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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트럼프의 입과 경제관

최남수 대표이사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남수 대표이사 ]

미국 애리조나주의 노갈레스와 멕시코 소노라주의 노갈레스.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원래는 하나였다. 멕시코의 로스도스노갈레스. 1853년 미국이 애리조나 남부의 멕시코 지역을 사들이면서 도시가 둘로 나뉘었다. 로스노갈레스라는 계곡이 기준선이 됐다. 멕시코 쪽 사람들이 일자리가 많고 생활수준이 높은 미국으로 넘어가려 할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국경선에는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담장이 세워져 있다.

미국 정계의 이단아인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가 내건 대선공약 중 하나가 미·멕시코 국경 전체에 ‘노갈레스의 담장’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무려 3100여㎞에 이르는 거리다. 상식, 객관, 합리 수준에선 황당무계한 얘기다. 하루가 멀게 좌충우돌하며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 부동산으로 일어선 그는 이 담을 쌓기 전에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막는 ‘트럼프 장벽’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말은 생각이 흘러나오는 수도꼭지다. 사람은 말로 판단된다. 문제는 말이 너무 앞서나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튈 때다. 말의 저수지인 생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말로만 보면 트럼프는 미국의 선장이 돼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이런 그가 다름아닌 미국 야당의 대선후보 자리에 올랐다. 날로 더해가는 양극화 추세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나가기 힘든 사람들의 불만과 외국인 혐오정서를 자극한 덕분이란 분석이다. 그게 다일까.

트럼프의 사고구조는 어떨까. 그는 최근 자신의 세계관, 경제철학 등을 밝힌 ‘불구가 된 미국’을 펴냈다. 글 자체도 거침이 없다. 이 책에는 말로 잘 전달되지 않았던 그의 생각들이 녹아 있다. 우선 불법이민에는 진저리치는 반면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해외인력에 대한 합법적 문호는 크게 넓힌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 듯하다.

트럼프는 철저히 실리주의에 입각한 ‘기업인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다. 기업인으로 크게 성공한 만큼 경제관은 친시장·친기업적이다. 정부 규제가 ‘미친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자신이 대권을 잡으면 기업가들이 심한 간섭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특히 법인세율을 15% 이하로 낮추고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세제혜택과 재정지원을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과 복지에도 시장원리 확대를 내걸었다.

우리나라 등 동맹국을 긴장시키는 군사·외교 공약도 트럼프의 강경한 실리주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 경제력을 통해 협력하는 국가는 보상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처벌한다는 것이다. 애꿎게 한·미 FTA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오랜 동맹의 전략적 가치조차 외면하는 경제지상주의의 오류다.

트럼프의 대선 출사표의 명분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다.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는 지겨운 정치인들로부터 해묵은 공약을 듣는 일에 질렸다. 의회를 불신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정치권도 뜨끔할 얘기다. 1992년 대선전에 뛰어든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의 출마 변과 맥락이 비슷하다. “국민 위에 군림해 턱없는 호령을 하고…. 권력다툼에만 빠져있는 썩은 정치를 거부한다.” 트럼프와 정주영. 공통점은 거부면서도 서민들이 골고루 잘 사는 민부(民富)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는 것이다.

글로 본 공약은 그럴듯한데 트럼프는 말로 많은 점수를 잃고 있다. 럭비공같이 튀는 그의 성정은 글로벌 리더십을 지닌 미국의 조타수가 되기엔 자격미달 수준. 하지만 연말 미 대선까진 아직 시간이 많다.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트럼프의 쇼’만 지켜볼 수는 없지 않은가. 정치인 출신 힐러리와 기업인 출신 트럼프의 대결로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법일 듯하다.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트럼프의 구호 중 하나다. 입을 다스리지 못하면 누가 ‘멍청이’인지 연말에 알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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