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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우리금융 이사회, '배임을 피하기 위한 또다른 배임'

이대호 기자



“보름만 버티면 배임 소지를 피할 수 있다.”

기어코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임기 만료일까지 버티는 모양새입니다.

‘2주일만 지나면 사외이사들이 배임 소지를 피할 수 있는데, 그 전에 무리해서 사인을 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3사 패키지 매각을 위한 가격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금융권에서 나오는 말들입니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에 NH농협금융지주를 선정할 당시에도 ‘일부 사외이사들이 배임을 피하기 위해 임기 만료일까지 거래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설마 3개월이나 끌겠나?’라는 반문도 있었는데, 그것이 현실화되기까지 어느덧 10여일(21일 주주총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우리금융저축은행 헐값매각 시비 때문에 배임 논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2011~2012년 저축은행 인수와 정상화에 약 2,100억원을 투입(옛 삼화, 솔로몬저축은행)하도록 한 사람들이 투자금의 1/7 가격에 매각하도록 승인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패키지 매각을 강행할 경우 사외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 가격으로 농협금융지주는 300억원, KB금융지주는 -5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현재 저축은행 가치가 장부가에 훨씬 못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농협금융이 제시한 300억원에서 얼마를 더 올려야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이 배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인지 기준도 모호합니다.

지난해 12월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추후 협상을 통해 우리금융저축은행의 매각조건을 개선해야 하고, 우리투자증권에 대해서도 매각조건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라고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당시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즉, 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우투도, 저축은행도 모두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매물별로 가격 인상폭을 정해서 농협금융 측에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NH농협금융지주는 “3개 매물에서 모두 가격할인 요인이 발견됐다.”며 가격을 오히려 깎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사를 통해 드러난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협상하자는 입장입니다.

일반적으로 M&A에서는 인수제안 가격을 기준으로 확인실사 결과 부실이 드러나면 그만큼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례입니다.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얼마 이상은 깎지 않는다.’라는 단서를 달기도 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되레 가격을 올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제 와서 매물 가격을 ‘왜’ 올려야 하는지 논리적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미 시장에서 평가한 가치는 입찰을 통해 가려졌고, 그 중에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농협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금융지주는 패키지 총액에서도 농협금융보다 1,000억원 가량 적게 제안했고,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금융은 ‘가격 인상’을 고수하며 “농협금융이 결단만 내리면 바로 타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농협금융에도 이사회가 있고 주주가 있습니다. 농협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값을 올려주면 우리가 배임에 걸린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오는 21일이면 우리금융 사외이사 5명의 임기가 끝나고, 공은 새로운 이사진에게 넘어갑니다.

본인들에게 쏟아지는 헐값매각 시비를 피하기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와 ‘공적자금 조기 회수’에는 눈을 감아버린 우리금융 일부 사외이사들.

배임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배임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요?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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