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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이재용의 선언은?

최남수 대표이사

삼성과 토요타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 시기가 유사하다. 삼성그룹의 모태 삼성상회는 1938년에 세워졌고 토요타는 이보다 1년 앞선 1937년 자동차사업을 시작했다. 두 회사 모두 대표상품의 리콜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다. 도요타는 2009년 8월 미국에서 렉서스의 급발진으로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건 탓에 대규모 리콜에 나섰다. 애플에 회심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내놓은 ‘갤럭시노트7’의 발화문제로 삼성도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두 기업은 창업자 가문의 ‘대표주자’를 전진배치함으로써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유사한 전략을 시도한다. 경영난의 와중에서 14년 만에 들어선 창업가문의 사장 토요타 아키오는 품질과 속도경영을 더욱 강화해 토요타의 재도약을 진두지휘해왔다. 삼성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됨으로써 위기타개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걸 채비를 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삼성은 그동안 2차례 ‘선언’이 그룹의 방향타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첫 번째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1983년 도쿄선언. 초대규모 집적회로 VLSI사업에 투자한다는 발표로 반도체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선언은 삼성의 경영이 양에서 질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주력 상품의 리콜사태라는 쇼크 속에 책임경영의 길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선언으로 삼성의 변신을 주도해나갈까.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태가 일어나자 삼성의 속도경영을 문제 삼는 시각이 있다. 문제의 일면만을 보는 좁은 시선이다. 경쟁자보다 훨씬 앞선 제품을 먼저 시장에 내놓은 속도경쟁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기업간 경주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민첩한 리더십’(agile leadership)이 이젠 경영의 기본 화두가 되고 있다. 실제로 토요타는 리콜사태에도 불구하고 “투입에서 산출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을 100분의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나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해왔다. 중공업 전문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DNA 자체를 바꿔가는 GE의 핵심전략 중 하나도 속도다. 신속작업(FastWorks)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신제품 개발 주기를 종전의 5년에서 1년 이내로 크게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1위 경쟁을 벌이는 삼성엔 속도는 기본이고 품질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을 갖춰야 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이 됐다.

2013년 서울대 경영대 송재용과 이경묵 교수는 ‘SAMSUNG WAY’란 책에서 삼성이 보유한 경쟁력의 뿌리를 3가지로 정리했다. 대규모 조직이면서 스피디한데다 다각화와 수직적 계열화돼 있으면서도 전문화돼 있는 점, 그리고 평가와 보상 위주 미국식과 연공서열제 아래 화합을 추구하는 일본식 경영이 병존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같이 체질화된 하드웨어적 강점에 새로운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접붙이는 게 삼성 앞에 주어진 과제다. 매년 하위 고과자 10%를 해고하며 실패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다 실패를 용인하는 것과 같은 ‘문화적 털갈이’를 하며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혁신한 GE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GE는 지금 ‘124년 된 스타트업’으로 불린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 한 가지. 통상 얘기되는 스타트업 문화의 특징들은 ‘이상론’이라는 점이다. GE의 문화적 혁신을 자문한 ‘린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기업가정신과 관리의 조화를 강조한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현실적 관리를 쓸데 없는 일이라고 외면하다 사라졌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관리의 삼성’은 약점이 아닌 강점이다. 여기에 삼성 특유의 스타트업 문화를 접목하면 되는 것이다. 기존 자산까지 부정할 필요가 없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니체). 최근 리콜사태가 삼성을 강한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새 출발점이 되면 되는 것이다. ‘80년 된 스타트업 삼성’ 이게 이재용 부회장의 출사표에 들어갈 큰 맥점 중의 하나이자 새로운 리더십의 과녁이 돼야 하지 않을까.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남수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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