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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지도]③소액주주도 '힘' 보여준다..주주제안 봇물

박승원 기자

[머니투데이방송(MTN) 박승원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소액주주들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가 하면,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등 기업의 주총 안건에 공식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표 대결에서 사측에 밀려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주주제안 봇물..주주권 행사 '후끈'

24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주주제안으로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2012년 27건에서 2013년 36건, 2014년 42건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미국 유럽에 비하면 갈 길이 멀지만 제 목소리를 내는 주주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를 둘 수 있다.

주주제안권은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제나 의안을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상법상 상장법인의 경우 자본금 1,000억원 미만의 기업은 1%, 1,000억원 이상 기업은 0.5%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들에 한해 주총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까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감사 선임,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안건으로 상정된 곳은 20여곳에 이른다.

우선 올해 주주제안으로 이사와 감사 선임이 신청된 곳은 피씨디렉트, 일동제약, 삼성공조, 아이크래프트, 정원엔시스, 휴바이론, 엠케이전자 등이다. 일반적으로 정기이사와 감사는 회계 장부 등 사내 주요 문서를 열람할 권리가 있어 적대적 M&A(인수·합병)의 포석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들 상장사 가운데 일동제약은 녹십자와의 경영권 분쟁을 벌인 끝에 승리하기도 했다.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요구하는 소액주주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GS그룹 계열 삼양통상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인 강상순씨는 회사측이 결정한 배당금을 6배 늘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금속과 삼성공조, 정원엔시스 등의 주주들도 배당 확대를 원하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최근 들어 배당 확대나 감사 선임과 관련해 주주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1%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의 경우 해당 기업을 믿고 투자한 사람인 만큼, 이들의 주주제안은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영화금속, 소액주주안 일부 수용..나머진 사측 승리

지난 20일 자동차부품업체 영화금속은 '슈퍼개미'인 손명완씨가 제안한 황금낙하산 조항이 삭제된 정관 수정 변경안과 주당 30원의 현금배당 실시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승인했다.

앞서 영화금속은 적대적 기업인수 관련 해임으로 대표이사가 퇴직할 경우 1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긴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손 씨측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고, 이에 회사측이 황금낙하산 제도를 삭제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현금배당 안건도 사측(주당 25원) 의견과 손 씨 측 제안(주당 50원)을 감안해 주당 30원의 수정 안건을 상정해 승인했다.

최동윤 영화금속 대표는 "손명완 대표를 비롯한 주주들의 제안을 향후 적극 반영하겠다"며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화일약품과 삼성공조 등은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제안한 배당확대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날 화일약품은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소액주주 주당 200원 차등 배당하는 안건을 부결시키고, 주당 100원의 현금배당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삼성공조 역시 주주총회에서 유경PSG운용이 제안한 주당 300원의 현금배당 안건을 부결시키고, 주당 80원의 현금배당 안건을 가결시켰다.

녹십자와 경영권 분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일동제약의 경우 피델리티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의 주주제안 반대로 일동제약측의 승리로 끝이 났다.

◇주주권 행사 문화 정착 '긍정적'..반영되기까진 시간 걸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문화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존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주주친화정책에 불만이 있을 경우 주식을 내다파는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에서 벗어나 이제는 주총에 안건을 직접 제안하는 등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그동안 정부 중심의 배당 요구에 이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최근에는 소액주주의 주주제안마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안분석부문 팀장도 "과거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주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이 주주권리를 찾으려는 한다는 점에선 충분히 바람직하고 조금 더 확산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해당 기업의 경영자들이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이 아닌 주주 눈치를 보고 신경을 더 쓰는 경영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기업의 경영전략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요구안마저 수용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분 1%를 지닌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 실장은 "소액주주의 권리 내지는 주주의 목소리가 강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회사측으로부터 받아들여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방송 박승원(magun1221@mtn.co.kr)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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