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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기술 과속, 그 고삐가 풀리면···

최남수 보도본부장

정보유출. 이젠 일상이 돼버렸다. 개인정보라는 말조차 의미를 잃었다. 개인의 웬만한 정보는 다 공공정보가 된 '투명한 세상'이다. 어차피 중국 등 해외로 다 나간 정보이니 국내서도 공개해 혁신이나 이루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개인 정보만 뚫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비밀스런 정보도 예외가 아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내 한 글로벌 제조업체에서 실제 일어난 일. 이 기업은 외부 업체에 IT 관련 프로젝트 하청을 종종 주곤 한다. 원청기업 안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프로젝트가 완성되니 내부 정보는 하청 업체와도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정보를 담은 서류파일들이 원청회사도 모르게 고스란히 하청업체들에 새나가고 있다는 것. 해당 업계에서는 공공연할 비밀이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이 일을 맡은 직원이 그만둬도 새 직원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하기 위해 정보를 가지고 나온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고 이 정보들이 다른 경쟁사로 흘러들어가지 않으란 법이 없다. 해커에 의해 정보망이 뚫린 보안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고 이번 카드정보 유출 사태처럼 결국 사람이 문제인 사례다.

정보 유출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정보를 한 데 모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나 개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 등을 담은 빅데이터가 유출되면 그건 재앙수준일 것이다.

한 가지 사례. 미국의 유통업체인 '타겟'은 임산부들이 주로 사는 품목을 구매하는 여성들을 가려내 임산부용 할인쿠폰을 보냈다. 이를 본 한 여성의 아버지가 항의 전화를 했다. "내 딸은 지금 여고생인데 당신들이 임신을 하라고 재촉하는 것인가요?" 타겟의 매니저는 사과했다. 며칠 후 다시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미안합니다. 제 딸이 정말 임신 중이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부모보다 먼저 임신 사실을 알아내는 유통업체. 이런 개인 정보들이 유출된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조금 더 편리하자고, 또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주자고 하는 마케팅 차원의 일들이 '개인정보의 파괴적 노출'이라는 위험성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것이다.

IT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또 다른 부작용은 이미 발등의 불로 떨어진 일자리 문제다. 새 기술이 선을 보이면 새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사람을 적게 쓰는 기술이 주종이어서 옛 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거꾸로 새 기술에 밀려 도태되는 구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첨단 지식이 요구되는 신산업에서 일자리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막 개화하기 시작한 3D 컴퓨팅 산업을 보자.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프린팅해 만들어 내는 세상. 우주 공간에서도 그 때 그 때 필요한 부품을 손수 제작해 쓰게 될 세상. 무척 편리한 삶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웬만한 단순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나 금형업체들은 문을 닫게 될 공산이 크다.

IT기술의 발달이 우리 사회에 혁신의 경쟁력과 편리함의 열매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종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문명의 지평도 열어줄 것이다. 하지만 정보 유출과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여파 등 그 그늘 또한 만만치 않게 깊을 것이다. 우리는 점점 매우 편리하지만 매우 불안한 'VCVU(Very convenient but very uneasy) 사회'의 골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잠시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짚어보고 나아가도 되지 않을까. 편리하면서도 안전하고 안정된 사회로 가기 위해 말이다. 뭐든 과속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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