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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에이스침대의 LP와 거래소의 선진화

박승원 기자

거래량이 대표적으로 부족한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스침대가 증권사와 유동성공급(LP)계약을 체결로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액면분할이나 유무상증자, 신주 발행 등 구조적인 유동성 보강이 아니라 LP계약만을 체결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모면하고 있어, 한국거래소의 상장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에이스침대는 장 마감 후 대우증권과 LP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대우증권이 에이스침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준은 호가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 간격) 비율 2%, 호가수량은 매매수량 단위의 10배 이상이다. 계약기간은 1년이다.

LP계약은 거래량이 적은 종목에 대해 증권사가 매수·매도를 함으로써 안정적인 주식거래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소는 극도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종목에 대해서는 상장폐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한분기 당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수의 1%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2분기 연속으로 요건이 충족되면 상장폐지에 이른다.

월평균 거래량이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반기(6개월) 내내 지속될 경우 주가가 왜곡돼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3개월)·상장폐지(6개월 연속)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

다만, 월간거래량이 1만주를 넘거나 소액주주 300인 이상이 2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해당 상장사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예외 규정으로 증권사와 LP계약을 체결하면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문제는 에이스침대가 상장을 위한 거래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따라 관리종목에 지정되어야하지만, 매년 LP계약 체결로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

실제로 에이스침대의 주가는 지난해 10월8일 9만3,700원에서 전일 11만2700원으로 20.27%나 급등했지만, 이 기간동안 일평균 거래량은 344주에 그쳤다.

이처럼 거래량이 부족하면 액면분할이나 신주를 발행해 거래량을 늘려야하지만, 에이스침대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LP계약을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체결해왔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현재까지 액면분할이나 신주 발행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에이스침대가 실질적인 노력 없이 허술한 거래소 규정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당 상장사가 액면분할이나 신주 발행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도 손실을 볼 수 있는 LP계약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극심한 거래량 부족은 시장의 소외를 낳고 이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지난해 9월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5.74배다. 동종 업계 기업들의 PER가 10배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저평가 돼 있다. 이같은 저평가로 오너들은 상속세의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소액주주는 그렇지 않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거래소는 LP계약이 좋은 제도라고 항변한다. 해당 상장사가 부실하거나 부도가 난 경우가 아닌 이상 거래량이 부족하다고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는데, LP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그나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이 부실하거나 부도가 나서 관리종목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없다고 해서 거래소가 쫒아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유동성 공급자를 통해 가격을 변동하게 하는 게 아니라 거래량을 채워주는 역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장사의 LP계약이 상장폐지를 위한 면피라는 지적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우리가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코스닥기업인 에이스침대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안유수 회장(5%)과 장남인 안성호 사장(74.56%)을 합쳐 79.56%에 이른다.(차남인 정호씨는 시몬스침대 최대주주다.) 여기에 자사주가 13.7%에 이른다. 둘을 합치면 90%를 훌쩍 넘어 소액주주 분산 요건에 미달한다. 그런데 거래소는 자사주를 소액주주로 분류하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자사주를 소액주주로 보고 있는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수년째 미동조차 없다.

에이스침대가 거래소의 파격적 '호의' 속에 LP 계약만으로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의 코스닥 우량주에 걸맞지 않는 옹색한 모습이다. 구조적인 유동성 보강과 주식분산을 통해 오너와 소액주주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야한다.

거래시간을 늘리는 게 거래소 선진화의 최우선 과제는 분명 아닐 것이다. 발행주식의 90% 이상을 오너와 회사가 틀어쥔 채 소액주주의 이해를 철처히 외면해도 되는 작금의 규정부터 손을 대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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