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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D.I.E.의 시대..현금, 땅 많은 기업들의 고민

유일한 기자

머니투데이방송(MTN)위클리 프로그램이자 온라인 칼럼인 '시선'은 상식이 막힘없이 통하는 사회 그리고 건강한 시장경제를 지향합니다. 더불어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가 대접받는 자본시장을 소망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이자 거의 예외없이 기업들의 주인 즉 주주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국민이 500만여명에 이르고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변액보험 등을 통한 간접 주주까지 포함하면 모두가 다 주주인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제언 바랍니다.

새해들어 시행되고 있는 기업소득환류세제. 한시적이긴 하지만 법인세가 워낙 구조적으로 바뀐 거라 파장이 제법 크다. 업종 등에 따라 다르지만 배당(D) 투자(I) 고용(E)을 이익의 80%(제조업기준)까지 하지 않으면 세금을 추가로 매긴다는 게 주요 골자다. 당장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이 눈에 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과거보다 활성화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배당소득세제도 크게 바뀌었다.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의 주주들에 대해 배당세를 15%에서 9% 정도로 깎아주기로 했고, 배당을 받은 대주주가 느끼는 과세(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을 '배려'해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도 포함됐다. 이에따라 당장 일부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다.


임금 인상은 아직이다. 경기둔화에 따라 이익이 줄고 있는 대기업들로선 정부의 요구가 부담이라며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이익이 잘 나는 중견, 중소기업들의 임금인상 쪽에 정책 무게가 실려야한다는 주장이 반대급부로 나온다. 대기업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엔 기업 내부의 노사 관계 뿐 아니라 원청과 하청기업간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짐작컨대 임금인상은 하반기 재계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상장사의 대주주를 비롯한 자산가들이 주식을 많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가리키며 이번 배당세 개편이 '부자들에게 유리하다'며 분노에 가득찬 지적을 한다. 그러나 이는 한가한 얘기다. 배당을 많이 주면 외국인투자자들이 다 빼간다며 먹튀를 막아야한다고 절절하게 민족주의를 외치는 이들처럼 아둔하다. 왜, 외국인들이 배당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는지를 따져서,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게 진정한 애국자다. 지금은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의 대주주가 세금도 많이 내도록 하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다.

외환위기를 거쳐 기업이 정부와 가계를 제치고 돈이 가장 많은 경제주체로 우뚝 섰다. 돈을 가장 많이 번, 벌고 있는 주체도 단연 기업이다.(기업간 양극화가 심한 것도 현실이다. 사상최대 이익을 내는 기업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부도 나는 기업이 꼬리를 문다.)

가계의 경우 일부 소수층으로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적지않은 중산층까지 신분이동을 위협받고 있다. 누가 부인하겠는가. 그런데 소득에 대한 세율은 가계가 기업보다 훨씬 높다. 가계와 기업마다 다르지만 통상 실질법인세는 10%대 중반(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음), 개인소득세는 30% 전후로 산출된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탕으로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둔 돈(유보금)이, 그리고 앞으로 기업이 이렇게 '특혜적으로' 벌어들일 돈이 건강하게 가계와 정부측과 순환하도록 보완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한 세제전문가는 "이런 세제개편을 서두르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불가능하다. 제2의 외환위기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만 시행할 법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적인 외환위기가 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계가 넉넉해야 소비가 살고, 그래야 기업의 매출 및 이익이 늘어난다. 배당(D) 투자(I) 고용(E)이 늘어 가계의 부(富)가 느는 건 기업으로서도 매우 반길 일임에 틀림없다. 생산한 제품을 누군가는 소비해야하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이 빠듯한 정부의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중 눈길을 유독 기자의 눈길을 끈 대목은 기업들의 부동산 매입을 투자로 인정할 지 여부였다. 많은 기업들이 투자금도 유보로 잡히는 착시가 있다고 하는데 들여다보면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투입돼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종 확정된 시행규칙을 보면 빌딩의 경우 기업이 자사의 사무실로 쓰거나 토지를 사면 바로 공사에 들어가야 투자로 인정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일반 제조업이 토지를 사서 개발해 임대하는 것은 투자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부동산개발전문회사만 부동산 매입을 투자로 보기로 한 것.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땅과 건물은 현대차와 계열사에서 사용하는 만큼 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게 기업과 기업의 대주주들을 대상으로한 세제가 크게 바뀌었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이 배당 투자 임금 지출을 늘리도록 오너와 경영진을 설득 또는 압박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돈을 잘 못버는 기업들은 '남의 일'처럼 들릴 수 있다. 또 적절하게 투자하고 배당하는 정상적 기업들 역시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문제는 수익은 많이 나는데, 돈을 쓰는데 인색한 기업들 이른바 유보성향이 강한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배당 임금 투자를 통해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 당장 내년 봄 환류세(패널티)를 물어야한다. 패널티를 물지 않으려면 대주주의 생각이, 회사의 정책이 바뀌어야한다. 많은 이들은 대기업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고민은 수십년의 업력을 바탕으로 거부를 저축해둔 중견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별도의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바꾸지 않으면 세금을 매기려한다며 당황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내의 제조업체 BYC의 사례를 통해 그 현장을 들여다보자. 왜 BYC인가? 변화의 가능성과는 별개로 잠재력이 큰 기업중 하나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2년 지난 1955년 설립됐다. 자본금 42억원에, 이익잉여금이 3,525억원, 자기자본이 3,654억원이다. 전체 자산 5,083억원중 투자부동산이 4,348억원을 차지한다. 회장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근검절약 정신으로 오늘의 부를 이뤘다고 한다. 막강한 라이벌이었던 쌍방울이 레저산업에 진출하다 실패한 것을 교본 삼아 절대 한눈 팔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세금 내고 남은 돈은 땅을 샀고, 빌딩을 올렸다. 언젠가 정관에 건설업, 임대업을 명시해두었다. 임대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이 사업 영업이익이 어느덧 본업인 내의 제조 부문과 대등할 정도로 커졌다.
참고로 국내 내의 사업은 쌍방울 BYC 신영와코루 좋은사람들 남영비비안 5강 체제다. 5개사의 점유율은 50%를 넘고, BYC는 11% 정도다.

투자부동산은 수십 년간 재평가를 안했다. 보유 부동산의 실질 가치는 짐작이 쉽지 않다. 1조원 전후로 추정된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바로 옆에 위치한 본사 부지도 개발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신중한 회사 문화를 감안할 때 시간은 걸리겠지만 개발이익이 얼마이겠는가. 남부럽지 않은 부자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금제도가 바뀌면서 상당히 불편해졌다. 배당 투자 고용,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 않은 탓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투자. 지난해 상반기 이 회사가 보유한 전북 전주와 중국 상하이, 인도네시아의 건물과 생산설비에서 단행된 감가상각은 건물이 7억원, 설비가 6억원이었다. 사실상 오래전 투자는 감가상각이 마무리됐고, 최근의 투자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고로 연구개발(R&D)비는 인건비가 전부이며 반기 기준 6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매출액의 0.7% 정도다.

고용을 보면 직원 모두가 일단 계약직 없이 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는데 직원수, 임금이 정체하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11년전인 2003년말 BYC의 직원수는 남녀 합쳐 896명이었다.
급여총액은 190억원으로 1인당 2,131만원을 지급했다.

2013년말 현재 직원은 718명, 연간 급여는 163억원, 평균 급여는 2,279만원이었다. 고용과 급여가 추세적으로 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과 성장성 낮은 전통 제조업이라는 특성도 고려해야한다.

그렇다면 올들어 증시에서 화두가 된 배당금 지급은 어떤가. 환류세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2014 회계연도에 전년과 같은 주당 8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전체 배당금은 6.8억원으로, 전체 순이익 190억원 중 3%만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이 정도라는 얘기다.

주가는 새해들어 상승해 30만원 넘는 고가주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당순자산배율(PBR)이 장부상 0.5배에 불과하다. 주식 거래량은 전체 상장사중 최하위권이다. 발행주식의 대부분을 대주주와 관계회사가 들고 있다.

BYC 뿐이겠는가. 정도경영을 외치며 열심히, 묵묵히 정도경영을 통해 자산을 불려온 중견 중소기업들이 적지않다. 상장사만 들여다봐도 BYC를 능가하는 중견기업을 어렵지 않게, 다수 찾을 수 있다. 유례없는 저성장 시대, 정부와 국민들은 이런 기업들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그 변화가 쉽겠는가. 답은 다소 부정적이다. 과거와의 이별은 어려운 법.

투자를 하려해도 마땅한 대상처를 찾기 어렵고, 배당을 많이 하려니 금고가 금새 빌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인건비를 갑자기 늘리는 것 역시 낯설기만 하다. 머리와 몸통이 모두 달라져야 하는 일이다. 중견 제지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바뀐다고 오랜 전통의 기업들이 애써 룰을 바꾸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새로운 사업에 나설 역량이나 준비가 대기업에 뒤진다. 유예기간 없이 시행되면 그냥 (세금을) 맞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기업과 대주주, 임직원 그리고 정부와 소액주주, 국민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류세제의 정착을 기대한다. 기자가 아무리 상상을 해도 배당 투자 임금을 뛰어넘는 채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대기업과 부동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유통 명가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미리 사둔 부동산이 시간이 지나 거액의 자산으로 전환된 대기업 사례는 흔하다. 사실 그간 대기업들의 부동산 투자를 막는 규제는 미미했다. 그덕(?)에 서울 강북의 도심과 강남의 노른자위 땅중 비주거지가 대부분 이미 이들 소유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가 주도의 개발시대와 외환위기 이후 고환율 시대를 거쳐,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정부의 막대한 지원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 굴지의 우량기업으로 자리잡은 중견기업들이 적지 않다. 예외없이 여기저기 알짜 부동산을 움켜쥐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이제 정상적인 배당(D) 투자(I) 고용(E) 정책을 전향적으로 도입할 때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우리 경제가 죽을(DIE) 지경에 이를 지도 모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업 연관성이 확실한 부동산만 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법은 기업들이 배당 임금 투자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게 취지다. 기준에 미달한 기업들에 패널티를 물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환류세제는 2017년에 가서 연장할 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적절하게 유보하는 기업들에 대해 보다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한다. 물꼬를 잘 터주고 기업과 대주주가 돈을 당당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래서 환류세제의 연착륙과 우리경제의 선순환을 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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