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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불법어업국' 낙인, 그동안 정부는 뭐했을까

이재경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이번에 지정된 예비 불법어업국은 우리나라와 가나, 퀴라소 등 총 3개국이다.

앞으로도 현 상태가 유지되면 '예비'가 떨어지고 '불법어업국'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다.

불법어업국이란 정확하게는 'IUU어업국'을 말한다.

IUU는 '불법, 비보고, 비규제(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를 뜻한다.

우리나라가 '불법'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가나, 퀴라소 등과 동급으로 취급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순 EU본부를 방문해 한-EU 정상회담까지 하고 오면서도 정작 EU가 우리나라에 '불법'이라는 멍에를 씌우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대처도 못한 것이다.

대통령까지 다녀오면서도 우리 정부의 협상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특히 지난 MB정부 시절 해양수산부를 폐지했던 기간 동안 이와 관련한 대응을 거의 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예고됐던 인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왜 불법어업국이 됐나

업계 관계자들은 서아프리카 바다가 분쟁의 씨앗이라고 지목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대 이후 원양어업에 진출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 했고, 서아프리카 해역에서도 조업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곳은 스페인의 주된 어장이어서 우리나라 어선들은 그들에게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EU가 나서서 우리나라 원양어업과 제도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EU가 처음 문제제기를 한 것은 불법어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제재수준이 과태료 500만원에 불과해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서둘러 법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7월 '원양산업발전법'을 3개월만에 개정하는데 성공했고 개정된 법은 불법어업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불법 수산물 가액의 3배 이하의 벌금 부과를 하도록 제재수준을 크게 높였다.

그러자 EU가 이번엔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어선위치추적장치 의무화와 조업감시센터 가동이 즉각적으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했지만 실제로 예산 확보를 통해 인력채용, 센터 설립 등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내년 7월이다.

어선들도 대당 수백만원부터 1천만원 이상인 어선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우리 정부는 EU에 설명했지만, EU는 당장 시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를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뭐했나

우리 정부, 정확하게는 해양수산부가 불법어업국 지정과 관련해 EU와 협의를 시작한 것은 해수부가 부활한 올해 3~4월부터다.

지난 MB정부 때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여러 차례 EU를 찾아가 설득도 하고 대화도 나누다 보니 EU측으로부터 '이제서야 협의 창구가 생겨서 기쁘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지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지난 MB정부 때에는 해수부를 폐지하면서 이 업무를 농림부가 담당했다.

그러나 과거 해수부 때보다 조직과 인원, 예산이 축소되면서 원양어업의 문제에 대해선 거의 등한시하다시피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 자료를 보니 지난 2011년에 EU가 이 사안으로 우리 정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그들이 이것저것 자료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 농림부측에서 매우 불쾌해했다는 기록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농림부는 안일한 태도로 대응을 하면서 EU의 심기를 거스른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불법어업이 훨씬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EU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 대상에서 이미 오래 전에 빠졌다.

우리도 해수부가 부활해 올 들어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지만 이미 만시지탄이었다.

MB정부 때는 손을 놓고 있었고, 이번 정부는 대통령이 EU까지 갔지만 이 사안은 말도 꺼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응은 한 발 늦었고, 결과는 참담했다.

◇'불법' 오명 벗을 수 있나

아직은 '예비' 불법어업국이다.

EU가 문제삼은 부분을 해소하면 멍에를 벗을 수도 있다.

반대로 우리가 최종적으로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면 수산물 금수조치, EU 국가와의 어선거래 금지 등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EU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캄보디아, 기니, 스리랑카 등 8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지만 그 가운데 '예비'를 떼고 '불법어업국'이 되거나 '예비 불법어업국'이 취소된 나라는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이렇듯 EU가 우리나라에 대해 언제 다시 심사할지는 미지수다.

그때까지는 우리 정부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로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관련 제도를 정비했고, 어선위치추적장치, 조업감시센터 등 필요한 조치가 충분히 되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설득해야 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그동안은 EU와 껄끄러웠던 관계였다면 이 역시 빠른 시일내에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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