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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정수기 업체들은 봉이 김선달?

이지원

정수기 물이 수돗물 보다 깨끗할 거라는 통념을 깨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 소비자단체가 실시한 조사인데, 실제로 정수기 물과 수돗물을 비교해보니 더 깨끗할 줄로만 알았던 정수기 물에서 100배나 더 많은 세균이 나왔다.

반면 수돗물의 수질조사 결과는 모두 합격점이었다.

특정 업체, 특정 정수기 대상이 아닌 전국 10개 아파트의 정수기 12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를 진행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정수기 물이 수돗물보다 안전하다는 일반 인식이 있고 정수기 업체들도 그렇게 광고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점이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수기 물이 수돗물만 못하다'는 조사결과에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정수기 업체 등에는 소비자 문의가 빗발쳤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정수기가 수돗물만 못하다는 데에 분통 터지고, 게다가 최소 두달에 한번씩 '관리'까지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균이 나온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돈 주고 세균을 마신 꼴이 아니냐'며 반발했다.

조사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번에 조사된 정수기에서 검출된 세균은 '일반 세균'이다.

일반 세균은 수중에 있는 병원균을 제외한 여러 잡균을 의미하는데, 현재까지 일반세균 농도와 인체 발병 가능성 간 상관성은 규명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일반세균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미생물로 분류하고 있다.

정수기업체들은 이런 이유로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정수기 업체 관계자는 "인체 유해성을 입증할 수 없는 '일반 세균'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정수기 사용자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해하지도 않은 '일반 세균'을 내세워 정수기업체들을 '봉이 김선달'로 만들고 있는 꼴이란 것이다.

하지만 정수기 업체들의 이같은 해명에도 정수기 사용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번 조사결과는 '수돗물이 먹는 물로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수기 사용자 입장에선 '믿었던 정수기 물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게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정수기의 세균 문제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터나 저수조, 물이 나오는 토출구 등은 세균 번식이 쉬워서 그동안 수차례 이같은 정수기의 '세균 문제'가 불거져왔다.

오죽하면 일부 정수기 업체는 '세균 걱정 없는 정수기'라며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정수기 '세균'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세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수기 업체들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정수기가 청결하게 관리될 경우 일반세균 검출 수가 적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세균 검출 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세균도 '관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수기 업체들은 저마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관리까지 해준다'며 한달에 일정 수준의 관리 비용을 추가로 받는다.

소비자들이 이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정수기를 사용하는 것은 '믿고 마실 수 있다'는 안전성과 번거롭게 관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준다는 편의성 때문일 것이다.

보다 신뢰성 있는 수질 검사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일반 세균'이라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매일 마시는 물인 만큼 소비자들 입장에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머니투데이방송 이지원 기자 (easywo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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