걱정에서는 벗어난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다. 게다가 금융기관들이 부유층에게만 제공하는 자산운용 정보를 수시로 받아볼 수 있는데다 좋은 상품이 나오면 바로 연락을 해줘 돈을 굴리는 데도 유리한 입장이다.

# 지방 소도시에 사는 역시 50대 초반의 C씨. 대기업에서 부장까지만 마치고 짐을 싸야했다. 하던 일과 관련된 사업을 해봤지만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아 이 또한 접고 새 사업을 찾아보고 있다. C씨는 노후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쓸데는 늘어가는데 노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다. 금융기관에 가봐도 부유층이 아니어서 그런지 맞춤형 정보를 얻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벌판에 혼자 서있는 기분이다. '가다보면 어떻게 되겠지'가 C씨의 '전략 아닌 노후대비 전략'이다.

오래 사는 시대다. 돈이든 건강이든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너무 자주 말하고 들어 새삼스러운 말도 아니다. "늑대야!"하는 외침도 한 두 번이지 흔하게 듣다보니 '긴 노후라는 늑대'에 대한 경계심도 느슨해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긴 노후가 준비 안 된 사람들에겐 '재앙'이라는 차가운 현실이 눈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준비를 잘 하자'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당장 지혜롭게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점. 마음이 급하니 주먹구구식으로 흉내만 낼 뿐이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중 필요한 노후자금이 얼마일지 계산이라도 해본 사람은 27%에 불과하다.(서울대 조사) 1968년~1974년생인 2차 베이비붐 세대에서조차 절반이상은 빠듯한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지출 탓에 아직 은퇴이후를 위한 재정준비를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조사)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정보의 심각한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 돈이 많아 이미 안전한 노후 준비가 보장된 부유층은 은퇴 이후를 위한 '돈 굴리기' 정보가 넘친다. 상업성을 중시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야 돈이 되는 이들 계층에 돈 되는 정보를 공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무(금융기관)에게 옳은 일이 반드시 숲(사회)에는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긴 노후를 위해 어디에, 얼마씩 준비를 해가야 할지, 이런 정보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은 지금 '노후 절벽' 앞에서 불안해하고 있는 상당수 非부유층이다.

한 금융지주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거래 고객들에게 예금, 보험, 연금 등 패키지 노후 준비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계열 금융기관들로 TFT를 운영해보았다. 그러나 회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 등 실무적 문제로 이 실험은 막을 내렸다. 이 사안에 관한 한 상업적 동기가 약한 금융기관의 한계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보 절벽' 상태에 있는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노후준비를 위한 종합 컨설팅 인프라를 구축해 운용해야 한다. 정부 인사를 비롯해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기관을 참여시켜야 한다. 대면 접촉은 물론 온라인 등 각종 플랫폼을 총가동해 예금, 연금, 상해 보험 등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훈수'를 해줘야 한다.

효과는 클 것이다. 무엇보다 안락한 노후를 맞이하는 계층이 더 탄탄해져 노후 양극화 현상이 완화될 것이다. 노인자살이나 비참한 노후 같은 사회적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금융기관으로서는 잠자고 있는 노후대비 수요를 일깨워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개인들이 노후 대비를 잘하고 있으니 복지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일거다득'(一擧多得)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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