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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운동화 사려면 줄 서라?… '단종 마케팅'에 낚이는 소비자들

최보윤


"득템 성공!"

점심 시간이 다가올 무렵 직장인 공경호씨에게 도착한 카카오톡 메시지다. 그의 와이프로부터다. 아침 일찍부터 돌이 채 안 된 아이를 들쳐업고 나가 꽃샘 추위와 사투를 벌인 와이프의 짧고 굵은 소식이었다. 와이프가 '득템'한 것은 일명 '도민준 운동화'.

이를 지켜본 공 씨의 선배 정민호씨는 표정이 굳었다. 정 씨의 처도 공 씨의 와이프처럼 아침 내내 운동화 매장 앞에 서서 추위와 싸웠으나 코 앞에서 '품절'이란 얘기를 듣고 돌아서야했기 때문이다.

◆ '도민준 운동화'가 뭐길래… 꽃샘 추위에도 긴 줄 행렬

13일 오전 이랜드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운동화 브랜드 '뉴발란스'의 전국 매장 앞은 여기저기 긴 줄 행렬이 이어졌다.

매장 입장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였다.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몰린 건 최근 완판된 '도민준(달마시안) 운동화'가 13일 마지막으로 재입고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12일 오후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 '달마시안(도민준) 운동화를 13일 재입고 한다'고 기습 공고했다.

문제의 운동화는 이랜드가 미국 뉴발란스 본사에 의뢰해 한국인이 선호하는 색감을 입힌 운동화다.

13만 9,000원 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극중 도민준)이 신고 나온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1월 8일 출시된 이후 한 달 여 만에 1차 완판된 바 있다.


<13일 뉴발란스 강남점에 소비자들의 긴 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한정판', '단종' 마케팅…소비자 불편 가중

이랜드의 '한정판', '단종' 마케팅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소수의 사람들만 공유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이랜드에 따르면 13일 뉴발란스 홈페이지와 온라인 스토어는 사상 처음으로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달마시안' 운동화는 매장 영업 개시와 함께 2초에 하나 꼴로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다.

이랜드는 이전에도 비슷한 마케팅으로 '대박'의 맛을 봤다. 대표적으로 일명 '스티브잡스 운동화'가 그랬다. 2~3년 전 이 운동화는 스트브잡스가 숨지면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때도 이랜드는 단종 마케팅을 펼쳤고, 소비자들은 벌떼 같이 몰려들었다. 결과는 완판.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당시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중고 거래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구매하면서도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13일 오전 뉴발란스 강남 매장 앞에서 두 시간 가까이 줄을 선 소비자 김미영(29세, 가명)씨는 "매장 오픈 시간이 10신 줄 알고 9시에 왔는데 11시 오픈이었다"며 "꼭 사고 싶은 제품이어서 기다리긴 했는데, 일부러 줄을 세우려고 늦게 여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염지은(28세, 가명)씨는 "매장 입장도 두 세 명씩 끊어서 시켜줬다"며 "명품 매장도 아닌데 굳이 사람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줄 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평소 뉴발란스 제품을 자주 구매하는 데, 다른 제품들은 사전 주문을 받아주면서 인기 상품들은 예약 주문을 받아 주지 않아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이랜드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반응"이라면서도 "앞으로 해당 운동화의 추가 입고ㆍ판매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운동화 보다는 한정된 사람들만 즐기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남기겠단 것이 이랜드 측의 계획인 것이다. 이랜드 측은 또 제품의 품질이나 디자인 향상을 위해서 한정된 수량만 출고하는 것일 뿐 의도된 마케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종' 정책을 접지 않는 의지나, 단종을 앞두고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운동화를 명품으로 남기고 싶다면서도 소비자 배려는 명품으로 하지 않는 현실에 소비자들은 뒷맛이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기습 판매 공고와 줄세우기, 주문 예약 판매 거부 등의 방법으로 일시적인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나 정작 '명품 전략'과 소비자 신뢰에는 금이 간 모양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bong0079@mtn.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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