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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범죄의 재구성'...3000억 대출사기 '처음과 끝'

권순우 기자


* 아래 글은 다스텍의 공시를 보고 추정한 창작물임을 알려드립니다.

처음엔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정말 휴대폰하고 부속품 잘 팔아보려고 했지. 삼성전자에서 사서 KT에 납품하면 마진이 쏠쏠했거든. 근데 KT에서 우리 물건을 안 사준다는 거야. 납품처도 없는데 한마디로 망한 거지. 뭐 괜찮아. 물건을 꼭 팔아야 돈을 버나. 그냥 팔았다고 하면 되지. 딱 보니 KT 도장 하나면 은행에서 그냥 대출해주더만. 순진한 김 부장한테 도장만 좀 빌리지 뭐. 법인카드 하나 쥐어주니까 다 해주더라고. 외제차도 줬는데 부담스럽대. 그래서 국산차로 바꿔줬어.

사실 처음부터 대출 받아 튈 생각은 아니었어. 3000억이 얼마나 큰 돈인지 구경 못해 본 사람은 몰라. 어디 가지고 도망도 못가. 그냥 잠깐 빌리는 거지. 원래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잖아. 돈 좀 빌려서 투자 좀하고 튀겨서 이자 원금해서 갚으려고 했어. 금감원이 괜히 끼어들지 않았으면 모두가 행복한 게임이었다고.

물론 좋은 시계도 사고 차도 샀어. 디시에서 자랑 좀 했더니 찌질이들이 영웅 취급을 하는데 기분 내느라 좀 질렀지. 그때 선물로 뿌린 휴대폰 케이스는 내 돈으로 산거니까 받은 시계이들 걱정하지마. 3000억이야. 3% 이자만 받아도 1년에 100억원이 그냥 떨어진다고. 1억짜리 시계 사도 티도 안나.

우선 하나은행 돈으로 시작했어. 차환도 하고 이자도 갚고 해야 하니 국민은행에서도 좀 빌리고. 거기 이자 갚는 건 저축은행에서 땡겼지.

투자처는 당연 주식이지. 일단 상장된 회사가 하나 필요했어. 다스텍이라는 회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전자파 막는 장비 특허내고 장사하다가 망한 거 같더라고.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 미니까 태양광 한다고 설치는 꼴이 본업엔 관심이 없어 보였거든. 뭐 상관있나. 어차피 껍데기(셀)만 있으면 되는데.

2010년 5월 먼저 자문사끼고 140억 투입. 껍데기만 있으면 되니까 원래 사장한테 나머지는 돌려주기로 했어. 용인 공장부지랑 교대 앞 상가 50억원에 넘겼어. 헐값에 넘겼는데 삼일회계법인이 사인해줬으니까 괜찮겠지.

쓸데도 없는 중국 계열사랑 태양광 사업도 넘겼어. 140억 투자해서 대충 70억원 받았으니까 껍데기 가격만 70억원이네. 도둑놈. 무슨 껍데기를 70억이나 받아 먹나. 이게 다 투자지 뭐. 이름은 그냥 다스텍으로 했어. 괜히 회사 주인 바뀐거 티 낼 필요는 없으니까.

사업을 안하니까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시키겠다고 난리네. 때 되면 알아서 조건 맞춰 줄텐데 사람들이 참 성질이 급해. NS쏘울 동원해서 21억 더 투자했어. 그리고 핸드폰 액세서리 사업 할 거라고 하니까 실적 보여주니까 상장 유지 시켜주겠대. 거래소야 상장해주고 거래해주면 그걸로 고리 뜯는 곳이니까 상장 유지 조건 맞춰주면 감지덕지 하지.

허위 실적 내고 매수 주문 좀 냈더니 개미들 겁나 따라 붙더만. 쩜상한가로 주가가 올랐어. 쓰레기장에서 꽃이 피었는지 아나봐. 주가가 3배나 올랐어. 차명으로 주식 좀 팔았지. 자문사는 BW 받은거 다 팔거래. 잘 생각한거지 뭐. 오래 들고 있어서 뭐하겠어.

갑자기 저축은행에서 전화가 왔어. 뭔가 낌새가 이상해. 아. 망했다. 다들 해외로 고고싱~

PS.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이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 투자해서 번 돈으로 이자 원금 모두 갚으려고 했다니까. 계획대로 잘 되고 있었는데 금감원이 괜히 끼어서 사단이 난거라고. 대출금은 돌려주려고 했는데 돌려줄 수가 없게 됐네. 미안하게 됐군. 돈 빌려준 은행이든 도장 빌려준 KT든 나를 탓하지 말고 금감원을 탓하쇼.

PS2.
김 사장. 그냥 우리한테 다 뒤집어 씌우고 회사 분위기 좀 나아지면 정리해서 좀 나눠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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