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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산부인과 갔더니 사진관에서 전화가!"....'무원칙' 개인정보 대책

권순우 기자


얼마 전 임신한 L모씨는 산부인과 병원에 갔습니다. 며칠 후 웬 사진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만삭사진, 성장앨범 등을 찍어주는 스튜디오였습니다. 병원에서 산모의 개인 정보를 넘긴 겁니다.

아기 사진을 찍는 성장앨범은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도 됩니다. 사진관 입장에서 산모들의 임신 정보가 돈이 됩니다. 고객 정보를 유출당한 L씨는 “병원에 항의하고 싶었지만 나중에 진료를 소홀히 할까봐 못했다”며 “병원에서까지 개인정보가 유출을 되는걸 보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L씨의 사례를 보며 53페이지에 달하는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을 봤습니다.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신고 대상이 되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정부가 보호하는 개인정보는 '금융'분야뿐이기 때문입니다.

천지사방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는데 정부는 금융회사 개인정보만 보호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합동으로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 보니 제목 자체가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1월 국민, 농협, 롯데 등 3개 카드사에서 개인 정보 유출 됐을 때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CEO에게 묻겠다”고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KT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민간 기업의 정보 유출 부분에 대해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고 파악된 후에 말할 수 있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모든 개인정보를 포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배상명령제도에 대해서는 4월 국회에서 입법 논의하겠다는 원론 수준의 언급만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정보유출 사고 때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를 간섭할 항목과 권한만을 증가시키면서 정작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나 피해 구제에 관한 대책은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2011년 이후 알려진 개인정보 유출 건수만 해도 2억 3000만건입니다. 아이 어른 할 것이 없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4회 이상 정보가 유출된 셈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대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 정보는 공공재 아닙니까?” 금융회사로만 한정된 정부의 정책은 외발 자전거에 불과합니다.

또 하나 이번 개인정보 대책의 문제점은 사고 수습에 급급해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이 없다는 겁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대상으로 과도하다 싶을 정도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방침을 세웠습니다.

금융위는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효율성만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정상화 되는 과정”이라며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비전으로 내세웠던 금융권의 빅데이터 사업은 전면 중단됐고 대출모집인, 텔레마케터들은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금융권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분석조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보호의 철학은 다른 분야에는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깐깐합니다.

이처럼 깐깐한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전 분야에 적용하면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가 유출되면 CEO를 문책하겠다는 기준만 해도 KT, 티몬 사장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전임 사장 때 일어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단지 검찰이 발표할 시점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사장 월급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경질된 모 카드사 사장님은 참 억울할 일입니다.

국민들은 개인정보 대책을 보며 계속 묻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하지? 저럴 땐 어떻게 하지? 개인 정보는 국민들 생활 속에서 언제든 맞닿아 있기 때문에 내 정보가 어떤 상황에서 보호가 되는지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누가 어떤 분위기에서 규제를 만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혼란만 가중됩니다.

눈에 보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만 몰두해 원칙없이 만들어진 특정 업권 ‘쏠림 정책’이 개인정보 보호도 제대로 못하고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 시킬까 우려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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