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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이현령 비현령' 식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

권순우 기자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한 전업 투자자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투자자 A씨는 투자한 회사 기업 탐방을 갔다가 주식담당자로부터 ‘HOT’한 내용을 들었습니다. 한 대기업이 그 회사를 인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주식 133만주를 매수해 14억원을 벌었습니다. 또 지인들에게 호재를 전달해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금감원은 A씨를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불공정거래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내부 정보를 준 상장사 주식담당자와 함께 주식 투자를 한 지인들은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지인들은 2차 정보 이용자로 처벌 범위에서 벗어났고 주식 담당자는 통상적인 업무 범위였다고 인정했습니다.

최근 CJ E&M IR 담당자가 실적 악화 정보를 사전에 애널리스트에게만 전달해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인 펀드매니저에게 이 정보를 전달했고 매니저들은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했습니다.

증권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은밀한 정보 유통 경로가 드러났습니다. 폭락하는 주가에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던 개미들은 뒤늦게 실적 악화 사실을 접하고 분노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야심차게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부도덕한 행위인데 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고 있을까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정작 이익을 취한 펀드매니저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우리나라는 2차 정보 이용자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2차 정보 이용을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하고 제재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개정이 되더라도 소급적용이 되진 않습니다.

징계 대상이 된 애널리스트 역시 억울하긴 마찬가집니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되는 애널리스트는 최초 정보 전달자로 한정됩니다. 20여명의 애널리스트가 실적 악화 정보를 듣고 와서 펀드매니저에게 전했지만 가장 먼저 전화한 애널리스트만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겁니다.

행위와 목적은 똑같은데 단지 '선착순' 원칙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되니 억울할 만합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펀드 매니저의 주식 거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은 첫 번째 전화를 한 사람"이라며 "통화 내역, 이메일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보를 제공한 CJ E&M IR 담당자에 대한 처벌을 두고도 논란이 있습니다. 앞서 M&A 정보를 A에게 제공한 주식 담당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IR 담당자가 찾아온 투자자에게 회사 사정을 이야기한 것은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조사의 주체가 달라졌습니다. 금감원 조사국에서 조사를 할 때는 기업의 IR 담당자가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통상적인 업무로 판단하다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서 조사를 할 때는 불공정 행위로 판단한 겁니다.

이러니 증권업계는 "정부 차원의 CJ를 손보기의 일환"이라는 음모론부터 "재수 없게 걸렸다"는 냉소적인 한탄까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상장 기업의 중요 정보는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동시간에 알려야 한다는 ‘공정공시의 원칙’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02년 공정공시 제도가 처음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식 시장은 공정공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합니다. 투자자들은 나만 모르는 새로운 정보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고 호시탐탐 음지의 정보를 찾아 헤맵니다. 불신이 팽배한 이유는 그만큼 미공개정보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당국 역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을 시장에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CJ E&M 사건이 단지 행위자 몇 명을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식 시장에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공정공시의 원칙이 세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금융당국은 자체적으로 공정공시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있는지, 지금까지의 제재 사례를 보면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자본시장조사단이 ‘뭔가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의미있는 원칙을 시장에 던져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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