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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정말 국부(國富)가 걱정된다면 국내 IB에게도 기회를...

정부 주도 매각도 외국계IB만 잔치➁
박승원 기자

론스타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먹튀'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서 배당과 시세차익까지 더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처분한 해외 사모펀드.

필자는 먹튀라는 매우 부정적인 말로 론스타의 투자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론스타는 매우 딜을 잘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었다. 먹튀의 빌미를 제공한 게 바로 셀사이드에 있었던 우리 정부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정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론스타에 매각한 날(계약일)은 2003년8월27일이었다. 한달전 김진표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 있다고 처음 언급했다.

그런데 한참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그해 7월15일 그러니까 매각 계약이 체결되기 불과 42일전에 서울 조선호텔에서 '10인의 비밀대책회의'가 열렸다. 누가 참석했는지 지금봐도 그 멤버가 쟁쟁하다. 궁금하신 독자들은 똑똑한 포털에 검색을 해보시라. 지금도 여기저기서 잘 나가시는 분들이 적지않다. 여러 언론보도와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실체가 드러난 이 회의 이후 외환은행 매각은 사실상 급물살을 탔다. 이 회의에 자문사로 모간스탠리의 임원이 배석했다.


10여년전 국내 IB업계는 말그대로 태동시기. 인적 물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의 거대 사모펀드와 빅딜을 주도할 만한 IB를 기대할 수 없는 노릇. 해외 유수의 IB가 '자연스럽게' 딜의 중매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후에도 큰 거래는 늘 그랬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배운다고 했다. 그때부터 10년이 더 지난 지금. 론스타의 먹튀로 모든 매체가 도배되고 국회가 시끄럽고 국민이 분노하고 그러길 여러해가 지났다. 이랬다면 누군가는 미래를 위해 대비를 했어야한다. 큰 딜을 국내 IB가 맡을 수 있도록 민관(民官)의 누군가는 손발 겉어 부치고 나섰어야 옳다. 그래야 제2, 제3의 론스타를 막을 수 있다.

머니투데이방송이 지난 20일 '기업은행 지분매각 주간사, 외국계IB 독식'이라는 보도를 한 이후 많은 분들이 허탈함과 분노를 기자에게 전해왔다. 금융투자업계에 오래 종사해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국내 IB 육성이라는 구호가 허구에 불과하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 결과는 국부(國富)의 유출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거래를 생각하며 "국가 주도의 거래만이라도 국내 증권사가 공동 주관사로 참여해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한다. 외국계IB는 가격 중심으로만 거래를 수행하기 때문에 헐값 매각 등 국부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아쉬워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거래만이라도 국내 증권사를 공동 주관사로 참여시켜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내 증권사도 해외투자자와의 연결고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내증권사가 해외증권 발행 및 M&A 추진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인수·합병(M&A),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 등에서 외국계IB의 독식이 이어지면서 국내IB가 성장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같은 걱정은 표면적이다.

내부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외국계IB의 독식이 정부보유 공기업 지분, 우량기업의 헐값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증권사의 IB 담당자는 "아무래도 자국의 산업과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짙은 국내IB와 달리, 외국계IB는 이익 규모와 거래 성사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런 기풍을 토대로 성장해온 게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IB들이다"고 전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구조조정을 위한 명분으로 해외에 발행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그리고 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을 해야하는 공기업, 민간기업들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줄이기 의지가 여느때보다 강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국내 맥주 시장 1위인 오비맥주의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2009년 오비맥주는 매각 주관사로 JP모건과 도이체방크를 선정했다. 이들 외국계IB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를 불러왔고, KKR은 5년이 지나 세계최대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에게 오비맥주를 재매각하면서 3조8,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OB 맥주의 부활은 KKR의 역할도 있었다. 하지만 이 브랜드 맥주를 참 열심히 마셔온 국내 소비자들이 누가 머래도 1등 공신이다. 4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차익실현의 와중에 일등공신이 들어설 틈은 전혀 없다. 새로운 인수자가 가격을 올리면 이를 거부할 힘도 딱히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계IB의 경우 최대한의 이익과 거래 성사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뒤에 따라올 후폭풍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외국계IB는 그동안 다양한 먹튀 논란, 세금 문제 등 법률상 흠결을 이용한 차익에 집중하는 모습을 역사적으로 보여주었다. 외국계IB에만 의존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LIG손해보험에 이어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까지 국내 M&A시장은 때 아닌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형국이다. 하나같이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대형M&A라는 점에서 국내 IB 업계는 남다른 기대를 갖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IB를 육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시점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역시 실력과 경험을 쌓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 당장 주관사 수수료 덤핑 경쟁과 이별해야한다. 수수료가 아닌 실력으로 싸워야한다. 이런 룰을 만드는 데 정부도 일조해야한다.


머니투데이방송 박승원(magun1221@mtn.co.kr)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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