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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포스코 권오준 회장, '동부제철 스터디' 결과는?

조정현

지난 1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차기회장 내정 일성으로 "존경받는 기업"을 역설했다. 구체적 방안과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권 회장은 "스터디를 해 봐야죠"라며 즉답을 피했다.

포스코란 굴지의 철강기업을 이끌 비전에 대한 답으론 한참 부족했기에 일각에선 "내정 며칠 전만 해도 유력 후보군에 끼지 못했던 권 내정자가 준비가 덜 된 게 아니냐"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당시의 '스터디'란 단어는 영광스런 자리에 오른 권 회장이 도리어 자신을 낮춘 겸양의 표현이었다고 본다.

권 회장이 다시 '스터디'를 거론한 건 두달 만이다. 이번엔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와 관련해서다. 권 회장은 최근 26일 포스코 청암상 시상식 직후 동부제철 인수와 관련해 "좀 더 스터디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엔 겸양의 차원이 아닌 고민의 흔적이다. 당시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비공식적으로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인수를 제안한 상태였다.

산은의 인수 제안은 권오준 회장의 인수합병 기본 입장과 배치된다. 권 회장은 지난달 14일 취임하며 인수합병의 원칙을 묻는 질문에 "확실한 진입 장벽이 형성될 수 있는 곳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컬러강판과 냉연강판 등을 생산한다. 포스코와 포스코 강판이 이미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다. 특히 컬러강판은 현재 공급과잉 상황에 놓여 있다. 진입장벽과는 거리가 멀다. 고부가가치와 진입장벽을 역설했던 권 회장이 이런 물건을 첫 인수 대상으로 선택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업계에선 산은과 동부그룹이 기대하고 있는 매각가도 너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각 예상가는 많게는 1조 원에 달한다. 공장 장부가는 6천700억 원인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이다.

현재 포스코의 주당 순자산 비율, PBR은 0.6 수준이다. 이 수치를 다소 거칠게 장부가격에 적용해 보면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가치는 4천억 원 선에 불과하다. 이런 물건을 1조 원에 사가라는 얘긴데, 포스코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산업은행의 제안대로 포스코가 20~30%의 지분만 인수하는 수준이면 부담은 크게 내려간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동부발전 당진의 우선협상권이 패키지로 나온 만큼 리스크는 더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들은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이지 포스코가 인천공장을 굳이 사야하는 당위성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이같은 이유로 철강업계에선 "포스코가 인천공장 인수를 받아들일 이유는 거의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이 '스터디'를 거론하는 건 산업은행의 제의를 단칼에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책 금융기관인 산은의 제의는 사실상 정부의 제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취임 당시 권오준 회장은 자신의 선임 과정을 돌이켜보며 "회장직에 오른 과정을 살펴보면 '외압'이란 단어가 현재 포스코에 과연 적합한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누구에게도 빚진 바 없는 권 회장이 부채의식 없이 포스코의 혁신을 이끌 거란 기대감이 컸다.

권 회장은 1일 창립 기념일을 맞아 국립현충원의 고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소를 참배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인수와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권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가 서로 상당히 안 맞는다"면서도 "어떻게 될 지는 한번 봐야 한다"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포스코의 인수 여부는 곧 윤곽을 드러낸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한 포스코의 실사는 한달 정도면 끝난다. 혁신이냐 타협이냐, 첫 시험대에 오른 권오준 회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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