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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주유소 사장은 '부자'?…"돈 없어 폐업도 못 한다"

염현석

매년 문을 다는 주유소는 500개 정도다. 전체 주유소 중 4% 가량이 폐업한 셈인데 주된 원인은 주유소 난립으로 인한 이익률 하락 때문이다.

2000년 이후에만 주유소는 매년 30% 이상 증가하며 국내 적정 주유소 숫자인 8천개를 넘어 급기야 만3천여개까지 늘었다. 가격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 밖에 없었고 2011년엔 알뜰주유소까지 출범하면서 마진은 급속히 줄었다.

2005년만 해도 3%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2011년 0.6%, 2012년 0.5%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0.4%까지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고 적자만 쌓이고 있는 주유소도 현재 천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폐업 주유소 급증은 예견된 일이었다.
◆ 폐업 등록을 못한 채 방치돼 있는 서울의 한 주유소

흔히 폐업이라고 하면 사업을 정리하고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유소의 경우는 폐업등록 완료라는 특별한 절차가 하나 더 있다.

기름탱크 주변에 기름이 새어나와 토양오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름을 보관하던 탱크를 제거하고 기름탱크 주변의 토양오염 방지작업 등을 완료하고 폐업처리를 등록해야 한다

이 때문에 폐업등록이 완료하고 토양오염에 대한 우려가 없어져야 주유소 부지에 건물을 짓는 등의 다른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지난해 이렇게 폐업 처리를 완료한 주유소는 모두 310곳이다. 그런데 나머지 200곳은 폐업등록조차 못하고 있다. 뒤처리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주유소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략 1억4천만~2억2천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주유소 건물 철거비용이 7천만~8천만원, 매립된 주유탱크를 없애고 토양을 정리하는 데에만 7천만~1억4천만원이 든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주유소 하나만 운영해도 지역 유지로 여겨지던 주유소 사장들이었는데 이제는 돈이 없어 폐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린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폐업을 앞둔 한 주유소 업주는 "누적 적자때문에 주유소를 처분하고 다른 사업을 하고 싶은데 주유소가 팔리지 않으니 처리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주유소협회가 내놓은 대책은 공제조합 설립을 통한 폐업 보조금 지원이다.

주유소협회에 회원사로 가입한 주유소들이 매월 내는 3만원 상당의 회비와 정부 보조금으로 폐업 주유소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인데 재원 마련이 걸림돌이다.

정부는 이제 막 법률이 통과돼 지원금은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주유소 협회 회비 50억원 가운데 사용 가능한 금액은 10%도 되지 않는다.

영업을 접은채 주유소를 방치하고 있는 한 업주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유소 개수를 늘리고 알뜰주유소 등으로 무리하게 가격 경쟁을 시켰는데 자연스럽게 퇴출할 수 있는 통로는 없다"며 "개인이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3천여개에 달하는 예비 폐업 주유소들이 도시 곳곳에 흉물로 방치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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