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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부총리가 다녀간 뒤 독거노인은 담배를 피웠다

강효진 기자

배려가 많았습니다. 검소했습니다.

취약 계층 현장 방문길에 오른 현오석 부총리의 모습입니다.

80분간의 주민 센터 간담회를 뒤로 하고 현 부총리는 홀로 독거 노인을 찾았습니다.

그를 수행한 사람은 담당 국장 한 명이었고 나머진 판암 2동 주민센터 관계자와 취재진 일부였습니다.

현 부총리는 "괜히 많은 사람들이 와서 놀라신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부총리가 여기 찾아온 게 소란 피울 일은 아니란 이야기였습니다.

당사자가 부담스러울까봐 방문 인원도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독거노인에게 부총리의 행차가 부담이 돼선 안된다는 판단에서 였습니다.

기자는 부총리가 오기 30분전에 현장을 먼저 찾았습니다.

공인 평수는 13평이었지만 실평수는 9명 남짓 한 매우 좁은 임대 아파트였습니다.

그 분은 76살의 나이에 아들 딸 없이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20여 분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분이 가슴에 묻은 세상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임대료가 4만 4천원. 관리비는 10만 8천원..전기세, 전화료 합치면 한달에 20여만 원.

수입 없이 홀로사는 할아버지에겐 벅찬 현실입니다.

할아버지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은 월남전 참전 댓가로 나오는 국가보훈처 지원금 24만 5천원, 기초 노령 연금 9만 8천원 등 40여 만원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달부터는 인근 복지관에 매달 12번만 나가면 되는 20만원 짜리 노인 일자리를 얻어서 임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고정적인 일자리는 아닙니다.

일을 하기전 가계 수지를 따져보면 20만원 돈이 남습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작년 10월 말에 전립선암을 앓아서 현재 치료중입니다.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병원 왕래하는데 한번 갈 때마다 몇 만원씩 깨지는 병원비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돈 있는 사람은 모를 일입니다.

전립선암은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수술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지만 그 때문에 주변에 150만원을 꾸었습니다.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지만 혼자서 이것저것 돈 들어갈 일이 여간 아닙니다. 가정사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기가 막힙니다.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돕니다.

'찾아가는 서비스' 현오석 부총리의 취약계층 방문길의 슬로건입니다.

부총리는 와서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정부의 역할을 설명했습니다.

정책 실패. 제도가 있어도 활용을 하지 못하면 제도가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꼼꼼히 살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다 좋습니다만 부총리를 배웅한 뒤 할아버지는 복도 창 밖으로 담배를 피웠습니다.

기자가 그걸 본건 해당 임대 아파트를 관리하는 복지센터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담배를 핀 이유를. 담배를 피면서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할아버지는 암 환자였지만 일을 해야 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 돈을 받는 것보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생활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에게 먼저 필요한 건 옆에서 돈을 쥐어 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당장 돈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따뜻한 시선과 또래와의 어울림, 일거리가 필요했습니다.

"나도 죽을려면 죽을 수 있는데 홀로 사는 며느리랑 손자 때문에 못 죽는다"

현관문에 기대 선 할아버지의 깊은 한숨이 섞인 말이었습니다.

따로 사는 며느리랑 손자를 보는 건 일년에 한 두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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