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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시멘트ㆍ레미콘 업계는 귀를 여시오"

임채영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레미콘 업계의 극렬한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멘트 7개사 모두 시멘트 가격 인상을 결정하자, 이를 향항 레미콘 업계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멘트 업계 역시 레미콘사들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건 마찬가지다.

어떤 방향이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지만 두 업계는 서로 귀를 닫은 채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는 모습이다.

◆ '나는 모르쇠'

시멘트 가격 인상 논란을 둘러싼 두 업계의 태도는 '나는 모르쇠'로 정리된다.

서로의 불만은 '이기주의'로만 간주한 채, 서로의 이야기는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연탄 가격이 떨어졌는데 도대체 가격을 왜 올린단 말입니까?"

레미콘사들은 시멘트 생산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하락했으니 시멘트 가격을 올릴 어떠한 명분도 없다고 주장한다.

"전기료, 운임료가 올랐다지만 유연탄 가격 하락폭이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시멘트 가격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또한, 시멘트사들이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경영실패의 책임을 레미콘사에게 전가한다며 시멘트 업계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유연탄 가격 올랐을 땐 왜 가격 안 올려줬답니까?"

시멘트 업계에선 레미콘사들이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가격이 내릴 때만 큰소리를 낸다며 '전형적 업계 이기주의'라고 불평한다.

"물가를 반영해 레미콘 값을 인상하면 될 문제를 건설사 눈치 보느라 시멘트 업계를 향해서만 욕을 내뱉는 것 아닙니까?"

레미콘 업계가 건설사를 상대로 스스로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무능력함을 시멘트 업계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알면서 모르는 척'

"국내 시멘트 생산량의 80%를 레미콘사들이 구입하고 있어요. 레미콘사들이 경영 악화를 겪으면 시멘트사도 좋을 게 없습니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대 시멘트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국내 시멘트 업계가 망하면 결국 레미콘사들은 비싼 값을 주고 질이 낮은 중국 시멘트를 구입해야 합니다"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극단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우리가 망하면 너희도 망한다'라는 서로에 대한 압박성 경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상생할 수 밖에 없는 관계란 것을 서로 인정하고 있단 것을 반중하기도 한다.

결국 양측이 서로의 욕심을 조금도 버리지 않으려고, 현실적 해결책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자기 주장만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 '귀를 여시오'

"두 업계 모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적당선에서 조율이 필요할 것 같은데 대화의 움직임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네요"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갈등의 불씨가 커지기 전에 정부라도 나서 중재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두 업계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시멘트 업계가 가격을 동결했던 만큼, 올해에는 가격 인상 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세아시멘트 등 일부 시멘트사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그 외 시멘트사들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에서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레미콘 업계 사이에서는 시멘트사가 한 곳도 빠짐없이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만큼, 최소한의 인상폭을 얻기 위한 협상에 돌입하는 것이 현명하단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는 분위기다.

시멘트사가 각각 6~10%대로 다른 인상률을 제시한 만큼, 레미콘 업계는 최대한 빨리 수용 가능한 인상률을 시멘트 업계에 요구하고, 시멘트 업계도 적당선에서 레미콘 업계를 설득시키려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

무엇보다 서로에게 닫은 귀를 활짝 열고, 역지사지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머니투데이방송 임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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