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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메르스 한 달...'직격탄' 맞고 휘청이는 산업계

이정, 김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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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이정ㆍ김이슬 기자]


< 앵커멘트 >
세월호 사고 이후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이던 우리 경제가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유통, 식음료, 항공, 관광 등 여러 산업이 급격히 침체되고 있는데요. 메르스 사태 한달동안 산업계가 겪는 어려움들을 진단해보겠습니다. 산업부 김이슬, 이정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질문> 김이슬 기자, 메르스 때문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죠. 여행, 관광업계의 타격이 클 것 같은데요.

김이슬 기자> 네, 메르스를 우려해 한국을 외면하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9일 기준 총 12만 5150명이 메르스를 사유로 방한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8월 여행 예약 취소가 빗발치면서 이를 통한 인바운드 여행 업계 손실액만 1085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눈에 띄는 변화도 생겼는데요. 6월 초만해도 중화권 지역에서 방한 취소 비중이 98%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었는데, 지난주를 기점으로 중화권은 15%로 대폭 줄고, 일본 등 대신 기타아시아 지역 비중이 80%를 넘어섰습니다.

메르스로 인한 한국 여행 기피 현상이 중화권을 넘어 다른 국가에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어서 관광업계의 앞날이 더욱 위태롭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생기는 대목입니다.

앵커> 자, 메르스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 또 있죠. 바로 항공업계인데요. 하루 취소표만 1만 여건을 넘기고 있어 여름철 성수기를 앞둔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요즘 항공업계 분위기가 침울하죠?

김이슬 기자> 네, 오늘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간담회'가 열렸는데요. 여기 참석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메르스 사태로 인한 타격이 세월호나 사스 때보다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지 사장은 간담회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메르스 사태로 인해 2분기 실적이 꽤 많이 빠질 것 같다"며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메르스 사태로 항공업계는 항공 취소표가 수두룩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한 최초 발생한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에서만 취소된 항공표가 20만 건에 달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한항공은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국제선 8만2000명, 국내선 2만명 총 10만 2000명이 항공권을 취소했고,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8만2982명, 국내선 1만4522명을 포함해 모두 10만여 명이 취소했습니다.

특히 전체 항공편 가운데 해외발이 전체 70%를 차지해 한국 여행 기피현상을 방증했습니다.

저비용항공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1일부터 15일까지 하루 평균 1000여건 이상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예약 건수를 일본 왕복 최저가로 약 20~30만원으로 환산하면 손해 규모만 하루 2~3억, 보름간 30~45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또 진에어도 지난달 31일부터 12일까지 하루 평균 400건 이상의 예약 취소가 나왔고, 티웨이항공은 3682명, 이스타 2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질문> 당장 항공사들은 노선 감축 운항에 나섰죠?

김이슬 기자> 네, 국내 항공사들은 메르스 여파로 중국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축소에 들어갔습니다.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중국을 오가는 30여 개 노선 가운데 17개 노선 운항을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축소할 계획입니다. 중국 노선 감축으로 인한 손실만 6만6천석 규모에 달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1일부터 이미 중국과 대만 노선 항공편 수를 감축했습니다. 이달 말까지 중국 5개 노선은 18회 줄이고, 동남아 2개 노선 34회, 김포-제주 노선도 46회 줄여 총 98회 감축 운항할 예정입니다.

국제선 노선 운항이 적은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운항 취소가 사실상 노선 폐지나 다름 없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진에어는 메르스 여파로 제주-시안 노선으로 지난 1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운휴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진=news1/메르스 사태 지속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질문> 항공사들은 물론 정부까지 메르스 악재 극복 마련에 고심이라는데 특단의 조치라도 있는 건가요?

김이슬 기자> 항공업계는 '메르스균 차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밀폐된 기내 공간에서의 감염을 우려하는 승객들이 많기 때문입데요. 앞서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가 탑승한 이유로 한바탕 소동이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전 여객기를 대상으로 기내 방역에 나서는 한편,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을 비치하는 등 메르스균 차단에 각고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또 메르스균 의심 또는 격리 환자에 대한 기내 탑승 금지 조치를 내렸고, 위 해당 승객들이 사전 예약한 항공권을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항공사에 대한 지원책을 고심 중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해 항공사 측에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지 의견을 묻는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정부는 공항 이용료나 시설사용료, 항공기 기름값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항공사를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항공사의 피해 규모가 사스 때 만큼은 아니어서 정부가 실제 지원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향후 메르스 확산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가뜩이나 상반기 내수침체로 유통업계가 고전했는데, 좀처럼 잡히지 않는 메르스에 유통업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고요?

이정 기자> 네, 유통업계도 메르스 사태로 힘겨운 상황입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국내 관광산업을 떠받쳤던 중국인관광객, 유커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과 호텔의 타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평일에도 중국인 관광객으로 발 딛을 틈이 없던 시내 면세점은 메르스 영향이 본격화됐습니다.

이달 첫째 주까지만해도 매출 증가폭이 줄었을 뿐 신장세는 이어졌지만, 둘째 주 들어 메르스 발병 이후 처음으로 매출 역신장이 현실화됐습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8~14일) 이 면세점의 매출은 공항점(인천공항점·김포공항점)이 전년대비 -20%, 시내 면세점의 경우 -30%를 기록했습니다. 6월 첫째 주(1~7일)까지 5%대 신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매출 감소가 급격해진 것인데요.

첫째 주까지만 해도 기존에 입국한 중국인 고객들로 인해 매출 증가세가 유지됐지만, 둘째 주 들어서는 방한 일정이 대규모로 취소되면서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방한 취소객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매출에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라면세점은 구체적인 매출 감소폭 공개를 거부했지만 외국인 방한 취소 규모가 커지며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업계에서는 신라면세점의 지난주 매출 감소폭도 수십 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롯데호텔과 호텔신라, 신세계 웨스틴조선호텔 등도 적게는 10%, 많게는 50% 가까이 예약취소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 타격은 더욱 심각한데요.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외출을 자제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백화점과 마트 업계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초기인 이달초(6월 첫째 주)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까지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롯데마트 매출은 각각 9.8%, 14.7% 급감했고요. 특히 메르스 발생 지역인 경기도 수원과 평택 지역 대형마트에서는 매출이 2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면서요?

이정 기자> 위생 용품과 건강기능식품 업계가 그렇습니다. 개인위생과 면역력 증강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관련 제품의 주문이 늘고 있는건데요.

특히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한때 판매가 주춤했던 건강기능식품은 메르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몰과 인터넷 오픈마켓들도 매출 상승셉니다.

이달들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이 50%이상 급증했고요.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식품과 생필품 판매량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 가까이 늘었습니다.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마트나 백화점에 직접 나가 장을 보는 대신 PC나 모바일로 쇼핑을 대체하는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질문> 방금 이정 기자가 말했던 것처럼 주말에 마트나 백화점에 가도 사람들이 정말 없더라고요. 제 어머님도 메르스 이후 온라인으로 장보기를 많이 하시던데 최근 이런 가정이 늘고 있다면서요?

이정 기자> 네,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었던 소비패턴이 메르스 이후 온라인과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특히 마트에 가서 장을 보던 주부들도, 모바일 쇼핑을 두려워하던 50대 아저씨들도 복잡하고 어려워서 젊은 층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직접 이용해 본 소감을 물었더니 "쉽고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잠깐 이야기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양창근(51) / 직장인
"직접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막상 해보니 번거로운 부분도 없어진 것 같고. 마트나 백화점 가는 것보다 시간 활용도도 높아져서 편하네요."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는 실제 온라인몰 이용자 구성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베이코리아가 연령대별로 온라인(모바일 포함)쇼핑 이용비중을 분석한 결과, 메르스 발병 직후인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40대 남성의 온라인 쇼핑이 지난달 보다 62%나 늘었고, 50대와 60대 남성의 이용비중도 각각 50%, 55%나 급증했습니다.

이때문에 기존의 유통업체들은 메르스 이후 나타난 이런 소비패턴의 변화가 자칫 이대로 고착화돼 소비자들을 온라인에 빼앗기는 건 아닌지 긴장하고 있습니다.

질문 > 이처럼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곳이 또 있습니다.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에, 택배업계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하는데요. 메르스가 가져온 또 다른 신풍경입니다. 김 기자가 택배 현장을 다녀왔죠?

김이슬 기자> 택배 현장은 일년 중 가장 바쁘다는 명절 때를 방불케 하지만, 국가적 불행으로 생긴 일인 만큼 조용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하게 불어난 물동량을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이었는데요.

메르스 때문에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택배 물동량이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이달 1일부터 중순까지 전년 대비 택배사별 배송 물량 변화를 살펴보면 CJ대한통운 20%, 한진 27%, 현대 45% 등 평균 30%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지난달과 비교해도 최대 20% 늘었는데,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제2의 성수기란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 추이입니다.

앵커> 택배 물량이 늘면 회사나 택배기사 입장에선 반길 일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구요?

김이슬 기자> 네, 현장의 택배업계 종사자들에겐 말못할 고충이 생겼습니다.

제가 다녀온 한 택배 물류센터는 배송 상자가 지난달과 비교해 8백만 상자나 늘면서, 상품 분류 작업이 평소보다 1시간 가량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다보니 택배기사들의 경우, 하루 처리 물량이 평소 200개에서 갑자기 400개로 두 배나 늘어 연일 초과근무를 해야 했는데요.

여기서 신선식품이나 당일 배송 상품 위주로 먼저 배송되면서 후순위로 밀려 배송이 늦어진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민원도 심해졌습니다.

메르스 감염을 우려하는 일부 고객들의 경우, 택배기사와의 대면 접촉을 꺼리기도 했습니다.

질문 > 택배 회사들은 늘어난 물동량이나 고객들의 메르스 공포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나요?

김이슬 기자> 택배 회사들은 쏟아지는 물량을 처리하기에도 바쁜데요. 물류센터마다 현장 인력을 보충하고, 각 구별로 지원 차량을 긴급 투입하는 식으로 배송 지연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시설 확충이나 인력확대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결정을 내리기도 애매한 상황인데요. 택배 회사들은 메르스 사태로 인한 일시적 추세인지 온라인 쇼핑 증가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인지 판단하지 못해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지속되는 내수 침체에 메르스 사태가 한달 넘도록 장기화되면서 산업계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만큼, 산업계가 조속히 메르스 악재를 딛고 기업 정상화에 나설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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