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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JS전선 상폐..다함이텍이 떠오른다

박승원 기자

LS그룹이 원전비리로 얼룩진 계열사 JS전선의 사업을 정리하기로 하면서 시장에서 다양한 반응을 낳고 있다. LS그룹은 소액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도 결정했다.

◇JS전선의 상폐는 신뢰회복 초강수인가=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최근 인사에서 원전비리에 대한 임직원 책임을 물은 데 이어 원전 납품비리 사건을 일으킨 계열사 JS전선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을 비롯한 JS전선의 대주주 8명은 사재 212억원을 내놓았다. 소액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 전량은 6,200원에 공개 매수한 뒤 상장폐지하기 위해서다.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비리 문제로 속앓이를 한 기업들은 많지만, 회사를 폐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민과 정부에게 큰 누를 끼친 JS전선의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것이 도덕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게 LS그룹이 판단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2014년 신년인사회'에서 "JS전선을 정리하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이 많았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매수 가격 문제는 없나=현재 JS전선의 순자산은 1,300억원, 주당 1만1,500원이다. 시가총액은 600억원이며, 오너들의 공개매수 가격은 순자산의 0.6배 수준이다. 정상기업이라면 오너들이 장부의 거의 절반 가격에 공개매수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국내의 공개매수 기준은 시장가격이다.)
1년전 1만원대이던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장부가의 절반에 공개매수를 한다면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불만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JS전선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당장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신고리 3, 4호기에 납품한 부품 하자로 1,2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피소돼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팀 관계자도 "만약, LS전선이 소송에서 패소하면 지금의 장부가격 자체는 의미가 없다"며 "주주로서 경영실패의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공개매수 가격 6,200원은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송에 따른 배상금이 미미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배상금이 미미한 상황에서 상폐된 JS전선이 폐업된다면 오너들은 부채를 정리하고 남은 자산에 대해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결국 배상금과 회사 정리에 따르는 비용 등에 따라 오너들의 JS전선 몫이 결정되는데, 공개매수를 위해 출연하는 사재까지 감안하면 LS 오너들의 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IG건설 기업어음(CP) 불법 판매 사태를 계기로 아예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한 LIG손해보험의 구자원, 구본상 부자의 결단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LS그룹도 비슷한 맥락에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회사를 포기하고, 신뢰와 도덕을 취하는 전략이라는 것. 대규모 소송에 얽혀있는 것도 닮았다.

◇다함이텍 대주주 행보와 달라=지금까지 동향을 보면 LS그룹 대주주의 대응은 지난해 상장폐지된 다함이텍 대주주의 모습과 차이가 난다.

다함이텍은 순자산 2,900억원, 주당 순자산 가치가 7만5,000원을 넘던 우량 상장사였다. 카오디오를 생산하는 다함이텍은 지난 2009년 사업을 정리한 뒤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2년 연속 매출액 50억원에 미달해 상장폐지됐다.

그런데 대주주인 안흥수 회장은 상장폐지 직후 고의적으로 상폐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산 것. 순자산이 3,000억원에 가까운 우량 회사가 불과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지 못해 상장폐지 대상이 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당시 보유한 현금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회사 1~2개만 사들여도 어렵지 않게 상장폐지 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리매매 기간 중 안 회장 일가의 개인 회사인 다함레저가 주당 1만3천~1만7천원대에 90만8천주를 거둬들이면서 다함이텍은 명실상부한 안 회장 개인 회사가 됐다. 상폐의 공포 앞에서 한국밸류자산운용마저 청산가치의 4분의 1 수준에서 주식을 팔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안 회장의 다함레저는 청산가치의 4분의 1 가격으로 사갔다.

다함이텍은 상폐 후에도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송파구 일대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상폐됐지만 사업은 승승장구다. 부동산 개발의 이익은 고스란히 안 회장 일가 몫이다. 상폐를 통해 안회장 일가가 덤으로 얻을 이익은 얼마나 될까.

한편으로는 거래소의 상폐 관리에 큰 허점이 노출된 셈이다. 현금 부자인 상장사가 매출이 없다고해서 상폐를 방조하는 지금의 규정은 소액주주에게 전적으로 불리하다. 부자 뿐 아니라 부자기업도 2년 정도 매출이 안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요즘 '대박'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거대 골프장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다함이텍이 상폐와 부동산 개발로 또 어떤 대박을 낼지, 여의도 증권가의 몇몇 고수들의 관심거리다. (거래소도, 대중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함이텍을 잊어가는 듯 해서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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