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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갑' 집단 공무원, '공급자 마인드' 극복할 수 있을까?

강효진 기자



올들어 박근혜 정부는 정말 많은 것들을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대통령 입에서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된 공공기관, 암덩어리, 독버섯으로 치부된 규제 등등.

고치기 힘든 물건들만 집어든 셈인데 어쨌든 정부가 '이번에는 다르다'고 하니 국민들의 기대도 높습니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두들기고 규제 개혁을 외치면서 '국민의 입장에서..국민의 눈높이에서..수요자의 입장에서..'란 말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관련 정보들을 낱낱이 국민 앞에 공개하겠다는 말도 참 많이 나왔습니다.

당연한 소리해서 뭐하나 싶지만 이 당연한 말이 그동안 실천이 된 적이 있나 생각보면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본인들 스스로도 반성을 하겠다며 자꾸 '국민 입장'을 들먹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급자'와 '수요자'는 태생이 다른데 어떻게 수요자의 입장을 잘 헤아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하겠습니다.

#1.
지난 1월 말 기획재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아이디어를 공모하겠다고 자료를 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밀고 있는 '3개년 계획'에 국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 중 일부를 반영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한 달 간 공모한 후 2월 말 입상자를 선정하고 선물도 준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각종 정책 마련에 국민 아이디어를 공모한 사례는 많습니다.)

3월 중순쯤, 기자는 그 결과가 궁금해 담당과에 전화를 걸어 입상자는 정해졌는지, 어떤 내용들이 발표 내용에 포함됐는지를 물어봤습니다.

담당자는 "국민들 아이디어가 550여 가지 정도 제안됐고 그 중 상당 부분이 내용에 반영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데 내부에서 결과는 공개하는 게 좀 그럴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고 했습니다. 입상자들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기자는 입상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고 다만 박근혜 정부의 금과옥조와도 같은 '3개년 계획'에 어떤 국민 아이디어가 채택이 됐는지가 알고 싶었습니다. 특별히 보안을 요구하는 내용도 아니었습니다.

기자 개인의 궁금함을 넘어 이런 정보들이 활발하게 공개되는 건 국가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고 어떤 내용들이 정책에 반영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차제에 국민들은 '아 이런 아이디어들이 먹히는 구나'하면서 더 적합한 아이디어를 발굴, 제안할 수 있을 겁니다.

#2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공공기관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0년 시범도입 후 2012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습니다.

유연근무제는 단축근로, 탄력근로, 재택근무 등을 말합니다.

분기별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분기 이후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2012년도에는 1분기와 2분기 결과만 있고 나머지 분기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최근까지 업데이트된 자료를 요청했더니 문서로는 줄 수 없고 전화로 수치를 불러주겠답니다.

관련 기사를 써야했기에 일단 전화로 허겁지겁 받아 적기는 했지만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가 잘 시행이 되지 않아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건지 의심이 들었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인원은 도입 첫해 2010년 10,476명에서 지난해엔 40,371명으로 4배나 늘었습니다.

제가 겪은 건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박지호 간사는 자기가 직접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의 정보공개 행태가 어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간사는 "자기들 홈페이지에서 이미 게시하고 있는데 정보 공개를 하면 안 줍니다. 이상한 행태를 보이고 있더라구요"라고 말했습니다.

"
시민단체나 일반 국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명확한 프로세스도 모르는 직원들이 응대를 하거나 전혀 다른 정보를 공개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밖에선 '국민'을 위해 친절하게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해놓고 일단 책상에 앉으면 다른 사람이 되는 꼴입니다.

공급자와 수요자. 처지가 다른데 이해를 하겠다니..역시 현실은 여지없이 기대를 져버리는 재주가 있습니다.

더 문제는 공무원들이 이런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겁니다.
'전화 안 받으면 그만, 담당자 돌려주면 그만, 급하면 다시 전화하겠지'하는 마인드가 습관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 습관은 개인의 습관이 아닌 조직의 습관이기 때문에 죄의식이 약하고 반성의 계기가 줄어들며 변화의 열망도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공급자라고 모두 이런 건 아닙니다.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공급)하는 중소기업의 태도가 이렇게 느긋할까요?
단체 손님을 받은 고깃집 사장의 목소리가 이렇게 고압적일까요?

공급자와 수요자의 문제가 아닌 갑과 을의 문제일 겁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무원은 갑이지 을은 아닙니다.

공무원의 위치가 갑은 아니지 않냐고 한다면 말을 바꿀 수 있겠습니다. 공무원들의 의식이 갑이라고.

갑 의식과 갑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면 정책의 성공과 국민 체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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