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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10% 덫’에 갖힌 우리금융 민영화, 해답은 'Let it go'

권순우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를 두고 ‘상한 10%’ 논란이 있습니다. 희망수량 경쟁 입찰을 통해 우리은행을 매각할 때 한 투자자당 10%까지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란입니다.

한 투자자가 10% 이상 주식을 매입하게 되면 우리금융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정 지배주주가 있으면 은행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측과 지배주주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상반된 논리가 부딪히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열린 우리금융 민영화 토론회에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대 10%가 넘으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가 되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재 지배주주로 들어올 의향이 있는 곳은 교보생명 밖에 없는데 우리은행를 인수하면 교보생명 자체가 부실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10% 이하면 경영권이 없어 투자 유인이 없다”며 “지배주주가 있어서 우리은행을 지금보다 좋은 상태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치열해 보이는 이 같은 논쟁에 대해 살 사람(투자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입니다. 정작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시끄럽다는 겁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진리는 3차례 우리금융 민영화 실패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한 대형 사모펀드 고위 관계자는 “10여년을 못 판 매물을 팔 때는 누구에게나 어떤 방식으로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주인 없는 회사는 주주가치 보다는 정부 방침에 휘둘리게 된다”며 “어떤 방식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두면 매각 방향은 명확하다”는 입장을 개진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팔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것이 불편합니다. 투자의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10% 덫'의 속내는 우리금융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정치권, 정부, 학계 등 그동안 우리금융에 영향력을 미치던 세력들은 지배주주가 생기는 것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상충된 3대 원칙을 근거로 발목을 잡아 왔습니다.

은행의 지배구조는 말로, 제도로 어찌할 수 없는 문화입니다. 주인이 없기는 신한, 하나나 국민, 우리나 마찬가지인데 지배구조의 질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향후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를 걱정하는 정부가 최대주주로 지낸 10여년,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는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매각 이후 우리은행이 잘못된 길로 간다면 정부는 ‘금융감독’의 측면에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 금융기관의 공적 특성상 정치, 언론, 사회의 견제도 있을 겁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팔아서 지배구조를 어떻게 할지는 인수한 사람이 결정할 과제"라며 "살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끊임없이 국민의 재산을 잃어가며 팔 사람의 근사한 체면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Let it go!

지난 겨울 디즈니만화 '겨울왕국'이 인기를 모으면서 지겨울 정도로 들려온 주제곡인데요.

이제 당국자들도 답 안 나오는 고민 그만하고 'Let it go'의 마음으로 가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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